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편. 5명 중 1명은 노인 간병에 매달린다?

2018. 07. 03

▲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中. 자료: 네이버 영화

동명 영화로 개봉되기도 한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 알란은 100번째 생일을 맞아 양로원에서 도망쳐 나옵니다. 동기는 없습니다. 그저 남은 날을 기다리면서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달갑지 않았을 뿐입니다. 시종일관 ‘나이? 그깟 게 뭔데?’ 라고 질문을 던지는 듯한 유쾌한 알란의 이야기는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많은 독자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100년을 넘게 사는 삶을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모두가 오래 사는 100세 시대는 과연 축복일까요? 2015년 센서스 통계에 따르면 100세인은 2000년에 934명, 2005년에 961명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가 2010년에 1,836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2016년 100세 이상 인구는 3,486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앞으로 이 숫자는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입니다. 노인인구 증가 현상은 어떤 미래를 예고할까요?

100세 시대의 도래는 분명 인류에게 축복입니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5명중 1명이 되는 초고령사회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간병, 즉 노인돌봄 문제입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015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1세, 건강수명은 73.2세라고 발표했습니다. 기대수명이란 출생 직후부터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말합니다. 건강수명은 평균 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몸이 아픈 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말하죠. 즉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약 73세가 지나면 질병이나 사고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9년 정도를 지내다가 생을 마감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흔히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병상에서 생의 마지막 9년 정도를 누군가의 간병을 받으며 병상에서 지낸다는 것입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는 ‘노인 간병’은 그 동안 전통적인 ‘가족’의 틀에서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홀로 사는 고령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통계청은 2025년 전체 1~2인 가구 중 고령자 가구 비중이 65% 이상으로 예상) 이들은 가족 대신 국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고 이것은 미래에 큰 사회적 비용이 될 것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을 보면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총무성은 2017년 90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노인인구가 이처럼 크게 늘어나면서 일본은 현재 전체 취업자의 13%(823만 명)가 간병 관련 일을 한다고 합니다. 2040년에는 이 비율이 19%(1065만 명)로 늘어난다고 내다봤죠. 즉 5명 중 1명 가량이 노인을 돌보는 간병 종사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자신의 가족을 직접 돌보는 인구까지 합하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조선일보 2018-5-23)

게다가 사회의 노인 관련 비용인 연금과 의료, 간병 비용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면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노인 돌봄 문제에서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치매노인 간병’과 ‘노노(老老)간병’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의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라고 합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치매환자 수는 약 72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80대 아내가 80대 남편을 간병하거나, 70대 노인이 90대 부모를 간병하기도 합니다. 노쇠한 노인이 배우자나 부모를 간병하는 ‘노노간병’의 사례도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르신을 모시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간병실직’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사회를 걱정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피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겐 대비할 시간이 있을 뿐 아니라 일본 사회와 같은 ‘참고서’도 있기 때문이죠. 미리 준비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불편한 미래 속에서도 인사이트를 빨리 찾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나 성공의 열쇠를 찾을 수도 있겠죠. 다음 편에서는 초고령사회에 달라질 사회문화적 변화와 신풍속도를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