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취업부터 하고 대학 갈래요”, 대입 전략도 바뀐다?

2018. 06. 19

▲ 인구쇼크는 대학 신입생 감소로 이어집니다

“인구쇼크로 인한 입학생 부족으로 문을 닫는 대학들이 속출할 것이다.”

이 말이 믿어지시나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진학률과 치열한 입시 경쟁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대학이 문을 닫다니요? 한국의 대학에도 인구쇼크의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비혼 초저출산’ 현상은 대학에 입학할 신입생 수를 감소시키고 학생 감소는 대학의 위기를 낳습니다.

대학의 위기는 대학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현재 중고교 학교교육 및 입시제도와 연결돼 있고 또한 청소년 세대들의 미래 계획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보다 대학가기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에 무작정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인식이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수십 년 전 인구구조에서 만들어진 교육과 입시제도의 틀이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입니다.

우선 일본의 사례를 볼까요? “2018년 일본 국립대학은 도산 위기에 처한다. 18세 인구 급감으로 정원 미달이 속출한다. 사립대학은 이미 40% 이상이 정원 미달이며 건학 이념도 특색 있는 교육도 사라진다” 인구정책 전문가인 가와이 마사시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이 일본에서 작년에 펴낸 저서 ‘미래연표’에서 설명한 내용입니다. 몇 년 후가 아닌 당장 올해 2018년 일본의 ‘대학 붕괴’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구변동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10~15년 정도 뒤따라 가고 있다고 합니다.

▲ 연도별 대입 응시자 추이

이제 우리나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봅시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8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대학의 총 입학정원은 48만5,318명, ‘입학자원’이라 부르는 대입 응시자 수(고3 수험생, 재수생, 진학률, 정원 외 입학 등 모두 포함해 추정)는 약 52만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입 응시자 수는 지금의 중3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2022년 41만 명 수준으로 떨어져 현재의 입학정원이 유지된다면 약 7만 명 이상의 정원 미달이 발생하게 됩니다. 물론 교육부는 이런 충격을 막기 위해 대학별로 평가 작업을 벌여 정원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대학 입학 정원과 응시자 추이

입학생이 부족해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학생 수가 적은 대학, 특히 지방 사립대들은 큰 위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지방 사립대들의 운영이 어려워지면 주변 상권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지역 경제를 받쳐주던 기업들이 철수할 것이고 지방 생활이 불편해지면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입니다.

입시경쟁이 완화되면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연간 약 18조 원에 이른다는 사교육 시장은 위축되고, 사교육 부담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높은 집값과 더불어 혼인과 출산을 꺼리게 하는 핵심요인 중 하나였던 사교육이 줄어든다면 긍정적인 결과도 기대해볼 만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예고된 충격을 앞둔 우리는 어떤 인사이트를 얻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넓은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대학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두 가지 방향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되리라 예측합니다.

첫째는 ‘선취업 후대학(후진학)’이 대세로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당연하다는 듯 대학 입시에 뛰어듭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고등학생 시기에 진로를 탐색하고 졸업 이후 본인의 적성을 찾아 취업을 하는 경로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그리고 취업 후 필요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죠. 대학 입장에서도 이제 고3 수험생과 재수생만으로 정원을 채울 수 없는 사회를 마주하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의 신입생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정부도 ‘선취업 후진학’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둘째는 대학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의 변화입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20대 초반 대학의 간판이 우리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 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배운 전공 하나로 평생 직업을 갖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인생 2모작은 물론 ‘N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입니다. 새로운 직업과 풍요로운 인생을 모색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교육을 활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구쇼크’로 인한 대학과 대학입시의 변화는 한국 사회에 여러 가지 큰 파장을 불러올 것입니다. 당장의 입시 성공 여부와 학교 간판 등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선 긴 안목으로 나의 미래를 설계해보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