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편. 부동산 불패신화, 인구변동이 무너뜨린다?

2018. 08. 17

▲ 2018년 한국의 부동산 가격 급락과 장기 침체를 예언한 경제 예측 전문가 해리 덴트

#1. 경제 예측 전문가 해리 덴트(Harry Dent)는 인구구조 변화를 바탕으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을 경고해 명성을 얻은 세계적 분석가입니다. 그는 지난 2014년 다양한 인구통계 데이터를 근거로 ‘대한민국의 위기’를 예측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2018년 이후 급락을 시작해 장기 침체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한 바 있습니다. 빠른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기대수명 연장 등 인구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 최근 국내 한 투자 전문가는 12년 전 내놓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고 정반대의 입장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과거 그는 해리 덴트처럼 “인구감소와 고령화 현상 때문에 10년 후 한국 부동산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인구구조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입장을 정반대로 바꿨는데요. 주택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 중 정부 정책과 공급량이 인구 변동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인구 변동이 일어나는 우리 사회 부동산 시장에는 대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인구학적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위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 인구변동과 부동산 시장의 상관관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릴 정도로 예측이 어려운 문제입니다.

경제 성장과 함께 과열되어 온 한국의 부동산 시장

▲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TV

빠른 속도로 경제 개발과 성장을 경험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규모를 계속 키워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부동산 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고 사두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진리가 굳게 자리 잡은 것이죠. 주택(아파트)이 삶의 공간으로서 주거의 대상보다는 투자와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전국 토지의 12% 밖에 되지 않는 서울과 수도권에 절반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이 양극화 심화 등 다양한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또 부동산이 우리 경제의 전반을 유지시키고 부양하는 지지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매번 정부가 부동산 쇼크로 빚어질 경제적 영향을 막기 위해 부양정책과 억제정책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1인가구의 증가가 부동산 시장에 끼칠 영향

▲ 한국의 전체 인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

그렇다면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변동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차근차근 생각해봅시다. 우선 저출산 현상입니다.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면 언젠가는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집(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예측일 것입니다.

이와 함께 1인 가구의 급증으로 가족의 크기는 작아지고 굳이 넓은 평수의 집이 필요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작은 집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깁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1인 가구는 약 556만 가구로 전체의 28.5%를 차지했습니다. 2020년엔 전체 가구의 30%(약 606만 가구)가, 2035년엔 34.9%가 1인 가구가 될 것이므로 작은 집 선호 현상은 더 커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출산 세대가 사회 진출을 시작하는 2020년 이후에는 대형 아파트보다 1~2인 가구가 살기 적합한 소형 아파트가 훨씬 각광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변수가 있습니다. 미래의 1인 가구는 아파트를 구매할 능력을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전 세대들에 비해 경제활동을 늦게 시작하는데다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투자를 목적으로 아파트 구매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급격한 고령화도 부동산 침체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이 되면 1~2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60%이며 그 중 노인 인구가 65%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부동산 거래가 둔화되고 오랜 침체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구변동으로 인한 변화를 예측하지 못해 장기 불황을 피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입니다. 일본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음에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주택 공급을 늘렸습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역대급 실수’로 불리며 일본 사회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 일본 주택가격 상승률 추이

반면에 인구변동과 부동산 시장은 서로 관련이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현재 그 당시보다 경제가 성장했고 부동산 가격은 1.1배, 주가는 5.2배 상승했습니다. 결국 부동산 추세를 결정하는 건 인구변동 요인보다는 정부 정책이나 주택 공급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나라마다 경제 기조와 정책 방향, 부동산을 대하는 국민들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차이가 큽니다. 분명한 것은 인구변동을 정확히 읽어낸 예측을 바탕으로 관련 정책이나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구구조 변화의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여기서 미래의 인사이트를 얻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