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욜로’에서 ‘미닝아웃’까지, 1인 가구가 트렌드를 주도한다?

2018. 06. 26

2017년은 ‘YOLO(You Only Live Once)’의 시대였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내 방식대로 즐기자”는 문화가 유행처럼 번진 한 해였습니다.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며 소비 활동을 한다는 ‘1코노미(일코노미)’도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트렌드 코리아 2018’에 따르면 ‘미닝아웃(Meaning Out)’과 ‘소확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합니다. ‘미닝아웃’이란 개인 간의 취향을 넘어 사회적 신념을 커밍아웃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인 것으로 나를 위해 작고 사소한 행복의 경험을 추구하는 문화를 말하죠.

‘욜로’와 ‘1코노미’에서 ‘미닝아웃’과 ‘소확행’으로 이어지는 트렌드의 변화는 인구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이 키워드들의 공통점은 바로 ‘나’를 우선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 우선의 사회문화적 트렌드와 1인 가구의 드라마틱한 증가가 동시에 우리 사회에 나타난 것은 과연 우연일까요?

1인가구가 변화시킨 소비시장과 유통 채널

1인 가구의 급증은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온 ‘가정’ 개념을 확 바꾸고 소비 시장이나 유통 채널, 기업의 생산 품목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또 라이프 스타일, 사회 문화적 가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편의점입니다. 편의점 업계는 1인 가구 급증의 흐름에 발맞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도시락과 1인분으로 먹기 좋은 냉동식품은 물론 한 컵 과일 등 1인 가구를 위한 거의 모든 것을 갖춰놓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제육볶음, 각종 젓갈, 고등어구이 등 대형마트 못지않은 한 끼 반찬들이 등장했습니다. 실제로 한 편의점의 반찬류 매출 증가율을 보면 2015년엔 2.4%였던 것에 비해 2017년 13%, 2018년 1분기에는 무려 42%로 껑충 뛰었다고 합니다(출처: 2018-05-07 MBC 뉴스투데이). 편의점은 이제 ‘편맥(편의점 맥주)’, ‘편술(편의점 술)’ 등을 무기로 솔로족들의 생활 기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편의점과 대조적으로 1인가구 시대에 고전을 겪는 곳이 대형마트입니다. 1990년대 말에 등장한 대형마트는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대형마트를 찾아 일주일 치 장을 보곤 했습니다. 한두 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 시간을 보내기 딱 좋은 공간이었죠. 그러나 가구원 수가 줄어들면 굳이 대형마트를 찾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대용량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대형마트 대신 소용량, 소포장으로 출시되는 편의점, 동네 수퍼마켓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생필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가성비 높은 생필품을 다양하게 판매하는 다이소 등 새로운 유통업체들이 눈에 띄게 성장하는 것도 눈에 띕니다.

유통 및 소비시장의 판도 변화는 가전 제품이나 승용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4인 가구에 비해 1인 가구는 큰 냉장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보관할 식재료 양이 줄어 오히려 짐이 될 뿐입니다. 앞으로 1인 가구에 어울리는 크기의 작은 냉장고, 1인용 커피포트, 작은 세탁기 등 기존과 다른 새로운 규격의 가전 제품이 대세가 될 것입니다. 또 ‘가족=4인’이라는 인식 때문에 자동차도 4인 이상이 타는 것을 예상하고 만들었다면 이제는 2인승 이하의 자동차가 대세로 떠오르진 않을까요? 더 이상 한국 사회 가구의 기준은 4인이 아니기 때문이죠. 소형 평형 아파트 선호 현상도 같은 이유입니다.

1인 가구의 보편화는 사회문화적인 인식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4인 가족 시대의 규범과 가치, 삶에서의 우선순위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 혼자 독립적인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나만의 개성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자신과 반려동물을 동일시하고 아낌없이 투자하는 ‘펫미족(Pet+Me의 합성어)’의 등장도 같은 맥락입니다. 반려동물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고 위로를 받는 1인 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2017년 2조8900억 원에서 올해 3조6500억 원을 돌파하고 2019년에는 4조6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흐름은 반려동물 시장이 반려동물용품 렌탈, 다이어트, 인테리어, 장례 서비스, 전자 기기, 가구 등으로 ‘무한 확장’해 새로운 거대 산업의 등장을 예고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도, 아이돌 스타나 영화 캐릭터 굿즈를 소비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결국 ‘나’를 위한 일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자매와 함께 살던 과거와는 달리 나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문화적인 흐름은 더 커질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저서 ‘정해진 미래’에서 “인구가 많으면 또래끼리의 경쟁도 심해져 옆집이 새 TV를 사면 나도 샀는데, 이제는 큰 화면으로 보고 싶은 사람은 대형 TV를 사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사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과거에는 옆집이 뭘 샀는지 따지는 ‘what’ 중심의 소비였다면, 이제는 내가 이걸 왜 사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why’ 중심의 소비로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구쇼크의 파장 중 3명 중 1명이 나 혼자 사는 1인가구의 급증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우리의 삶과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입니다. 이런 인구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최근 사회문화적 트렌드도 훨씬 선명하게 이해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