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개인비서, 자동차로 경쟁 영역이 확대되다

2018. 10. 18

1980년대 중반 국내에서 ‘전격 Z 작전’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어 많은 인기를 얻은 미국 드라마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에는 매우 흥미로운 자동차가 등장합니다. ‘키트(KITT)’라고 불리는 자동차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키트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것은 물론 주인공과 음성으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자체적인 상황 판단에 따라 여러 일을 처리하는 인공지능(AI)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미 30년 전에 자율주행과 AI 개인비서의 개념이 소개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이 같은 꿈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SK텔레콤(이하 SKT)을 비롯해 다양한 IT업체와 스타트업, 그리고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에 나선 가운데, 가정용 스마트 스피커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용이 늘어나고 있는 AI 개인비서들도 자동차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동차, 음성인식 AI 비서와 최적의 궁합

자동차는 ICT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도로 위를 달리는 새로운 모바일 기기로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가 현대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자 ‘단말’이기 때문인데요, 본격적으로 ICT 기술이 접목되기 이전에도 라디오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CD 플레이어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단말이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물리 매체의 재생을 넘어 이동통신 기능을 기반으로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로 발전되었고,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한 내비게이션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격지에서도 미리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켜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운전자가 자동차를 이용하는 행태를 분석해 이용자의 취향에 맞춘 이동 경로를 제안하고 음악 등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내에서 이 같은 서비스들은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information+entertainment)’ 단말을 통해 제공됩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언제라도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이동 수단이기도 합니다. 운전자는 상시로 전후방의 상황을 파악하면서 운전을 해야 하는데, 인포테인먼트 단말을 조작하느라 전방을 주시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만큼 사고 가능성은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 위험성은 줄이면서 자동차에서 여러 서비스를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음성인식 기반의 AI 비서가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손가락으로 터치스크린을 조작하거나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대화하듯이 목소리로 목적지를 입력하고,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SKT의 ‘T맵x누구’에서 제공하는 ‘끝말잇기’ 게임처럼 교통체증으로 인해 운전이 지루해지는 상황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즉, 자동차는 음성인식 기반의 AI 비서와 최적의 궁합을 보이는 단말인 것입니다.

업체별로 접근방식은 상이…진정한 경쟁은 이제 시작

자동차에서의 AI 비서 도입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히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른 것이며, 집에서 이용하는 SKT의 ‘누구(Nugu)’나 아마존의 ‘에코(Echo)’, 그리고 구글의 ‘구글홈(Google Home)’과 같은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AI 비서에 친숙해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가정을 대상으로 한 AI 경쟁에서 다양한 업체들이 각자의 비서 플랫폼과 단말을 제공하는 것처럼 자동차 영역에서도 AI 비서 플랫폼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가장 먼저, 자동차 업체들은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이 제공하는 AI 플랫폼이 적용된 차량용 플랫폼을 전격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의 ‘카플레이’, 그리고 아마존의 ‘알렉사’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동차 업체들은 자체 AI 비서 개발을 추진하는 등 독자적인 AI 비서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영역에서 구글과 애플이 안드로이드와 iOS를 통해 막강한 시장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들에게 완전히 종속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 BMW의 AI 비서 ‘BMW Intelligent Personal Assistant’ ⓒAutomotive News

가장 대표적인 업체는 BMW인데요, 지난 9월 초 ‘BMW Intelligent Personal Assistant’라는 차량용 AI 개인비서를 공개했습니다. BMW에 따르면 이 AI 비서는 차량 내 일반적인 기능들을 모두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일상적인 대화도 가능합니다. 또한, 호출어가 지정되는 다른 일반적인 AI 비서와 달리 이용자가 원하는 이름을 지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BMW의 발표 직후 푸조와 시트로엥 등의 브랜드로 자동차를 제조하는 프랑스 자동차그룹 PSA와 독일 벤츠는 음성인식 및 인공지능 스타트업 ‘사운드하운드(SoundHound)’와 차량용 음성 AI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운드하운드에는 국내의 현대차도 투자를 한 바 있습니다.

