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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스마트폰 로컬 업체들이 몰락한 이유

2018.02.13 FacebookTwitterNaver

“인도 시장에서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최근 IT 신문에서 가장 핫한 뉴스 중 하나입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의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누르고 2017년 4분기에 1위를 했다는 소식인데요. 샤오미만이 아닙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의 40% 이상을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상황입니다. 그 아래 5위권만 봐도 오포(Oppo)나 비보(Vivo), 그리고 중국 시장에선 잊힌 존재인 레노보(Lenovo)까지, 모두 중국 업체들이 차지했습니다. 중국 업체의 강세로 인도 로컬 업체인 마이크로맥스(Micromax), 라바(Lava), 그리고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 등은 자리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업체들은 어떻게 삼성전자와 인도 로컬업체들을 누르고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려고 합니다.

제2의 중국, 인도 시장, 똑같이 하지만 다르게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2015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1위였고, 마이크로맥스나 인텍스, 라바와 같은 인도 로컬 브랜드 업체들이 그 뒤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이상이 감지된 건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인도 시장에 투자하며 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2016년부터였습니다.

샤오미는 2014년 중국 시장에서 홍미의 성공을 발판으로 그해 말 인도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였습니다. 하지만 퀄컴과의 특허 문제와 덜 성숙한 모바일 인터넷 문화로, 기존 중국에서 펼쳤던 온라인 전략은 인도 시장에서 큰 효과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샤오미 브랜드를 퍼뜨리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10~20대의 바이럴 마케팅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구매를 더 선호하던 인도인들의 구매 패턴도 샤오미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샤오미는 초반의 시행착오를 통해 인도 시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성공했던 전략을 인도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처럼 글로벌 전략이 통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과는 달리, 가격이나 기능, 지역화된 서비스에 민감한 중저가 시장은 현지화 전략이 필수였습니다. 결국 샤오미는 인도인을 통해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현지화 전략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펼쳤던 전략을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온라인 전략과 10~30대의 모바일 인터넷에 익숙한 소비자층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대신 인도인의 습성에 맞는 오프라인 매장 및 행사를 확대하고, 기존 광고 매체를 통해 브랜드와 제품을 더욱 알렸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6년부터 조금씩 성과를 내더니 2017년 4분기에는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 인도 시장 내 중국 Vivo 매장

오포나 비보 역시 중국에서 펼쳤던 전략으로 인도 시장에 접근했는데요. 2014년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들은 오프라인 전략을 핵심으로 인도 시장 공략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전략은 중심 도시가 아닌 주변 위성 도시를 중점적으로 공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중국에서도 시행했던 전략이었는데요. 이렇게 오보와 비보는 위성 도시에 자신들의 매장을 늘리는 데 집중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브랜드와 제품 홍보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를 위해 대략 250여 개 도시에 2만 개가 넘는 매장을 확보하고 1억 위안(한화 약 17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가성비가 전부가 아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분이 알고 계실만한 내용입니다. 중국 업체들의 인도 시장 전략이 과거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방식과 유사하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시장 조사 기관에서 분석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업체들은 왜 중국 업체들에 맥을 못 추고 밀려나는 걸까요? 분명 인도 업체들 역시 ‘가성비’라는 중요한 무기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인도 내 유통망을 갖추고 있었고 인도 소비자들의 특성을 더욱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업체의 공격적인 전략에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시장에서 점점 사라지는 상황입니다.

해답은 중국의 ODM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인도 업체들은 자체적인 연구 개발 인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즉,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다른 외주 업체에 제품 개발을 위탁해서 생산하는 형태입니다. 일부 소프트웨어 현지화와 서비스 개발 인력이 있지만,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주요 핵심 인력은 거의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개발과 생산은 중국의 ODM 업체들에 맡긴 상황입니다. 물론 인도 업체들은 주문자 위탁 생산 방식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시장의 상황에 맞게 수급해 올 수 있는 유연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2015년까지 고가 시장은 삼성전자가, 중저가 시장은 인도 로컬 브랜드 업체들이 사이좋게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상황은 바뀝니다. 똑같은 가성비를 무기로 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은 자국의 ODM 업체를 통하면서도 차별화된 기술력과 부품 공급력, 그리고 이를 전달할 마케팅 방법까지 갖춘 상황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샤오미나 인도의 마이크로맥스는 중국의 ODM 업체인 윙텍에서 제품을 공급받습니다. 물론 두 회사 모두 같은 사양으로 제품 개발을 의뢰할 수 있고 이를 비슷한 가격에 시장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샤오미는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고 본사 부품 공급망을 통해 핵심 부품을 관리합니다. 단순히 윙텍이 제안한 디자인 중 하나를 고르고 제품 개발 및 생산을 의뢰해 마이크로맥스 딱지만 붙이는 수준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품질이나 제품 성능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이러한 노하우를 가진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인도 로컬 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중국의 공세는 스마트폰 시장뿐만 아니라 인도의 피처폰(일반 휴대폰) 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아이텔(ITEL)을 브랜드로 두고 있는 트랜션(Transsion) 같은 일부 중국의 ODM 업체는 자신의 브랜드로 직접 인도 피처폰 시장에 진출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장악을 시도 중이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어렵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단일 시장인 인도에서도 샤오미나 중국 업체들이 턱 밑까지 쫓아왔다고 합니다. 이제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을 제외한 나머지 60%를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자체 공급망을 갖추고 제품을 디자인ㆍ설계ㆍ개발할 능력까지 갖춘 중국의 수많은 업체는 우리가 주의해야 할 존재입니다.

디자인이나 서비스, 핵심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제품을 위탁 개발ㆍ생산하는 방식으로는 인도 로컬 업체들처럼 시장에서 쉽게 따라잡힐 수 있습니다. 이제 5G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디바이스 수요를 채우려면 중국 ODM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도 로컬 업체들의 몰락은 우리가 어떤 접근법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번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글. 최형욱(커넥팅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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