닫기
닫기

친해지길 바래, 호칭 파괴하는 기업 4

2018.01.24 FacebookTwitterNaver

▲ 직원 간의 호칭을 변경해 유연한 기업문화를 만들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에겐 왠지 어려운 과장님, 그리고 손에 닿지 않는 하늘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차장님과 부장님. 어쩌면 직책은 사원과 부장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직급을 개편하고 호칭을 파괴하는 기업들이 부쩍 눈에 띄는 요즘입니다. 호칭 파괴의 대표 주자는 SK텔레콤(이하 SKT), 카카오, CJ, 러쉬코리아입니다. 과연 이들은 왜 호칭을 바꾸려고 할까요? 그리고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바꾸려는 것일까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12년만의 호칭변경으로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꾀하다_SKT의 호칭 문화

▲ SKT는 올해 1월부터 기존 호칭인 ‘매니저’에서 ‘님’이라는 호칭으로 변경합니다

SKT는 올해 1월부터 사내 공지를 통해 매니저, 팀장, 실장 등 기존 직책 대신 이름 바로 뒤에 ‘님’을 붙이는 방식으로 호칭을 바꿨습니다.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직급에 관계 없이 예를 들면 지훈님이라고 부르는 방식입니다.

각 조직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는 영어 이름이나 별칭을 쓸 수도 있습니다. Dorothy, 링링, 쭌 등 자신이 원하는 영어 이름으로 정하면 됩니다. 이를테면 “쭌, 매출 관련 데이터가 필요한데 좀 도와줄 수 있어요?” 등으로 응용이 가능합니다.

지난 2006년 직원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한 뒤 12년 만의 호칭 변경입니다. 당시엔 팀장과 임원을 제외했지만, 이번에는 임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호칭 변경의 대상이 됐습니다. 호칭뿐만 아니라 회사생활 면에서도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SKT는 지난해 말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모든 직원에게 개방했고, 올해 1월 초에는 팀장도 ‘팀 리더’로 바꿨습니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통해 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SKT의 의지가 느껴집니다.

‘님’이라는 호칭으로 의사소통에 활기를 띄다_CJ의 호칭 문화

▲ CJ는 직급 대신 ‘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릅니다

CJ는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에서도 호칭 파괴의 ‘시조’ 격입니다. 지난 2000년 사내의 부장 과장 대리 등의 직급 호칭을 없앤 뒤 모든 직원이 서로의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는 호칭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 간 생존 경쟁이 치열했던 2000년, 창의성을 끌어올리고자 CJ가 도입한 제도였습니다. 창의성을 끌어올리고 젊거나 직급이 낮은 직원의 생각도 빛을 발할 기회를 만들겠다는 목적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님’이라는 호칭이 입에 잘 붙지 않거나 민망해 하는 등의 고충이 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18년째 유지된 이 제도는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님’ 호칭을 사용한 뒤에 의사소통에 훨씬 더 활기가 넘치며, 직급이 낮거나 젊은 사원들도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펼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싹을 틔웠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호칭이 만든 벽을 무너뜨리고 더 편하게 생각을 개진할 수 있어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유연한 근무 환경과 창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창의 휴가’나 ‘유연근무제’ 같은 복지제도가 추가로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CJ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입사 선호 기업 조사에서 항상 5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자유로운 기업 문화의 영향이 큽니다.

브라이언 기다려요! 지미(Jimmy), 그건 아니잖아요!_카카오의 호칭 문화

▲ 카카오는 직책 대신에 영어 이름이나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카카오에 입사한 직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영어 이름 만들기입니다. 회사 직원 사이에는 직급이 없기에, 상대방의 영어 이름을 부릅니다. 영어 이름 뒤에는 ‘님’자를 붙이지 않으며, 선배나 매니저 또는 파트너 같은 호칭도 없습니다. 대표이사를 부를 때도 닉네임을 씁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브라이언, 임지훈 대표는 지미로 불립니다.

카카오는 수평적인 의사소통과 구성원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위해 회사 설립 초기부터 이 같은 호칭문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와 합병한 다음커뮤니케이션 역시 2002년부터 ‘님’ 호칭을 사용했습니다.

골져스, 어떻게 생각해요? 더티, 당신은요?_러쉬코리아의 호칭 문화

▲ 러쉬코리아는 직급 대신 영어 닉네임을 사용합니다

화장품 기업 러쉬코리아는 영어 호칭을 사용합니다.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환할 목적이죠. 러쉬코리아의 화장품 이름을 닉네임으로 정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골져스, 더티, 보헤미안, 허니 등등. 영어 이름 사용으로 조직이 유연해져,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는데 큰 기여를 한다는 후문입니다. 실제로 회의에선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직원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라서 기업문화가 젊고 역동적인 편입니다.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는 호칭 제도가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회사생활 면에서도 염색, 피어싱, 문신 등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등 개성 있는 분위기가 흐릅니다. 이처럼 자유로운 러쉬코리아의 기업 문화는 어쩌면 수평적인 호칭에서 시작한 게 아니었을까요?

지금까지 기업들의 호칭 문화에 관해 살펴 봤습니다. 한겨레말글연구소 김하수 교수는 ‘한국 사회의 호칭 문제’를 주제로 발표한 발표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더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면서도 언어적으로는 끊임없이 차별화, 차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신분과 지위와 성별의 차이 등을 한번에 뛰어넘는 보편적 호칭의 발견이 절실하다”고 말입니다.

호칭을 수평적으로 바꿈으로써 자유롭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기업들. 어쩌면 기업의 호칭 문화의 변경은 우리 사회의 경직된 의사소통 문화를 해소하는 첫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보다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기대하고 응원해주세요!

FacebookTwitter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