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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편. 생명존중 문화가 ‘저출생’ 해법이다?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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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모차를 끌고 산책 중인 라테파파들. 출처: bbc

‘라테파파’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라테파파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며 육아를 하는 북유럽 국가의 아빠를 부르는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라테파파의 나라’라 불리는 스웨덴은 저출산이라는 인구문제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풀어낸 나라로 손꼽히는데요. 스웨덴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전문가들은 “스웨덴은 아이를 기꺼이 낳고 기르는 것이 즐거운 사회이자 모두에게 좋은 사회라는 공동체적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말합니다. 출산이나 인구 문제 자체보다 더 본질적으로 인간의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사회 전체가 노력한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최근 국내 문화계나 종교계를 중심으로도 이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인구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출산 현상이 사회 문제이기 이전에 개개인의 행복이나 생명 존중의 관점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는 시각인데요. 눈 여겨 볼 대목이 많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의 저자 구병모 작가는 최근 새 소설 ‘네 이웃의 식탁’에서 우리 사회 저출산 문제의 단면을 다뤘습니다. 작가는 이 책에 대해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해 많이 고민하며 쓴 작품”이라고 직접 밝혔는데요. 이 소설은 출산 장려 정책의 하나로 고안된 ‘꿈미래실험 공동주택’이라는 가상 공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 공동주택은 아이를 셋 이상 출산했거나 출산할 계획이 있는 부부에게만 입주자격이 주어집니다.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목표만을 이루려고 내놓은 정책’을 비판합니다. 구 작가는 “물량이나 숫자를 선택과 배제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는 “그동안의 저출산 대책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나 있고 그 기저에 깔린 관점이 잘못돼 있다”고 비판합니다. “인간 존중이란 가치를 우선하고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사람으로 보는 게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작가는 “우리가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살아있는 생명을, 존재하는 모든 사람을 우습게 여기고 가볍게 본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고 지적합니다. (중앙일보 “한국의 저출산, 인간을 인간 이하로 대접한 결과” 인터뷰 기사 참고)

서울 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지영현 신부의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 신부는 생명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우리 사회가 ‘생명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돼야 한다” “어린 자녀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이를 맡아줄 어린이집이 아니라 부모와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성인 남녀를 결혼시키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사안”이라며 “종교계뿐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생명의 소중함이 우선시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이처럼 정책이나 사회적인 해법 이전에 인구 문제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인구문제가 사회 경제 영역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철학적, 인간학적, 공동체적인 모색과 성찰이 우선이라는 조언입니다.

‘출산’을 ‘출생’이라는 성(性) 중립적인 단어로 대체해서 쓰자는 시도는 이런 움직임 중의 하나입니다. ‘출산율’ ‘저출산’ 대신 ‘출생률’, ‘저출생’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출생률(birth rate)’라는 단어가 ‘출산율(fertility rate)’보다 훨씬 더 많이 쓰입니다.

‘출산’하는 여성 대신 ‘출생’하는 아이에 더 초점을 맞춘 시각인 것이죠. 이를 통해 소중한 생명을 우선으로 하고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움직임입니다. ‘유모차’를 ‘유아차’로 부르는 것이 맞는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인구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은 웬만한 선진국의 출산 장려 정책은 거의 다 도입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고 행복이라는 본질이 전체 사회에서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떤 인구 정책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들이 모여있는 스칸디나비아 행복의 원동력은 넘치는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그리고 다양한 재능과 관심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라고 합니다. 인구문제보다 우선하는 사회적 가치들이죠.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우리 사회 다양한 문제가 얽히고설켜 나타난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인구 문제는 생명과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적 가치의 바탕 위에 추진되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출생을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해 진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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