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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웃을 때 무서워, 영화 속 최고의 악역들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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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소설가 김중혁이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 ‘영화당’ 129회의 주제는 ‘최고의 악역들’입니다. 보통 ‘악역’ 하면 무엇을 상상하시나요? 남산만한 몸집으로 권총을 들고 있는 악당?  벌어진 앞니 사이로 침을 쫙쫙 뱉으며 쌍욕을 내뱉는 그런 사람들?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악당은 조금 다르답니다. 차갑고 우아해요. 심지어 미소도 잘 보여주죠. 진짜로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살인미소를 말이죠!

오늘은 영화 속 악당인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를 만나보겠습니다. 두 악역이 도대체 왜 특별한지 지금부터 함께 보세요!

한니발 렉터와 안톤 쉬거의 공통점은?  

이동진: 악당 연기를 소름끼치게 잘한다고 하면, 보통은 무시무시하게 절규하거나 내뿜는 연기를 생각할 수 있는데요. 안톤 쉬거와 한니발 렉터는 소름끼치고 오금 저리는 악역임에도 굉장히 차갑게 스스로를 가라앉히는 연기 스타일이에요. 일반적인 악역 연기와는 다른 스타일이죠. 아주 우아하면서도 차갑게 가라앉은 쿨한 악역 연기예요.

김중혁: 공통적으로 두 사람이 웃는 장면에서 섬뜩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안톤 쉬거가 어떤 일을 저지르기 전에 아주 살짝 웃고 그 일을 저지른다든지, 한니발 렉터가 누군가를 보면서 살짝 옅은 미소를 보낼 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 미소의 의미는 뭐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미소인 것 같아요.

이동진: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상대를 죽일 것 같죠. ‘살인미소’라는 말 그대로 진짜 살인미소예요.

나랑 가장 닮은 악역은 누구? 애니어그램으로 보는 악역

김중혁: 1번 유형은 원칙주의자입니다. 질서주의자고요. 완벽한 걸 원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안톤 쉬거가 아닐까 싶고요. 주변에 1번 유형을 많이 알고 있는데 제가 느끼기엔 이동진 씨도 1번 유형이에요.

이동진: 내가 안톤 쉬거야? 내가 몰랐던 나의…!

김중혁: 완벽주의, 질서정연한 걸 좋아하시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요.

이동진: 어쩐지 안톤 쉬거가 매력있더라고요.

<양들의 침묵>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름, 한니발 렉터

김중혁: 사실 생각보다 한니발 렉터의 분량이 얼마 안 돼요. 전체 시퀀스 4번밖에 안 나오는데도 <양들의 침묵> 하면 누구나 바로 한니발 렉터를 떠올릴 만큼 존재감이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이동진: 특이한 악당입니다. 악당 하면 물리적인 완력이 강할 것 같은데, 첫번째는 악당이 노인이에요. 또 악당 하면 광기어린 살인마 같은 이미지가 있을 것 같은데, 한니발 렉터는 지성으로 승부합니다.

이동진: 이 이야기가 재밌는 이유 중 하나는요. 이 희대의 캐릭터를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쓰는 거예요. 한니발 렉터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초짜 수사관이 주연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이죠. 한니발 렉터는 사실상 뛰어난 수사관이에요. 프로파일러로서 뛰어난 이유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이 해봤으니까, 연쇄살인마니까 아는 거죠. 또 하나는 이 사람의 아주 뛰어난 지성이에요. 결과적으론 가장 섬뜩한 악마의 힘을 빌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수사관의 딜레마를 다루고 있어요.

김중혁: 선인지 악인지 구분하기 힘들고, 악처럼 보이지만 선한 행동을 하고, 선인 것처럼 보이지만 악한 행동을 하는 캐릭터를 참 좋아하는데요. 악당인데 이렇게 좋은 일 해도 되나? 이런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연출을 통해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웃는 게 더 무서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

이동진: 안톤 쉬거(Anton Chigurh)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이름이죠. 쉬거의 스펠링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이름이면서 외국 출신 사람으로 설정된 것은, 이 영화에서 이 캐릭터의 독특한 위치를 설명해주는 이름이기도 해요.

김중혁: 보통 악인들은 혼돈을 표현하기 마련이에요. 제가 보기에 안톤 쉬거는 혼돈이 아닌 질서를 상징하는 사람이에요. 이 혼란스런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질서를 부여하고 바로잡고 싶어하는 악당이 안톤 쉬거가 아닐까 싶어요.

이동진: 안톤 쉬거의 원칙은 바로 동전일 것입니다. 동전에는 앞과 뒤밖에 없죠. 이 동전이 목숨과 관련되면 그 사람을 살리느냐 또는 죽이느냐 밖에 없는데요. 거기에서도 무시무시한 게 뭐냐면, 자기 의지로 상대방을 죽이는 캐릭터가 아니란 얘기입니다. 죽이고 살리는 것조차도 우연에 의지하는 캐릭터예요. 우연이라는 것이 인격화된 악마처럼 보여요.

이 영화에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요. 하나는 동전이 주는 우연의 길이고, 또 하나는 인간이 걸어가는 길의 궤적이죠. 사실 인간이 선택한 길과 동전을 던져서 걷는 길이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코엔 형제가 바라보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탄식’이 담긴 영화예요.

김중혁: 안톤 쉬거가 상징하는 것은 어쩌면 죽음이 아닐까요. 죽음은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질서잖아요. 우리는 카오스를 느끼지만 굉장히 질서정연한 삶의 방식이니까요.

지금까지 최고의 악역들, 한니발 렉터와 안톤 쉬거를 만나봤습니다. 두 영화는 모두 Btv에서 보실 수 있으니 원하는 영화를 골라 즐기세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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