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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퇴근 안하시나요? 등 떠미는 기업들

2018.02.08 FacebookTwitterNaver

▲ OECD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일과 삶 균형 지수

야근을 하면 생산성이 향상될까요? 조사결과 야근을 많이 할수록 생산적인 업무시간은 오히려 줄어드는 ‘야근의 역설’이 나타났습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57시간으로 멕시코와 칠레에 이어 3위였지만 노동생산성은 25위인 29.9 USD(OECD 평균 40.5 USD)로 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 Work and Life Balance)’이 구직자나 이직 희망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워라밸에서 가장 중요한 ‘근무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최근 늘고 있는 기업들의 유연근무제 사례를 통해 건강한 워라밸이 형성되려면 어떤 제도와 문화가 필요할지 알아보겠습니다.

근무시간이라는 틀을 바꾸는 혁신 기업들

먼저, 근무시간에 혁신을 꾀하는 기업들을 살펴보겠습니다. SK텔레콤(이하 SKT)2주 단위총 80시간 범위에서 직원 스스로 근무시간을 설계할 수 있는 ‘자율적 선택 근무제(Design Your Work & Time)’를 2018년 2분기 중에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마감 등의 업무로 매월 마지막 주 업무량이 많은 직원은 이를 근무계획에 미리 반영해, 그 직전 주는 40시간 이하로, 해당 주는 40시간 이상으로 계획할 수 있으며 하루의 근무시간도 기존의 8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매주 특정 요일에 학원 수강이나 운동 등을 하는 직원은 해당 요일 근무시간을 줄이고 주중 다른 요일 근무시간을 늘려 자기 계발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SKT는 “회사가 근무시간을 통제하는 일률적·관리적 방식의 근무시간 단축 방식을 지양하고, 회사와 구성원이 신뢰를 기반으로 개별적·자율적 방식으로 일하는 시간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임직원 개인이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자율출퇴근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하루에 최소 4시간 이상 일하되 일주일에 40시간으로 정해진 근무시간만 채우면 개인의 업무 스타일에 맞게 요일별로 출근과 퇴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 정시 퇴근만 해도 가능해

▲ 워라밸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핵심은 ‘약속한 근무 시간 외의 나머지 시간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별한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원칙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구성원들의 저녁이 있는 삶, 퇴근 이후의 삶을 돕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식품기업인 대상에서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을 ‘가족사랑데이’로 지정해 예외 없이 전 사원이 정시 퇴근을 해야 합니다. 가족사랑데이에 오후 5시 30분이 되면 일제히 사무실 불이 꺼지고 퇴근하라는 사내 방송이 나옵니다. 이를 위해 영업부서는 오후 2시쯤 미리 마감을 한다고 합니다.

대상은 평소에도 정시 퇴근 장려를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녁 7시 근무까지는 퇴근 유예가 가능하지만 7시 이후까지 근무를 희망한다면 미리 신청을 해야합니다. 별도의 신청 없이 오후 7시 이후까지 컴퓨터가 켜져 있는 등 근무 기록이 남으면 부서와 부서장한테 불이익이 가는 방식을 통해 정시 퇴근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본부는 친근한 방식으로 정시 퇴근을 유도합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해 오후 6시가 되면 슈퍼키드의 ‘집에 가자’라는 노래를 크게 틉니다. 망설이지 말고 빨리 집으로 가자는 내용의 노래를 들으면 절로 어서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이 노래는 퇴근 시간인 오후 6시부터 6시 30분까지 세 차례 반복해서 나오는데, 앞서 오후 1시에 미리 한차례 가정의 날이라는 안내 방송을 합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가정의 날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다시 한번 취지를 살리자는 생각에 일반적인 안내방송 말고 재미있는 노래를 틀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행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근무시간 자체를 줄일 순 없을까?

‘과로 사회’라는 오명을 숙명처럼 견딘 한국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연간 2,069시간입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인 1,763시간보다 300여 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월 한 달을 주 52시간 근무제 시범운영 기간으로 잡았습니다. 다음 달부터 직원들의 근무 시간이 52시간을 넘는 부서장에 경고를 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개편할 예정입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여러 변수를 살펴보고 주당 52시간 근무체계를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LG전자도 이달부터 일부 사업 부문에서 주 52시간 근무체제를 도입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 분위기는 IT업계의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유통업계도 근무시간 관련 제도를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의 경우, 대기업 중 처음으로 2018년 1월부터 임금 삭감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로써 신세계는 하루 7시간 근무,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 to 5제’를 시행하게 됐습니다. 신세계 측은 “임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과감히 제공함으로써 선진 근로문화를 구현하고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으로 전환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만’하는 사회에서 이제는 행복할 수 없는 사람들

▲ 워라밸의 실현은 개인의 삶이 달라질 수 있는 기본 환경이 설정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의 유연근무제 실천 시도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교훈만 남기고 끝난 사례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작정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조직 내 구성원의 근무 행태, 회의, 의사결정 방식, 일과를 점검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스마트 리디자인(smart redesign)’을 통해 근로자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고, 회사는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제도적인 바탕 역시 필요합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직업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는 워라밸이 아직 먼 나라 이야기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서울 소재 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한 직장인은 “워라밸은 말 그대로 남의 이야기 같다”라고 말하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야근도 비일비재한 데다, 야근수당까지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라면서 “법으로 정한 수당까지 안 주는데 추가 복지를 바란다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푸념하기도 했습니다.

워라밸은 제도적 장치라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문화로 접근해야 하는 개념입니다. 일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일’만’ 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과하게 일하는 사람은 결국 지치고, 재미는 소진되기 마련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일은 삶의 ‘일부’이며, ‘일’과 ‘삶’이 양립하는 행복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마음가짐이 우리 사회 전반에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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