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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다

20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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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락했다고만 생각했던 노키아는 지금 어떻게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을까요?

2013년, 스마트폰 업계뿐만 아니라 IT업계에 하나의 커다란 이정표로 남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 전화 사업 일체를 매각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 것입니다. ‘노키아 효과(Nokia Effect)’로 불리며 한때 핀란드 경제의 25% 이상을 책임지던 노키아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핀란드 국민들과 노키아의 임직원, 그리고 노키아를 보며 커왔던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핀란드의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실업률도 10%를 넘으며 핀란드 경제의 암흑기가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2018년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의 새로운 도약의 원동력이자 4차 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5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미 망했다고 생각됐던 노키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거인의 몰락, 변신이 시작되다

▲ 노키아의 마지막 하이엔드 8800, 출처: 노키아

먼저 노키아의 역사를 조금 살펴보면, 노키아는 핀란드가 강점으로 여기는 목재와 제지를 생산하는 회사로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고무 회사와 케이블 회사를 인수해서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했죠. 이후 1980년대에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변신을 시도합니다. 목재, 고무, 구리와 같은 천연자원을 통한 가공업만을 지속하는 건 전자 기기가 확대 보급되는 상황에서 향후 10년을 내다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노키아는 GSM이라는 통신 네트워크 사업 진출로 변신을 꾀합니다. 천연자원으로 가공 제품을 만들던 업체가 첨단 통신 장비와 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노키아에게 큰 이익을 줬습니다. GSM 이동통신 표준의 주도권을 쥐고 네트워크 장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 사업까지 손에 쥐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때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키아 효과’라 불리는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가 몰락했던 것처럼 한때는 휴대폰 시장에서 1위를 독주하던 노키아 역시 영원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생태계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커져버린 조직 내의 의사 결정에 문제가 생기며 2013년에 휴대폰 사업부를 마이크로 소프트(MS)에 넘깁니다. 당시 전 세계의 언론은 노키아 휴대폰 사업의 몰락이 곧 노키아의 실패이고 핀란드의 몰락인 것처럼 묘사하며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노키아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분명히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할 준비와 전략이 부족했고 내부의 다양한 이슈가 원인이 된 경영의 실패는 맞지만, 휴대폰 사업의 몰락이 노키아의 몰락과 동일시 되는 데는 불쾌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노키아는 더 이상 유지하지 못 할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미래 가치라고 여겨지는 기술과 특허를 보유하며 다시 한번 새로운 세상에 맞게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변신

▲ 노키아 테크놀로지의 주요 사업 영역은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입니다

‘노키아 사태’가 발생하면서 노키아는 기존 휴대폰 사업을 대신할 또 다른 먹거리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이때, 과거 목재와 고무를 가공해 판매하던 회사에서 통신 회사로 변신했을 때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기반 기술의 중요성에 주목합니다.

GSM으로 혁신을 경험했던 것처럼 5G 기반이 되는 통신기술 회사로의 변신을 꾀한 것입니다. 그때와 다른 부분이라면 과거의 노키아는 GSM 네트워크 표준을 통한 일반 소비자용 휴대폰에 집중했고, 이번에는 5G 통신 원천 기술 자체와 그에 수반되는 다양한 통신 기술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이런 집중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데, 국내의 경우 통신 3사의 5G와 관련한 원천 기술 개발을 노키아와 함께 진행하거나 노키아의 기술을 가져와서 적용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유선 통신 및 유무선 결합에도 관심이 많아서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알카텔 루슨트를 인수해 위성을 제외한 유무선의 모든 통신을 통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노키아의 네트워크 사업부가 이렇게 차세대 네트워크를 준비하는 동안 일반 소비자와 직접 접점을 갖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사업부가 생깁니다. 바로 ‘노키아 테크놀로지’입니다. 노키아 테크놀로지의 주요 사업 영역은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입니다. 핀란드를 비롯해 서유럽과 북미, 일본 등의 국가에서 노령화는 급속도로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의료 지원 기기는 개인의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 360도 고해상도 실시간 영상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오조(OZO), 출처: 노키아

노키아 테크놀로지는 사회 구성원의 건강 관리 시스템에 디지털 기기와 통신망, 그리고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인공지능과 같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최적의 해법을 제안하는 새로운 강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조(OZO)와 같은 360도 고해상도의 실시간 영상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카메라를 개발해서 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지역에 실시간으로 수술 장면과 영상 의료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의료 수준의 향상에도 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처럼, 노키아의 변신은 기업 내부의 변화는 물론 주변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숨겨진 공로자

노키아의 변신은 노키아가 새로운 성공을 거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핀란드에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가져왔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가 매각되면서 일시적으로 핀란드의 경제와 실업률은 나빠집니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 가능 인구의 퇴직과 노키아를 바라보면 커왔던 젊은 세대의 실망이었습니다.

이때, 노키아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합니다. 바로 ‘브릿지 프로그램(Bridge Program)’이라고 불리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었습니다. 2011년 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해고된 직원들이 노키아 내에서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돕거나 다른 기업의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재고용 지원 정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주목적은 핀란드가 가장 강조하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고양하고 이를 통해 퇴직자들이 자신의 기술을 활용해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있습니다. 노키아는 이러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 외에도 파격적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지원했습니다. 자신들이 활용하지 않는 특허를 포함한 지적 재산권을 새로운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 라이센스를 제공합니다. 여기에는 노키아가 개발 진행 중이었던 심비안(Symbian)이나 미고(MeeGo)와 같은 스마트폰 운영 체제부터 통신기술까지 굉장히 넓은 범위를 포함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지원되는 범위 또한 파격적이었습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핀란드 내 노키아 퇴직 직원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지사의 퇴직자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지원하였고 이를 통해 약 1만 8천 명 정도의 인력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약 1,000여 개의 새로운 기업들이 만들어지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물론 핀란드 내의 노키아 퇴직자들 역시 프로그램을 통해 약 500여 개의 스타트업을 설립했고, 2013년을 기준으로 이 중 약 90%가 존속하고 있을 만큼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노키아는 핀란드의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영향을 줌과 동시에 핀란드 내에서 ‘대기업으로 칭송받는 노키아’만을 바라봤던 젊은이들의 생각도 변하게 했습니다. 청년들 스스로 기업가 정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지금의 스타트업 사우나(Startup Sauna)나 슬러시(Slush)와 같은 특유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토대가 된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노키아와 노키아 퇴직자들의 기술적 지원은 청년 창업가들이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을 좀 더 쉽게 창업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글. 최형욱(커넥팅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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