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게놈 프로젝트를 아시나요?

2018. 12. 27

안젤리나 졸리는 양쪽 유방을 2013년에 절제했습니다. 외모가 중요한 허리우드의 무비스타가 왜 양쪽 유방절제술을 받았을까요? 안젤리나 졸리는 게놈(genome) 분석 검사를 통해서 향후 본인이 유방암 등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사전적으로 미리 절제를 받은 것입니다.

안젤리나 졸리는 당시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유전검사 결과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매우 높아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실은 BBC, CNN, 르몽드 등 수 많은 글로벌 언론 매체를 통해 전파됐고, 유력 주간지인 타임이 커버스토리 제목으로 ‘안젤리나 효과(The Angelina Effect)’를 다루면서 전 세계적으로 게놈을 알리는 기회가 됐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게놈이란 무엇이며, 전 국민 게놈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나라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게놈(genome)은 무엇일까요?

게놈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유전체’라고도 합니다. 생물체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유전물질(DNA)의 집합체를 뜻하며,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는 생물체를 형성하는 유전자의 최소 단위가 됩니다. 게놈이란 생명 현상을 결정짓기 때문에 흔히 ‘생명의 설계도’, ‘유전자 지도’라고 부릅니다.

사람의 경우 23쌍의 염색체(46개 염색체로서 남자의 경우 22쌍+XY, 여자의 경우 22쌍+XX) 중 1세트의 염색체군(23개 염색체)을 말하며, 부모로부터 자손에 전해지는 유전물질의 단위체를 뜻하기도 합니다. 한 개체에 있는 모든 세포는 동일한 수의 염색체와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으므로 단 하나의 세포만을 분석해봐도 전체 게놈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현대생물학에서 게놈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유전체학(genomics)이라고 부르며, 유전체학은 한 생명체 전체에 걸친 유전자 전체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러한 유전자 파악 연구를 게놈 프로젝트(genome project)라 합니다. 게놈 프로젝트는 쌀, 효모, 생쥐 등을 대상으로 시작됐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2003년에 일단 완료된 상태입니다.

전 세게 최초로 국가 게놈 프로젝트를 하는 에스토니아

▲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의 올드타운 전경

맞춤형 치료를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유전자 게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혁신성장의 대명사 에스토니아입니다. 에스토니아는 EU 연합의 인구 130만 명의 소국으로 1990년대 초 소련(현 러시아)에서 독립한 천연자원도 없고, 국토도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뿐인 작고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독립할 당시에 전화기 보유 가정이 절반도 안 됐을 정도로 정보통신 인프라나 IT와는 거리가 아주 먼 나라였습니다.

그랬던 나라가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전자영주권,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199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150달러였던 에스토니아는 2018년에 23,610달러(추정)로 약 20배 이상으로 성장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게놈 프로젝트는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10만 게놈 프로젝트’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울산광역시에서도 ‘울산 1만 명 게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단위에서 게놈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것은 에스토니아가 유일무이합니다.

첫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도입됐을 때만 해도 검사에 13년이 걸렸고, 비용은 10억 유로가 넘었습니다. 지금은 검사 시간이 48시간으로 단축됐고 비용은 1000유로로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18년 한 해에만 10만 명의 에스토니아 국민이 유전자 게놈 분석에 자발적으로 동참해 검사를 받을 예정이며, 물론 이에 따른 비용은 에스토니아 정부가 지원합니다.

에스토니아는 2001년부터 게놈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이를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왔으며, 올해 8월 기준 5만2,000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에스토니아가 500만 유로의 예산을 투입한 이 프로젝트는 만성질환의 유전학적 원인을 밝혀보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에스토니아는 2022년까지 전 인구의 1/3이 넘는 최대 50만 명에 대한 게놈을 분석할 예정이며, 전 국민의 건강 기록을 디지털화해 놓았기 때문에 새롭게 수집된 유전자 정보가 더해지면 효율적인 질병 예방 분석 및 개인 맞춤형 의료 시대를 앞당길 초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놈 프로젝트는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시장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게놈 프로젝트는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므로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에서 관심이 지대합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은 유전체 정보를 한곳에 보관하려고 하는 이른바 ‘게놈 클라우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웹서비스(AWS)는 ‘1000 게놈 프로젝트’ 관련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구글은 클라우드 플랫폼인 ‘구글 지노믹스(Google Genomics)’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SK텔레콤(이하 SKT)도 BIO ICT 사업팀을 통해 많은 사람이 저렴한 가격으로 유전체를 분석/저장/관리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처리 기반 유전체 IT 솔루션’ 개발에 나섰습니다.

SKT는 유전체 데이터와 의학 정보 등의 많은 데이터를 AI 기반으로 분석ᆞ축적ᆞ관리하는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구축 및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DNA 분석 비용과 시간을 10분의 1로 줄이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게놈 프로젝트를 통하여 적은 비용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가 대중화될 날이 곧 올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