이 외에 ICT 업체들도 직접 개발한 AI 비서들을 자동차에서 제공하기 위한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인데요, SKT와 네이버, 카카오 등 AI 비서를 제공하는 업체들 모두 자동차를 차기 공략지로 선정하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자동차 업체들과 협력하는 방식과 자체적인 단말이나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SKT가 있습니다. SKT는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와 기아자동차 ‘K5’를 연동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누구를 통해 자동차 위치 찾기, 시동 켜고 끄기, 전조등 온오프, 온도 설정 등을 시연했죠. 네이버는 ‘어웨이’라는 인포테인먼트 단말을 선보였습니다. 또한, 카카오와 현대차는 내년에 출시될 신차에 카카오미니 서비스 콘텐츠를 적용한 뒤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자동차 업체와 협력하는 것과 자체 단말을 선보이는 방식은 각각 장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체와 협력할 경우 출고 시점에 이미 차량 내부의 한 시스템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별도의 단말을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리에서 운행되고 있는 모든 차량에 이 같은 시스템이 탑재된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는 모바일 단말이지만, 교체주기가 10년 이상으로 상당히 긴 것도 특징입니다. 즉,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의 상당수는 AI 비서를 이용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통신 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별도로 부착하는 단말을 제공하거나 스마트폰에서 이용 가능한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방안이 됩니다.

‘누구(NUGU)’, T맵과의 결합 통해 차량용 AI 시장 선도

▲ SKT가 제공하는 ‘T맵x누구’

SKT는 이 같은 자동차에서의 AI 비서 경쟁에서 상당히 앞서가고 있으며,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기능 측면에서도 타사에 앞서 여러 유용한 기능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SKT는 자동차에서의 ‘누구(Nugu)’ 이용을 위해 별도의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내비게이션’으로 불리는 ‘T맵’과 AI 비서를 통합해 유용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자동차 운전에 필수적인 앱이자, 운전석에 앉으면 습관적으로 실행하는 T맵을 통해 AI 비서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지요.

특히 지난 9월 초에는 AI 인포테인먼트, 목적지 관리, 주유 할인 추가 등 AI 기술을 이용해 운전자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생활 속 편리함을 크게 높인 7.0 버전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이 같은 시도는 실제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9월 추석 당일 ‘T맵x누구’의 이용자가 386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특히, 9월 한 달간 T맵을 이용한 1,160만 명 중 48%에 달하는 560만 명이 음성 인식 AI 비서의 기능을 이용했습니다. 이용자에게 친숙한 ‘내비게이션’이라는 서비스를 AI 비서와 결합하여 자연스러운 이용방식을 제공하고 운전 시 느끼는 지루함을 줄이고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등 안전운전을 위한 여러 기능이 호응을 받으면서 국내 자동차 AI 비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입니다.

이처럼 이용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용자들이 자동차에서 활용하는 방식과 음성 데이터를 더 많이 축적할 수 있다는 것으로서, SKT는 이를 기반으로 소음이 존재하는 차량에서의 음성 인식 정확도를 높이고 보다 유용한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많은 업체들이 차량용 AI 비서를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실제로 많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음성인식의 정확도와 국내 운전자들이 활용할 가능성이 특히 높은 응용 서비스 개발로 이어져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필요한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SKT는 경쟁사에 비해 한 발 앞서갈 수 있는 것입니다.

자동차에서 끝나지 않는다…스마트홈과의 연계성도 커져

자동차에서의 경쟁은 자동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AI 비서는 개인 단말인 스마트폰은 물론 가정에서 이용하는 스마트 스피커나 셋톱박스를 통해서도 제공됩니다. 즉, AI 비서를 매개체로 자동차와 가정, 그리고 개인 단말 사이에서 서비스의 연속성이 제공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서비스가 바로 ‘홈투카(Home-to-Car)’와 ‘카투홈(Car-to-Home)’입니다. 집에서 자동차의 시동을 미리 걸어두고 적절한 온도를 맞추어 두는 것뿐 아니라 목적지를 음성으로 미리 지정해 두는 것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갈 때 미리 음성으로 집의 보일러를 작동시키고 전등을 켜는 등의 작업이 가능해집니다. 향후 AI 기술이 더욱 발달하고 AI가 이용자의 생활패턴을 학습하게 된다면 음성으로 명령을 하는 작업이 생략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홈투카 및 카투홈 서비스는 자율주행 기술과 접목될 때 그 가치가 더욱 커집니다.

SKT는 현대차와 협력해 집에서 스마트 스피커 ‘누구’를 통해 시동 온/오프, 문열림 및 잠금, 비상등 점멸 및 경적울림, 온도설정, 전기차 충전 시작과 중지 등을 할 수 있는 홈투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카투홈 서비스도 시작될 것입니다.

여기서도 자동차 AI 비서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와 실제 활용률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정 영역에서도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SKT가 한발 더 앞서갈 수 있습니다. SKT가 제공할 ‘스마트 라이프’ 환경에 기대가 더욱 커지는 이유입니다.

글. 투혁아빠(커넥팅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