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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편, ‘낀 세대’ 베이비부머의 애환을 아시나요

2018.07.24 FacebookTwitterNaver

“베이비붐 세대는 나이 든 부모님을 모시면서 자식들에게는 손을 벌릴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자식한테 부양받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을 의미하는 ‘부포족’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부포족’이 될 전망입니다.” / 2018년 5월 8일 MBC 뉴스 中

“불운과 행운을 함께 가졌던 세대, 쓸쓸하고 찬란하다.”

지난해 말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이란 산문집을 펴낸 장석주 시인이 베이비붐 세대를 묘사하며 한 말입니다. 앞서 우리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중장년 세대와 청년 세대간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그로 인해 청년들이 설 자리를 잃고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그렇다면 인구쇼크가 대한민국 곳곳을 덮치고 있는 지금, 베이비붐 세대들의 고충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베이비붐 세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장석주 시인이 이야기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 생으로 ‘베이비붐 1세대’를 지칭합니다. 현재 50대 중•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인구수는 700만 명이 넘습니다. 저자는 60대 초반인 자신을 포함한 베이비붐 세대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우리 세대는 부모를 공양하고 모셨고, 또 자식들을 부양하는 세대다.”

그런 의미에서 베이비붐 세대들을 ‘낀 세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에게 부양 받지 못하는 세대이기 때문이죠. 부모에 대한 부양을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자식들에게 기대거나 손을 벌리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청년층의 취업난과 늦은 결혼, 고령층의 수명연장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인구 변동으로 인한 사회현상의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낀 세대’로서 베이비붐 세대들의 애환(?)을 들여다 볼까요?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용 부담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부담의 한 축은 자녀 양육입니다. 특히 취업난이 심해지고 내 집 마련도 어려워 독립이 늦어지는 청년 세대를 자녀로 둔 베이비붐 세대들은 생활비뿐 아니라 학자금과 결혼, 주택자금 등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20~64세 남녀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미혼 남녀의 4명 중 1명(24.9%)은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 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활비 절약(39.2%)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지만 독립자금 부족(33.4%)과 집값 부담(27.4%)을 이유로 든 비율도 높았습니다. 게다가 취업이 어려운 탓에 첫 취업 연령은 평균 26.2세로 5년 전에 비해 0.7세 늦어져 그만큼 부모 세대의 비용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죠.

다른 한 축은 노부모 부양 부담입니다. 지난 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50~60대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은퇴 라이프 트렌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의 절반 이상(54.2%)은 노부모를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모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평균 22.5개월 동안 시설간병 비용을 부담했고 평균 비용은 2,727만 원이었습니다. 또 본인이나 형제 자매의 집에서 간병하는 재택 간병은 네 가구 중 한 가구(25.3%)이었으며 재택 간병은 평균 21.3개월, 총 비용은 평균 2,524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들이 가족 부양을 위해 지출하고 있는 자녀 생활비나 부모 간병비는 상황에 따라 조절하기 어려운 ‘고정비용’에 속합니다. 그만큼 가계 지출 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우리 사회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노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는 ‘더블케어’의 부담을 지는 경우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가계 부담을 늘리고 경기 위축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의 같은 조사에 의하면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모두 부양하거나 지원하는 ‘더블케어’ 가구는 세 가구 중 하나(34.5%)였습니다. 이들 중 매달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주는 경우는 71.1%로 성인 자녀에겐 월 평균 78만 원, 노부모에겐 월 40만 원을 주고 있다고 답했죠. 앞서 성인 자녀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이나 부모 부양만으로도 상당한 월 지출을 부담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블케어’ 가구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더블케어를 하는 10가구 중 4가구는 손주까지 돌보는 이른바 ‘트리플케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녀 양쪽을 모두 부양해야 하는 베이비부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전영수는 최근 저서에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2020년 문제’라고 정의합니다. 2020년부터 청년과 노인 사이에 끼어 있는 중장년의 위기가 더 커지고 가속화된다는 의미입니다. 2020년은 베이비부머의 ‘맏형’인 1955년생들이 65세로 진입하면서 본격 은퇴를 맞는 시점입니다. 그는 “중장년이 2020년부터 맞닥뜨릴 공포와 불안은 그간 소외된 이슈였다. 사회 여론도 중간에 낀 샌드위치 신세의 중장년의 문제는 일정 부분 배제해왔다”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베이비부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 한국 사회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청년 세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연금 문제로 인한 세대 갈등, 줄어드는 일자리, 노인 인구에 대한 사회적 간병 비용 등이 대표적이죠. 어쩌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을지도 모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민과 애환, 그리고 그들의 은퇴가 몰고 올 사회적 파장을 미리 인지하고 청년, 중장년, 노인 등 세대별 구체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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