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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기본소득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2018.06.14 FacebookTwitterNaver

▲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갑에 매달 70만 5천 원이 아무 대가 없이 채워진다면 어떨까요? 이 기분 좋은 상상이 북유럽 핀란드에서는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핀란드에서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실업수당 수령자 가운데 정부가 무작위로 선정한 2,000명에게 매달 560유로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구성원에게 자산의 유무, 근로 여부, 가족 구성,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소득보장제도인데요. 눈여겨볼 점은 기본소득을 도입하길 원하는 이들 중에는 정통 경제학자 이외에도 실리콘밸리의 거인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왜 IT기술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본소득에 관심이 있는 것일까요?

실리콘밸리의 테크노 막시스트가 꿈꾸는 미래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창업자 겸 CEO인 일론 머스크,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 벤처기업을 발굴한 투자 기업 와이콤비네이터의 CEO인 샘 올트먼 등 실리콘밸리의 쟁쟁한 인물들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이들입니다.

자신들의 생각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기도 했는데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이베이를 비롯한 기업들은 기부단체인 기브다이렉틀리(give directly)가 케냐에서 운영 중인 12개년 기본소득 프로그램에 총 2,400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습니다.

샘 올트먼은 2016년 8월부터 5년간 연구를 지원하며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여러모로 진행하며 기본소득의 가능성을 점쳐보고 있답니다.

▲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도 기본소득과 관련해 다양한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 한겨레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러한 움직임은 19세기 생산수단의 공공소유를 외쳤던 공산주의자들의 주장과 상당 부분 유사한데요. 이 때문에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실리콘밸리의 거인들은 테크노 막시스트(Techno-Marxist)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테크노 막시스트들은 왜 이렇게 기본소득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최근에 IT 기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다양한 IT 기술이 등장하며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고용시장에서 사람이 설 땅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은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를 통해 향후 5년간 일자리 500만 개 이상이 사라진다고 경고했지요. 그들이 경고한 5년 이후에는 거의 모든 일자리에서 인간의 직업이 기계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것입니다. 이러한 IT 기술이 초래할 디스토피아적 전망에 따라 21세기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 운동)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요.

▲ IT 기술에 의한 세계 일자리 수 감소 전망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네이버 테크플러스

테크노 막시스트들은 이러한 우려에 대비해 IT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게 될 경우 인간의 역할은 달라질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미래에 IT기술로 인해 노동에서 벗어나 자기계발과 여가를 즐기는 존재인 호모 루덴스(hono ludens)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호모루덴스가 노동에서 벗어나 즐기는데 필요한 비용은 기본소득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입니다.

즉 기본소득은 테크노 막시스트가 꿈꾸는 테크놀로지컬 유토피아(Technological Utopianism)를 이룰 마스터키인 셈입니다. 그들이 열심히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가 이해 되시나요?

가장 큰 함정은 비용

하지만 이상을 막는 건 언제나 현실이듯, 테크노 막시스트가 꿈꾸는 바를 막는 건 국가의 예산입니다.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보장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스위스는 2016년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진행한 결과 부결되었는데요. 기본소득을 제공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재원 조달을 감당할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IT 기술 발전이 곧 매출로 연결되는 테크노 막시스트들은 필연적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할 사람들의 일자리로 인해 변화할 경제적 변화상에 대해 앞으로도 지속해서 고민할 것입니다. 그 가운데 기본소득은 작은 신호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컬 유토피아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IT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건설적인 미래를 구상할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시기인 점은 확실합니다.

글. 민준홍(커넥팅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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