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편. ‘그들’의 은퇴가 내 일자리에 영향을 준다고?

2018. 07. 17

▲ “사람들의 분노를 들어라” 201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연금 지급 연령 연장에 반대하는 청년들의 시위 모습

지난 2010년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기존 60세 정년을 62세로 늦추고 연금 전액 수령 연령도 65세에서 67로 높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 이후 프랑스는 한 마디로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고령자의 비중이 너무 커져 연금재정에 압박이 심해지자 프랑스 정부가 선택한 대책이었는데 민심은 폭발했습니다.

연금 수령을 앞둔 중년의 프랑스인들은 연금 지급을 늦추고 정년을 늘려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정부의 발상에 자신들의 안락한 노후의 꿈이 깨졌다고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당시 벌어진 격렬한 시위에 참가한 상당수는 젊은 세대였다는 것입니다. 왜 이들은 연금 수령의 당사자도 아닌데도 길거리로 나서 분노했을까요?

당시 프랑스 청년들이 분노한 이유는 부모 세대인 중장년층의 연금수령이 늦어진다는 것은 곧 은퇴도 미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고령층이 은퇴하지 않고 노동시장에 남아 계속 일하면 취업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죠. 사실 이와 같은 현상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모든 국가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특히 전례 없는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더욱 그렇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죠. 프랑스의 경우처럼 ‘일자리’와 ‘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2016년 인구조사 통계로 본 베이비붐 세대 인구 비율

우리의 현실을 대입해봅시다. 한국에서는 보통 1955~1964년생을 ‘베이비붐 1세대’, 1965~1975년생을 ‘베이비붐 2세대’라고 지칭합니다. 이 두 세대는 인구 크기가 비슷하고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이룩한 세대입니다. 두 세대가 태어난 시기(1955~1975년)는 우리나라 출생자 수가 매해 약 100만 명에 달했습니다. 2017년 출생자 수가 40만 명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정말 높은 수치죠. 산업화의 혜택을 크게 받은 베이비붐 세대들에 맞춰 입시정책, 주택정책, 복지정책 등이 자리 잡은 것입니다.

▲ 은퇴 후에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영화 ‘인턴’ 속 주인공. 출처: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베이비붐 1세대들은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실력이 녹슬지 않은’ 사람들은 단순직은 물론 안정적이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 경험을 요하는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사교육 등 자녀 양육에 올인하느라 노후 대비가 부족한 이들은 단순직, 전문직을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국가 입장에서 생각해볼까요? 베이비붐 세대가 한꺼번에 은퇴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노동시장의 공백을 둘째 치더라도 이들의 복지를 위해 들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급적 늦게 은퇴하는 것이 국가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현상일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 세대는 어떨까요? 아쉽게도 청년들의 취업시장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큽니다. 보통 경제활동에서 50대 이상 세대는 기술이 숙련되어 있으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 전문적인 일을 합니다. 20대는 신규취업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경력자들 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부가가치가 낮은 일을 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언급한 은퇴 후 돌아오는 베이비붐 세대들과 청년 세대들이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자리’ 측면에서 고령층과 젊은 층의 세대 갈등이 예상되는 지점이죠.

일자리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노후 생활을 책임질 국민연금도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프랑스의 사례처럼 결국 은퇴자의 연금 부양 부담은 결국 젊은 세대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주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연금을 받는 사람’과 ‘연금을 낼 사람’의 인구수 차이가 점점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젊은 세대가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처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중장년 세대와 청년 세대 간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격렬한 시위와 총파업으로 나타났죠. 일본에서는 오히려 정반대의 사회문화적 현상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사토리 세대’의 등장입니다. 사토리 현상은 성장기에 학습된 불황과 좌절에 길들여진 청년들이 아예 기성 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기만의 생활에 몰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출세와 돈벌이에도 관심이 없고 정규직 취업과 연애, 결혼을 포기합니다.

한국의 청년들도 아프기는 마찬가지 아닐까요?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청년들이 말하는 ‘헬조선’ ‘N포세대’와 같은 자조적인 표현들은 아프다는 신호”라며 “우리 사회가 청년들의 신호를 외면하지 않고 디딤돌이 되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베이비붐’이라는 인구학적 집단은 결국 우리 청년 세대들의 부모님들입니다. 그래서 모든 세대가 공존하고 타협할 수 있는 사회적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인구 변동 속 세대 갈등으로 인한 청년세대들의 고민과 생활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