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디즈니로 보는 오리지널 콘텐츠 전쟁

2018. 07. 18


무슨 일이든 최고가 되기 위한 전쟁이 극히 치열해지다 보면, 서로 닮을 수밖에 없나 봅니다. 콘텐츠의 질에 목을 매는 콘텐츠 사업자들의 경우라면 말입니다. 콘텐츠 플랫폼 기업 넷플릭스와 전통의 콘텐츠 강자 디즈니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리고 전쟁의 중심에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콘텐츠 기업들은 스타 콘텐츠가 스타 플랫폼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비디오 산업으로 시작한 넷플릭스를 *OTT 스타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한 것도 넷플릭스가 2013년 내놓은 오리지널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였죠. 이 드라마는 웹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 골든 글로브 등을 수상하며 넷플릭스의 가치를 한껏 높여줬습니다. 상대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취약한 이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내놓은 것도 오리지널 콘텐츠였습니다.
*Over The Top의 준말로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2018, 더욱 치열해진 오리지널 콘텐츠 전쟁

▲ 2018년 6월 종영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추리 예능 ‘범인은 바로 너’
넷플릭스는 칸 영화제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필두로, 2018년에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총 10회로 종영한 추리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이외에도 하반기 드라마 ‘킹덤’과 시트콤 ‘YG 전자’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SBS 인기 예능 런닝맨의 PD, 시그널의 작가, 빅뱅의 승리까지 ’하우스 오브 카드’가 그랬듯이, 타깃 시장의 소비자가 이름만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출연진을 20~40대의 연령대로 배치해, 영화부터 예능까지의 전 장르 제작진을 섭외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무서운 것은 이 콘텐츠들이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동남아를 넘보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범인은 바로 너’의 경우 출연진들의 연기가 들어가 있어 콩트에 가까운 예능으로, 리얼리티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미진한 반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출연진이 유재석, 박민영, 이광수, 안재욱 등 범 아시아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류스타들로 구성되어 오히려 한국 밖 아시아권 소비자를 더 끌어들일 수 있다는 해석이죠.

각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지역 특화 타깃팅된 높은 품질의 콘텐츠를 보기 위해 몰려듭니다. 또한 이런 콘텐츠는 현지 사업자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유일무이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다면, 계약 성사부터 채널편성까지 보다 콘텐츠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디즈니가 되고 싶은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되고 싶은 디즈니

▲ 넷플릭스는 이제 디즈니가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유튜브 캡쳐

그리고 넷플릭스는 이제는 디즈니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콘텐츠 제작 및 수급에 80억 달러를 쏟아붓고, 700여 개의 신규 오리지널 TV쇼 및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단순히 콘텐츠 수만 확대하는 게 아닙니다. 캐릭터 상품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디즈니처럼,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수익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드라마 ‘Stranger Things’ 등의 MD 상품(Merchandising, 기획상품)들을 전문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등 콘텐츠의 수익 다각화에 힘쓰는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에 콘텐츠 왕국 디즈니는 거꾸로 넷플릭스가 가진 플랫폼 장악력을 갖겠다고 나섰습니다.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고, 2019년부터 자체 브랜드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디즈니 산하의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등 대규모의 콘텐츠 VOD를 포함해 디즈니가 앞으로 내놓을 새로운 오리지널 TV쇼는 여기서만 제공됩니다. 디즈니의 이러한 도전은 지난 2월,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ESPN+까지 내놓으면서 OTT 서비스에 이미 한 발을 내디딘 상황입니다.

이 전쟁의 끝에서 두 기업은 점점 닮아갑니다. 플랫폼 기업은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를 통해 입지를 넓히고, 콘텐츠를 제작하던 기업은 플랫폼을 만드는 동시에 장점인 콘텐츠에 더욱 공을 쏟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이 게임이 과연 승자가 따로 있는 걸까요?

이 전쟁이 치킨 게임이 되지 않으려면

▲ 중국의 유쿠 투도우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서비스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유쿠 투도우 홈페이지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해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소비자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10~30대 젊은 층은 유튜브(Youtube)와 *트위치(Twitch)의 짧은 유머 클립, e스포츠 스트리밍, 개인 스트리머의 ‘꿀팁’ 동영상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 사업자들도 OTT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넷플릭스 못지않은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시작했죠. 이제 흥미로운 콘텐츠는 곳곳에 널려 있으며,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본사로 두고 있는 게임 전용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

넷플릭스의 미개척지인 중국 시장도 이미 자국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드라마나 영화를 서비스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중국의 유쿠 투도우(Youku Tudou)만 해도 열혈장안, 장군재상 등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서비스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iResearch)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OTT 시장 규모가 24조 4,388억 원에 달하며, 연평균 성장률 30%의 고성장을 이어가리라 전망했습니다.

이미 과밀화되기 시작한 콘텐츠 시장의 포화에 계속해서 오리지널 콘텐츠만으로 승부하는 것은 그야말로 서로 부딪쳐 부서질 때까지 달리는 치킨 게임(Chicken Game)이 아닐까요? 이럴 때일수록 오리지널 콘텐츠의 치열한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수익화 모델에 대한 고려라고 봅니다.

비록 앞서 설명한 것처럼 콘텐츠 기반의 MD상품 등을 개발하고는 있지만, 넷플릭스의 주 수익원은 콘텐츠 소비자들이 내는 구독료입니다. 작년 트위치가 ‘제휴(Affiliate) 스트리머’ 등급을 신설하면서 수익 창출에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 공급자 수를 늘리고, 게임이나 제품을 광고할 수 있는 ‘익스텐션’ 기능을 내놓으면서 생태계 조성과 향후 수익 창출로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과는 다소 대조적이죠. 물론, 쌍방향 방송과는 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 초 CJ 오쇼핑의 CJ E&M 흡수합병에서 보듯이, 이런 시장에서 콘텐츠만으로 강력한 힘을 기대하기보다는 직접적인 수익사업과 시너지를 도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 서로 닮아가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의 치열한 콘텐츠 전쟁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누군가가 무릎을 꿇으며 끝이 날까요, 혹은 신묘한 전술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까요? 이들의 다음 행보, 이 전쟁의 다음 국면이 무척 기대됩니다.

글. 스웨이드킴(커넥팅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