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편. 일자리 사라진 도시, 지도에서도 사라진다?

2018. 08. 21

▲ 사상 최대 화산 폭발로 자취를 감췄었던 고대 도시 ‘폼페이’

고대 도시 ‘폼페이’를 아시나요? 이 화려했던 도시는 사상 최대의 화산 폭발로 순식간에 지도에서 사라진 안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구 급감과 일자리가 사라지는 탓에 한 도시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 생각해보셨나요?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를 다루면서 언론들은 “이대로 가면 전라남도가 한반도 지도에서 사라진다”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이 문장은 ‘지방소멸’이라는 새로운 인구쇼크의 결과를 압축해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이동의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오른 지방소멸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 지방 도시의 인구가 급감하고 지방 도시 산업의 쇠퇴와 고령화로 인구 재생산이 어려워 사회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방소멸 현상의 심각성을 자세히 알아볼까요?

▲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소멸위험이 높아졌으며, 전남은 유일하게 0.5 미만으로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전국 228개 시군구와 3463개 읍면동의 소멸위험지수를 계산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분석했습니다. 이 값이 1.0 미만이면 소멸주의단계,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지역에 속하고, 0.2 미만이면 조만간 사라질 위험에 처하는 소멸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데요.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는 전남이 소멸위험지수가 0.47로 유일하게 소멸위험지구로 분류됐습니다. 또 세종시를 제외하면 2013년 이후 5년 사이에 소멸위험이 더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멸위험지수는 어떻게 산출할까요? 지역 내 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로 나누어 구하는데요. 인구학에서 20~39세 여성인구 비중은 지방소멸 가능성을 측정하는 중요한 학술적 지표가 됩니다. 가임 여성의 90% 이상이 이 연령대에 속하는 인구이기 때문에 한 사회가 20~30년 후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측할 수 있는 핵심지표라는 것이죠.

▲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소멸주의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멸위험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은 소멸위험지수가 1.0 미만으로 소멸주의 단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부산(0.76)과 대구(0.87) 등 광역시조차 소멸주의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읍면동별 추이를 들여다보면 더 심각합니다. 전남은 81.1%의 읍면동이 소멸위험이었으며, 경북 76.8%, 전북 75.9%, 충남 70.2%의 순으로 비중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중 경남 합천, 남해, 경북 의성, 군위, 청송, 영양, 청도, 봉화, 영덕, 전남 고흥, 신안군은 소멸지수가 0.1 미만을 기록해 조만갈 사라질 초위험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지방소멸’은 해당 지역의 인구가 아예 없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산업이 쇠퇴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 청장년층 인구가 유출돼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 지방의 자족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따라서 최근 조선업과 자동차 같은 지방 제조업의 위기가 지역의 산업기반을 붕괴시키면서 인구 유출을 더 빠르게 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일자리가 지방의 소멸과 생성, 번영의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방소멸 현상의 심각성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가려져왔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대부분의 인구가 모여 있는 사회에서 지방이 사라지고 있는 위기감을 실제 체감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질환과 같은 문제이지 않을까요? 일본의 경우에도 2014년 일본창성회의의 이른바 ‘마스다 보고서’에서 소멸위험성이 높은 지자체 리스트가 발표되면서 이 문제가 본격 불거졌습니다.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지방소멸 문제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여러 수치가 보여주는 것처럼 지방소멸은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비관하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인구문제가 그렇듯 우리는 인구학적 관점으로 다가올 현상을 정확히 분석해 대응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지방 소멸의 흐름이 불러일으킬 다양한 문제를 살펴보고 일본 정부가 지방소멸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쏟아낸 대책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또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해법은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