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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세금을 납부하는 세상이 올까?

2018.10.08 FacebookTwitterNaver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노리고 있다

영화 속 터미네이터는 핵으로 인류를 멸종시키지만, 현실 속 로봇은 일자리를 뺏으며 인간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McKinsey)가 약 2천 개 이상의 노동 활동에 대해 연구한 결과, 현재의 기술만으로도 인간이 급여를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활동의 45%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는 미국의 석유 산업이 회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봇과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볼 스테이트 대학교(Ball State University)는 공장 일자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저렴한 해외 노동력이 아닌 로봇이라고 밝혔는데요.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세계화에 따른 감소의 3~4배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이처럼 모든 지성 집단이 일자리 감소의 원인으로 로봇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해결책으로 주목 받는 로봇세

▲ 세계 주요 국가의 산업분야에서의 로봇 사용 현황 및 전망. 출처: 국제로봇연맹

2016년 국제로봇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약 4만여 대의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많은 양이 아닐 수 있으나,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 분야에서의 로봇 활용률이 높은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증가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로봇의 사용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로봇의 증가와, 인간의 실업 증가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주목받는 것이 로봇세인데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언급하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연봉 5만 달러(약 5700만 원)를 받는 노동자는 자신의 연봉에 비례하는 소득세와 건강 보험료를 낸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만약 ‘로봇 인간’이 5만 달러어치 일하면 그에 상응하는 각종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 빌게이츠, 쿼츠(Quartz) 인터뷰 중에서

특히 빌게이츠는 로봇세를 받게 된다면, 이 재원을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재교육뿐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노인과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세 부과에 반대하는 집단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항공기 탑승권 발급 기계나 모바일 뱅킹,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같은 시스템이 등장하며 기존 일자리를 줄였지만, 이러한 기술에는 과세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죠. 로봇을 단지 일자리 약탈자로만 몰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로봇 제조업계에서는 로봇이 많은 사회에서 오히려 실업률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과 일본, 한국은 로봇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실업률은 세계적으로 볼 때 낮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 로봇세 도입에 대한 찬성과 반대 주장 (출처: Tech M)

로봇세 부과 논의, 아직은 미숙하지만 꼭 필요한 논의
로봇의 납세 문제에 대해 가장 활발한 논의를 하는 곳은 유럽입니다. EU는 2017년 1월 의회에서 로봇에 대해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hood)’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일명 ‘로봇시민법’인데요. 하지만 ‘인간으로서 시민의 지위를 받은 로봇이 세금도 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지 못했습니다. 로봇시민법을 제정한지 한 달 후인 2017년 2월에는 로봇세 도입에 대한 결의안이 부결되었는데요. 반대 396표, 찬성 123표, 기권 85표로 두 배 이상의 반대표가 나왔습니다.

로봇시민법을 제정하며 로봇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가던 EU의 의중이 궁금한데요. EU는 로봇세 부과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자칫 로봇의 기술 혁신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동일한 맥락으로 외부에서는 로봇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마치 투자에 대한 과세로 보일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지고 있는 세계 경제의 생산성 증가속도가 저하됨에 따라 경제성장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IT 산업의 새로운 혁신이 지속해서 필요하다고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봇의 보급률이 늘어남에 따라 인간의 실직과 함께 로봇세에 대한 필요성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로봇이 많아지면 유럽 이외에 다른 국가에서도 로봇에 대한 법적 정의를 고민할 것이고, 이에 대한 로봇세 부과 여론이 자연스럽게 대두될 것입니다. 하지만 로봇세 부과에 대해서는 단순히 부과할 것인가, 아닐 것인가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적용 범위와 적정 세율 등 구체적인 적용 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인간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등장할 기술들은 로봇과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잠식시키는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로봇세에 대한 올바른 논의가 이루어져야 향후 신기술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 민준홍(커넥팅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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