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닫기

SKT에는 신입사원으로 구성된 TF팀이 있다?!

2018.09.03
공감 12,239
FacebookTwitterNaver

▲ SK텔레콤’YT(Young Target) TF’ 소속 직원들

“JP,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난 1월 한달 연수를 마친 SK텔레콤 신입사원 90여명이 을지로 본사 강당에 모였다. 맨 앞줄에 앉은 한 사람이 머리 위로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JP는 박정호 사장이 스스로 이렇게 불러 달라고 정한 별칭이다. SK텔레콤 직원들은 요즘 사장, 부장, 과장 같은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른다. 본인이 정한 별칭이 있을 경우에는 별칭을 부르기도 한다.

마이크를 잡은 김광섭 SK텔레콤 매니저는 신입사원 연수를 받는 한 달 동안 구상했던 프로젝트를 사업화하고 싶다며 허락을 구했다. “좋아요, 해 보세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질문이 끝난 뒤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김 매니저를 포함한 3명의 신입직원은 연수 받을 때부터 진행하던 TF(태스크포스) 업무를 현업으로 갖고 와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신입의, 신입에 의한, 신입을 위한 ‘TF’

▲ 신입직원과 인턴직원으로 이뤄진 SK텔레콤’ 레드 커넥트(Red Connect) TF’ 소속 직원들

SK텔레콤 각 사업부에서 돌아가는 TF(태스크포스)는 어림잡아도 수십 개. 신입직원들만 모여 있는 TF도 있다. SK텔레콤이 올해부터 실험적으로 추진하는 ‘레드 커넥트(Red Connect) TF’와 ‘와이티(YT) TF’다.

대표이사에게 공개 질문을 한 김 매니저는 레드 커넥트 TF 소속이다. 이 TF는 올해 1월 입사한 신입사원 8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교육에서 탄생했다. 교육시 신입사원 6명이 한 조가 돼 도전 주제를 하나씩 정했다. 연수가 끝날 때쯤 14개 팀은 그동안 추진한 프로젝트 중간성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레드 커넥트는 이제 회사의 실제 사업으로 성장중이다.

김 매니저가 속한 팀의 목표는 SK텔레콤의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활용해 헌혈을 독려하고 혈액 수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대한적십자사와 손잡고 헌혈을 한 사람들에게 나의 혈액이 누구에게 이동했는지 알려주고 사람들에게 콜레스테롤, 간 수치 등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YT TF의 팀명은 Young Target의 앞글자를 따온 것이다. 만 13세에서 24세 사이 ‘젊은 층(Young)’을 ‘겨냥(Target)’한 상품과 서비스를 고민하는 집단이다. 팀원도 팀 이름처럼 젊다. 90년대생 신입 직원과 2~3년 차 직원들이다. 팀장은 입사 2년차다. YT TF는 하반기에 출시할 서비스에 대한 젊은 층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안한 상태다.

YT는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일한다. 업무 주제, 목표, 일정 등을 재량껏 결정한다. 팀원들의 출·퇴근 시간은 물론 업무 방식도 제각각이다. 현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이어가면서 업무의 큰 줄기를 잡아간다. TF 팀원 6명 중 2명은 현업 부서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전담 멘토 그룹이 있어서 검토, 자문이 필요할 때 SOS를 친다.

입사 2년 차에 YT TF 리더를 맡은 이미연 씨는 “막히는 부분에 대해 질문했을 때 이거다 싶은 대답을 들을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선배들에게 조언을 받고 시간을 들여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식으로 부딪히고 고민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훈련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입교육 10시간 중 6시간을 ‘현장’에서

▲ (사진 왼쪽부터)오인애·이미연·신성한 SK텔레콤 매니저

아무리 유능한 직원일지라도 신입사원에게 신규 사업을 맡기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다. SK텔레콤이 올해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도입한 ‘프로젝트 교육’이 그렇다. 프로젝트형 교육이란, 전달식 강의법이 아닌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총 157시간에 달하는 신입 교육 시간의 64%(100시간)를 현장에서 보내도록 했다. 밖에 나가 부딪히면서 업무를 익히라는 의미다. 이 같은 방식의 교육을 하는 이유는 뭘까. SK텔레콤 HR 부서 관계자는 “기존 구성원들은 다양한 실패의 경험을 학습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반면, 루키들은 실패를 재빨리 감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실패로 인해 얻는 교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자산”이라는 것이다.

신입 시절부터 ‘협업’ 방식을 익히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갈수록 융복합 서비스와 상품이 많아지면서 타 부서 간 공동작업은 필수적이다. 정주상 매니저는 개발직 군으로 입사했지만 레드 커넥트 TF에 참여하면서 신사업을 기획하는 일을 맡았다. 정 매니저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서비스나 마케팅 영역에 대해 전혀 몰라 부담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앞으로 일하면서 타부서와 함께 일할 일이 많을 텐데, 지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한다.

입사하자마자 현장에 던져진 신입직원들의 속내는 어떨까.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흥미진진하다는 반응이 많다. YT TF 일원인 손누리씨는 “현장에서 우리가 기업을 대표해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 손으로 뭔가를 이뤄냈을 때 주인의식을 처음 느꼈다”며 “처음 TF에 발령받았을 때 ‘가서 뭐를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한동안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주도적으로 일을 하면서 성취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임원회의 참석하는 신입들

이 같은 신입교육은 SK텔레콤이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른바 ‘수평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매니저’ ‘팀장’, ‘실장’ 등 기존 직책 대신 이름 바로 뒤에 ‘님’을 붙여 서로를 부르고 있다. SK텔레콤 한 직원은 “호칭이 사라지니 이전보다 의견 개진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고, 선배들과도 격의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마음 속에 쌓아 놓은 윗 사람과 아래 사람 사이 벽이 일부 무너진 느낌”이란 설명이다.

심지어 회사 임원과 신입직원 사이에 놓인 벽에도 구멍이 생겼다. YT TF 구성원 6명은 번갈아가며 임원회의에 참석한다.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서비스와 조직 문화 등을 바꾸자는 취지다. 임원회의에서 새롭게 론칭하는 광고나 서비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는 YT TF 오인애 씨는 “우리 생각도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만큼 책임감도 커진다”고 말했다.

FacebookTwitter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