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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편. 편의점에 가면 인구변화 트렌드가 있다?

2018.08.10 공감 3611 FacebookTwitterNaver

▲ 편의점에서는 우리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편의점. 생활 속 아주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이 우리 사회의 인구변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축소판 같은 곳이라는 사실,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편의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불러온 인구쇼크, 솔로족의 급증,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창업, 청년 세대와의 갈등 등 다양한 인구 문제가 투영돼 있습니다.

나홀로족의 생활 근거지로 자리 잡은 편의점

▲ 편의점 숫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편의점은 4만여 개까지 늘어났습니다. 인구 1,300명당 1개꼴입니다. 서울의 1개 동에 거주하는 사람의 수를 평균 5만 명으로 볼 때 동마다 약 40개의 편의점이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편의점은 생활 잡화를 넘어 24시간 언제든지 찾아가 간편하게 필요를 충족시키는 ‘생활 인프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편의점은 ‘1인 가구를 위한 뷔페’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그만큼 혼자 사는 사람들에 최적화되어 진화해 왔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증가 속도는 극적인 수준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1인 가구는 약 556만 가구로 전체의 28.5%를 차지했습니다. 2020년엔 전체 가구의 30%(약 606만 가구), 2035년 34.9%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3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나 혼자 산다’의 주인공이 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 우리가 생각해 온 ‘가족’의 개념을 바꿔 전통적인 4인 가구의 자리를 1인 가구가 차지하게 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소비 트렌드와 유통 채널, 라이프 스타일 등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편의점이 ‘대세’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죠. 편의점이 빠르게 성장한 시기에 대형마트가 과거와 같은 가파른 성장세를 멈춘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대용량 제품을 ‘번들’로 묶어 파는 대형마트에 자동차를 타고 쇼핑하러 가는 대신 소용량, 소포장 제품을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에서 사는 트렌드로 바뀐 것입니다. 홀로족들 사이에서 ‘편의점 파먹기’ 등의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창업

편의점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각 세대의 보이지 않는 애환이 반영된 현장이기도 합니다. 지난 몇 년 사이 편의점 수가 그야말로 ‘폭증’을 했는데 2012년 2만 개 돌파에서 지금의 4만 개로 2배 늘어나는 데 불과 5년 남짓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베이비붐 1세대(1955~1964년생)의 대규모 은퇴라는 인구학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 세대는 은퇴 후 자영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통계청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체 자영업자 중 50대가 30.3%로 가장 많았으며 60세 이상(29.3%)을 포함하면 50세 이상 자영업자가 전체의 59.6%에 달합니다. 그 중에서도 편의점은 초기 창업비용 등을 고려할 때 ‘쉬운 창업’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한 때 ‘노후보장 편의점’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유통 전문가들은 “2015년 이후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대거 창업 시장으로 쏟아졌다”고 말합니다.

요즘 편의점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부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포화상태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편의점주들은 최저 임금 인상으로 ‘알바’ 고용을 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한 언론사가 전국 편의점 가맹점주 9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아르바이트 직원 수를 줄였다는 응답이 77.6%에 달했습니다.

편의점 점주들이 알바 고용을 꺼리는 현상은 학생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비정규직 청년 근로자들의 취업 기회를 줄이는 것이어서 이래저래 세대간 애환이 교차하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고령 인구의 거점으로 진화할 편의점

편의점은 앞으로 노인 인구 급증이라는 인구쇼크에 대응해서 계속 변신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편의점이 젊은 세대들의 생활 공간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생활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 일본의 한 편의점은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식 편의점’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진. LAWSON

이런 변화는 ‘편의점 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이미 시작됐습니다. 일본 편의점 업체들은 초고령화로 인한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성인용 기저귀나 돋보기와 같은 고령자용 생필품 품목 수를 대폭 늘리고 고령자들의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는 이른바 ‘사랑방’ 기능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고령자 친화적 변신입니다.

▲ 편의점은 이제 노인 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장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진. SBS 뉴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제 편의점은 ‘병간호와 빨래’를 해결해주는 공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건강검진은 물론 건강 상담을 해주는 편의점이 등장했습니다. 또 홀로 사는 노인에게 물건을 배달하고 노인의 근황을 살펴 지자체에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자체와 함께 마을의 치매 환자를 보호하는 등 고령사회의 ‘노인케어 솔루션’ 역할도 합니다. 일본 훼미리마트는 헬스클럽, 동전 세탁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를 늘리고 있습니다.

2016년 일본에는 ‘편의점 난민’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편의점 서비스를 가까이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죠. 이처럼 곧 불어 닥칠 초고령사회에서는 편의점이 고령 인구 맞춤 생활 인프라로서 더욱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에 발맞춰 정부, 지자체와 협업해 사회적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 중 하나일 것입니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을 통해 인구변화의 흐름과 라이프 트렌드 변화의 인사이트를 발견해내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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