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 ‘소확행’에 청년 세대 비애 담겼다고?

2018. 07. 20

▲ 인기 만화 <도라에몽> 주인공들의 20년 후 모습을 그린 도요타의 2011년 광고 ⓒ도요타

2011년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도라에몽> 실사판 광고가 일본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기 만화 <도라에몽> 속 주인공들의 20년 후 모습을 그린 이 광고는 시리즈 10편이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30세가 되도록 운전 면허도 없고 차도 없는 주인공 ‘진구’가 멋진 차를 끌고 나타난 어린 시절 라이벌 ‘비실이’에게 여자친구를 뺏긴다는 내용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선보였죠. 그렇다면 도요타는 왜 이런 광고를 만들었을까요? 미래의 고객인 일본 젊은이들이 자동차 구매에 관심이 없고, 심지어는 운전 면허도 아예 따려고 하지 않는 풍조에 위기감을 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 일본의 젊은이들은 어쩌다 이런 광고가 등장할 만큼 자동차에 무관심한 세대가 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른바 ‘사토리 세대’의 등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토리 세대’는 1980~2000년 일본의 장기 불황이 이어졌던 이른바 ‘잃어버린 2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뜻합니다. 사토리는 ‘깨달음, 득도’라는 뜻을 지닌 일본어죠. 이들은 성장기에 학습된 불황과 좌절을 통해 자기만족의 범위에서 행복을 찾는 특성이 있습니다. 출세와 돈벌이는 물론 소비에도 큰 관심이 없죠.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습니다. 높은 기대 수준은 좌절만 초래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아예 욕망의 수준을 낮추면서 이런 사회 현상이 생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도 ‘한국판 사토리 세대’의 등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들이 출현한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현상이 똑같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청년 세대들도 이미 ‘취업절벽’, ‘N포세대’, ‘헬조선’ 등 부정적인 키워드에 익숙합니다. 여기저기서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유일한 세대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심지어 2017년 트렌드를 주도한 ‘욜로(YOLO)’ 문화나 최근의 ‘소확행’과 같은 키워드도 청년 세대들의 불안한 입지를 반영한 것일 수 있습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쟁이 심화한 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다 보니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환경에 사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마치 미래에 대한 기대수준을 최대한 낮추고 자기만족의 범위에서 행복을 찾는 일본의 사토리 현상과 문화적 뿌리가 같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의 젊은 세대들에게 ‘욜로’나 ‘소확행’, ‘사토리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이 있지만, 여기에는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와 ‘저출산 세대’ 간의 인구학적 갈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벌어진 중장년 세대와 청년 세대 간 갈등에서 야기된 사회문화적 현상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는 줄고 있는데 은퇴 연령에 이른 베이비붐 세대들은 퇴직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입지가 좁아진 저출산 세대들이지만 거꾸로 훨씬 숫자가 많은 부모 세대들을 ‘국민연금’ 등의 형식으로 부양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진퇴양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부족한 일자리 환경에서 청년 세대가 택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불안정한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프리타’ 족의 확산입니다. ‘프리랜서’와 ‘아르바이트’의 합성어로 일본 사회에 등장한 프리타 족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서비스 산업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빠른 고령화로 인해 시장은 축소되고 전체 소비 자체가 줄어버리며 취업 시장도 순환하지 않아 여기에 밀려난 청년세대들이 ‘프리타’의 늪에 빠지고 있습니다. 20년 전 일본도, 2018년 우리도 프리타의 확산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꼽히고 있죠.

프리타의 문제는 한 번 프리타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계속 프리타로 살게 될 확률이 높고 정규직보다 임금과 사회적 신분도 낮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이 아직 낮고 높은 주거 비용, 물가 등을 고려하면 프리타 생활로 혼자만의 생활을 유지하기는 벅찹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결혼과 육아를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저출산 흐름을 더욱 강화해 우리 사회의 ‘인구 쇼크’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이어집니다.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이와 같은 현상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민간소비 증가에 기여해 경기 회복을 가져다 줄지 아니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역효과를 나타낼지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저 시급 인상은 한국식 프리타족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 문제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균형점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확행’이 2018년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들의 이런 풍조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문유석 판사는 저서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여건하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저성장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 행복 전략을 본능적으로 찾게 된다. 소소하지만 다양한 행복을 추구하며 타인과의 비교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분명 현명한 방법이다. 문제는 지속 가능한가다”고 말합니다. ‘사토리’와 ‘프리타’를 넘어 청년 세대들에게 지속 가능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