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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편. 인구가 줄면 나라는 누가 지키지?

2018.09.07 FacebookTwitterNaver

▲ 축구스타 손흥민 선수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성공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것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출처 : BBC Sport)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 손흥민은 한국이 금(gold)을 잡지 못하면 총(gun)을 잡아야 한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은 손흥민의 인생을 바꿀 결승전(Life-changing final)이다.” 손흥민 선수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것이 전 세계적 화제가 되었습니다. 외신들은 앞다퉈 손흥민 선수의 병역 면제와 한국의 병역 제도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영국의 BBC는 “손흥민이 정말 군대를 가야 하나?”라는 심층 분석기사를 내보냈고, CNN은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군 복무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국에서 손흥민의 입대 여부는 어마어마한 국민적인 관심”이라며 손흥민 선수의 병역면제 기사를 인터넷 기사 맨 앞에 세우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외신들이 표현하듯 한국은 ‘병역제도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분단국가의 현실에서 국방의 의무는 가장 중요한 의무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만큼 다른 어떤 이슈보다 민감하게 논의되는 사안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저출산과 고령화 등 우리 앞에 닥친 인구문제가 병역제도에도 영향을 끼칠까요? 답은 “당연히 그렇다” 입니다.

20대에 접어든 대한민국 남성이 거쳐야 할 큰 산 하나가 ‘입대’ 입니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입대 연령 인구를 가늠할 수 있는 20대 남성 인구의 크기는 그 나라의 ‘병력의 크기’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분단국가인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병력의 크기는 아주 중요한 문제죠. 그런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은 20대 남성인구의 수를 계속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그만큼 입대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등장한 1955년 이후 인구가 계속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덕분에 병력수급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1990년대 전후에는 입대 대기자가 몰려 고졸 입영대상들은 현역 입영을 면제받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1980년대 이후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입대 연령 인구의 크기가 줄긴 했지만, 인구감소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군 장비의 현대화 등으로 사병 수요가 예전보다 줄어 병력수급을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고 하네요.

▲ 만 20세 남성 인구 추이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보통 입영 대상자 규모를 파악할 때는 만 20세 남성의 수를 보는데요.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만 20세 남성 인구는 2017년 약 35만 명에서 2020년 33만 명, 2022년 25만6000명, 2025년에는 22만 2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10년도 안 돼 14만 명 가까이 감소하는 셈이죠.

입대 연령 인구의 크기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군대에 징집된 인구 집단의 크기가 사회에 남아 있는 인구의 크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사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며 정상적으로 유지되려면 적정 인구가 있어야 합니다. 학업이나 노동, 소비 등의 역할을 수행할 인구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20세 남성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군에 입대할 인적자원이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사회를 유지하는 데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인구학적 관점에서 입대 연령 인구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대책이 필요한 지점이죠. 머지않은 미래에 병력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적합한 여러 대책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큰 틀에서 정부의 대책은 군 병력을 줄이고 정예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7월 국방부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할 ‘국방개혁 2.0’이라는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군 복무기간 단축, 군 병력의 감소와 정예화, 장병 월급 인상, 장군 정원 대폭 감축,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이었습니다.

국방부는 “현재 61만8000명인 군 병력이 50만 명으로 줄지만 정예화를 완료해 128만 명의 북한군 공격을 충분히 최전선에서 막을 수 있다”며 “20세 남자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군 정예화는 더 늦출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우리나라도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을 기반으로 한 전투훈련이나 전투시스템을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출처 : 육군)

병력의 수는 줄이고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정예화된 군 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한 전투훈련이나 전투시스템 등을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8월 육군사관학교는 ‘정밀사격훈련 시뮬레이터’, ‘가상현실 기반 전술훈련 시뮬레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전투훈련 시스템을 시연했습니다. 육군 측은 병력자원 감소와 제한된 훈련여건을 극복할 대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역 입대 군인의 수를 줄이고 첨단 전투자원이 메우고 남게 되는 공백은 민간인이 대신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면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현역 병력이 축소되는 만큼 현재 3만 4000명 정도인 군무원과 민간 근로자를 2022년까지 5만 5000명 정도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즉 2만 1000개 정도의 민간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많습니다. 확보 가능한 병력자원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방력 약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게다가 최근 이뤄진 복무기간 단축까지 가세하면 전투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죠. 또 군 정예화나 무기의 첨단화도 현실적으로 빨리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커지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초저출산으로 입대 연령 인구의 크기는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른 인구학적 관점을 반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분야처럼 인구 변동은 국방 이슈에도 거대한 영향을 끼칠 것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병역특례제도 관련 찬반 논란을 일으키고 폐막했습니다. 하지만 인구감소 시대 병역제도 문제는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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