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편.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이 도시 문제 해결한다?

2018. 08. 31

▲일본의 도야마시는 ‘콤팩트 시티’로의 변신을 시도해 성공한 대표 사례입니다. (출처: 일본 도야마시 공식 관광 사이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가 줄어들고 빈집이 늘어나며 활력을 잃게 됩니다. 활력이 떨어진 도시는 인구 유출이 점점 더 심해지고 세금 수입이 줄어들면서 관공서, 경찰서 등 공공시설을 유지할 돈이 부족해 지역 인프라가 피폐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인구환경에 맞도록 도시를 재설계하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바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입니다. ‘콤팩트 시티’는 말 그대로 도시를 기능에 따라 더 조밀하고 촘촘하게 만들어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는 도시를 다시 살리자는 프로젝트입니다.

대도시로 인구 유출이 심한 지방의 도시를 떠올려봅시다. 인구가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생산과 소비가 줄고 경제 규모와 활력이 줄어듭니다. 무엇보다 세수가 줄어듭니다. 인구밀도가 낮아 주민들이 듬성듬성 교외에 넓게 퍼져 살다보니 학교, 관공서, 경찰서와 같은 공공시설을 유지할 행정비용도 올라가 서비스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마을을 떠나기 쉽죠.

콤팩트 시티는 이렇게 퍼져 있는 기능을 말 그대로 ‘콤팩트’하게 모으자는 아이디어에서 등장했습니다. 도심 지역에 거주지와 상업시설을 집중시키고 도시 유지 관리비는 줄이면서 공동화된 도심에 활기를 주자는 것이죠. ‘콤팩트 시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일본에서 시작됐습니다.

일본의 유명 인구학자인 가와이 마사시 교수는 그의 저서 <미래 연표>에서 ‘콤팩트 시티는 자동차가 없어도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상업시설, 공공시설, 병원을 계획적으로 재배치해서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마을을 목표로 한다’고 말합니다. 주요 시설을 노인들이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거리에 촘촘히 모아놓음으로써 효율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최근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책으로 명성이 높은 건축학자 유현준 교수는 콤팩트 시티를 설명하면서 ‘현재 일본은 일정 인구밀도가 안 되는 마을의 사람들을 이주시켜서 도시를 폐쇄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 마디로 콤팩트 시티란 저밀도 지방 도시의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는 학교, 병원, 관공서를 한 곳에 모아 놓는 개념입니다.

일본 도야마(富山)시는 ‘콤팩트 시티’의 모범 사례로 손꼽힙니다. 이를 통해 행정 비용은 줄이고 도시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콤팩트 시티로 변신을 시작한 도야마 시는 시 전체 인구 중 도심 거주자 비율이 2005년 28%에서 2016년 37%로 늘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도야마 시로 전입 인구가 늘어난 덕에 인구 감소를 막는 데 성공했죠. 도야마 시가 콤팩트 시티를 구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도시 중심부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도야마 시는 도시 중심에 위치한 도야마역을 중심으로 ‘도심 지역’과 역 주변 ‘거주 지역’을 구분했습니다. ‘거주 지역’에는 주거와 상업, 사무, 문화 등 도시 기능을 모았습니다.

이후 대중교통 정비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요. 순환선을 만들고 신형 저상차량을 들여와 시민들의 편리한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했습니다. 외곽에 사는 만 65세 이상 시민들에게 낮 시간 대중교통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외출권을 발급하기도 했습니다. 또, 도심지구에 새로 집을 짓거나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기업들의 도심 재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죠.

 

2006년 도야마 시 ‘거주 지역’ 인구는 718명 감소했던 것에 비해 2014년에는 468명이 증가했습니다. ‘도심 지역’ 인구도 2007년 38명 감소에서 2008년부터는 분명한 증가 흐름으로 돌아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 도야마 시를 세계 선진 5대 도시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콤팩트 시티는 인구변동 시대 지방 쇠퇴를 막고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는 하나의 대안입니다. 물론 도시가 하루아침에 콤팩트 시티로 탈바꿈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도야마 시의 콤팩트 시티 전략도 5~10년의 단기 접근이 아닌 수십 년에 걸친 중장기적 접근을 통해 구상됐습니다. 또 장기적인 목표도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구쇼크와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등장한 콤팩트 시티 프로젝트에서 우리들이 주목해야 할 인사이트는 무엇일까요? 바로 ‘도시 디자인’ 또는 ‘리디자인(Re-design)에 대한 관심과 안목입니다.

도시 디자인은 그저 도시를 보기 좋거나 예쁘게 만드는 분야가 아닙니다. 시민들이 도시를 이용하기 편리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인구 유입 등 도시의 인구 문제까지 관여하는 분야로 미래 사회 필수 분야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요즘 창의적인 인재들이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문화 기획’ 분야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도시 디자인은 한 도시나 지자체 차원의 과제만이 아닌 미래를 앞둔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자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정확한 현실 인식과 인구학적 관점, 그리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이 분야에 매력이 느껴지시나요? 매력적인 미래 도시를 ‘리디자인’하는 여러분의 인사이트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