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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 저출산 대한민국, ‘취업 천국’ 된다?

2018.07.10 FacebookTwitterNaver

▲ 인구구조와 미래 일자리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 취업박람회 찾은 구직자를 대상으로 자사 홍보하는 일본 기업 직원들 ⓒMBC 뉴스투데이 (2017-06-08)

‘오와하라(おわハラ)’라는 일본 신조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끝내라(おわれ)’는 뜻의 일본어와 괴롭힘을 뜻하는 영어(harassment)의 합성어인데요. 구인난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대학 졸업 예정자에게 취직 약속을 받은 뒤 마음이 놓이지 않아 더는 구직 활동을 못 하도록 방해하고 괴롭힌다는 의미입니다. 일자리는 넘쳐나지만 일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해 벌어지는 해프닝이죠. 도대체 일본의 취업 시장은 어떻길래 이러한 풍경이 연출되는 것일까요? 지금 ‘취업 전쟁’을 겪는 우리 사회도 머지않아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2018년 상반기 일본 대졸자 취업률이 98%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일본 내 체감 실업률은 0%, 유효구인배율은 1.59배로 나타났습니다. 유효구인배율이란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의미합니다. 같은 시기 한국은 0.6배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정말 높은 수치죠. 심지어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다른 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막는 행태가 만연하다고 하니 그야말로 취업 천국, 일자리 천국이 따로 없어 보입니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쇼크를 우리보다 훨씬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 대졸 인력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청년들은 “이게 실화?”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상황인데 일본처럼 대졸 청년들을 서로 모셔오려고 하는 일이 벌어질까요?

일본의 ‘대졸 실업률 0% 현상’을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살펴볼까요? 일본은 최근 경기 호황으로 인력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 시행으로 기업 이익이 개선되며 일자리가 늘어난 것입니다. 엔화약세와 법인세 감면 등으로 해외에 있던 일본 제조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며 일자리를 늘렸습니다.

그러나 인구학적 관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공급의 감소, 즉 취업 희망자의 절대 수치가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굳어진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 감소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세~64세)는 1995년 8,726만 명을 정점으로 2016년에는 7,656만 명으로 1,070만 명이 감소했습니다. 인구비중도 69.8%에서 60.8%까지 줄어들었죠. 게다가 ‘단카이 세대’, 즉 일본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하는 47~49년생이 65세 정년을 맞이하면서 대거 은퇴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노동력의 공백으로 이어졌죠.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극심한 청년실업과 취업난을 겪었습니다. 1995년과 2003년까지 일본의 유효구인배율은 평균 0.6배로 2018년 1.59배와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세대를 일본에서는 ‘빙하기 세대’라고 부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취업난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를 살펴볼까요?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1995년 후 약 20년 만에 노동 부족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비추어 볼 때 한국은 2016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3,763만 명)가 감소하기 시작해 2031년부터 노동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게다가 다른 선진국 대비 훨씬 낮은 출산율 때문에 생산가능인구 감소속도가 더 빠를 것입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2027년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 대비 7% 감소하고, 20대 청년 인구는 20%나 줄어 약 10년 후부터 노동 부족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면 우리도 지금 일본처럼 취업 천국이 될 수 있을까요? 기대와 걱정이 공존합니다. ‘아베노믹스’의 설계자로 알려진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5~6년이면 대졸자를 완전 고용할 수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청년 고용은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경제 대국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2030년 대한민국도 일본의 2015년처럼 호황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경제상황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거시적인 인구 특성을 고려하면 일본과 상당히 닮아있기 때문에 지금의 일본을 통해 미래 우리의 경제상황을 투영해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성장의 지속으로 인한 신규 취업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결국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지속되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리라는 전망입니다.

이처럼 인구구조와 미래 일자리의 관계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동반성장, 일자리 쏠림현상 해소, 중소기업 육성, 출산 장려정책 등을 통해 우리만의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인구구조 상으로 볼 때 우리는 취업난에 이어 노동인구 부족 문제에 맞닥뜨릴 것입니다. 준비 없는 노동인구 부족은 결코 축복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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