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크리에이터의 시대 2편, 1인 미디어를 둘러싼 규제

2019. 02. 19

새삼 말하기도 어색할 정도로, 젊은 세대를 넘어 이제는 모든 연령층에서 1인 크리에이터 및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에 기존 방송법의 위치가 애매해진다는 것입니다. 방송법의 규제 근거 중 하나는 방송 콘텐츠가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인데, 대중이 유튜브를 TV만큼, 아니 어쩌면 더 많이 시청하는 지금 어쩌면 이 법이 유튜브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아리송해집니다. 또한 기존 방송이 제한된 공공 자원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케이블방송을 넘어 OTT 서비스, 인터넷방송 등 수많은 콘텐츠 공급자들이 등장하면서 이미 힘을 잃었죠.

이미 오래전, 아프리카TV의 소수 ‘막장 방송’ 때부터 조금씩 이야기되어 왔던 인터넷 콘텐츠 규제. ‘국민 크리에이터 시대’에는 어떤 이야기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을까요?

현행 통신법상의 규제 vs. 크리에이터들의 자정작용

▲ 크리에이터들은 자극적인 콘텐츠로 단기 조회 수를 높이는 것보다, 기획의 승부수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별도 법령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불건전한 통신 콘텐츠에 대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후 방송 정지 등 후속 징계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징계 건수는 어떨까요? 개인방송 콘텐츠 수가 급증함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요. 2017년 한 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제를 받은 인터넷 개인방송 수는 26건이었지만, 2018년 들어 8월까지 집계한 수만 81건으로 무려 전년도의 3배를 넘어섰습니다.

막장 방송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일까요? 하지만 2018년도 국내 유튜브 채널 순위를 보면 음악, 댄스, 뷰티, 먹방, 키즈 등 크리에이터의 역량이나 기획으로 승부하는 콘텐츠가 상위 10개를 차지했습니다. 초기 아프리카TV의 인기 BJ 순위와는 사뭇 다르죠. 자극성을 배제하는 콘텐츠가 승리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런 자정작용은 도덕적이라기보다는 상업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극적인 날것의 콘텐츠는 정보성, 고도화된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획, 보기 드문 예술적 재능, 전문적 편집역량을 갖춘 콘텐츠들이 범람하며 식상하고 초라한 것이 되어버렸죠. 조악한 포르노 비디오보다 넷플릭스의 고퀄리티 드라마 및 다큐멘터리를 찾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둘째, 이들 크리에이터 산업이 커지면서, 기업과의 협업이나 광고수익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 고객과 단가가 비싼 광고를 다수 유치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구설수에서 멀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도서관은 자신의 저서 및 방송에서 자신의 채널 초창기부터 사업성을 위해 욕설 등을 일부러 배제했다고 밝힌 바 있죠.

즉 크리에이터들은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콘텐츠를 청정하게 제작하려 하며, 그렇지 못한 이들에 대해서는 현행 통신법상의 규제가 주효하며 어느 정도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플랫폼 사업자를 통한 규제

▲ 어떤 경우, 콘텐츠 플랫폼은 더러운 물이 흐르지 않게 필터를 설치한 파이프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산업구조로 모든 악성 콘텐츠가 걸러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너무 이상적이겠죠. 음란물은 물론 인종 혐오, 남녀 및 정파 갈등을 조장하는 콘텐츠, 지난 미 대선을 뒤흔든 가짜 뉴스 등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아 조회 수, 즉 광고수익을 유도하며, 때로는 콘텐츠가 내포하는 분란 조장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도 합니다.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상 정부나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등이 일일이 찾아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각국 정부는 플랫폼 기업의 힘을 빌리기도 합니다. 알고리즘, 이용자의 신고, 내부 인력의 검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불건전하거나 사회적 악영향을 조장하는 콘텐츠를 삭제하고, 제작자에 대해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겁니다.

만약 나쁜 콘텐츠가 지속해서 유통된다면 책임은 플랫폼 기업이 져야 한다는 담론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이 더욱더 그러한데요. 독일의 경우 유튜브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하여 자사 콘텐츠에서 인종 혐오 표현 등 발견 시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한다는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만약 위반하면 최대 5000만 유로(약 651억 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즉 플랫폼 기업도 방송 등 기존 콘텐츠 공급자와 유사한 미디어로서의 책임을 지게 된 건데요. 유튜브와 같은 경우 서비스 권역을 명확히 정의할 수 없고, 기업의 서버가 제재 국가 밖에 위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제재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또 국가마다 법령이 다르면 기업 입장에서도 준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겠죠.

방송사업자의 범위를 넓혀 방송법을 적용하려는 경우도 나타났습니다. 최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등 인터넷 콘텐츠 공급 수익을 올리는 사업자를 규제 대상에 포함한 ‘통합방송법’을 발의했는데요. 법안이 발의되면 개인 크리에이터는 규제하기 어려우나 MCN 업체는 인터넷방송사업자로 신고를 거쳐야 하며, 개인 크리에이터가 OTT 등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순간 규제 대상이 됩니다. 즉 규제 대상을 정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점이 개인방송을 방송의 관점으로 규제하는 데 또 하나의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국민 크리에이터 시대, 그리고 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국민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시대. 어떤 기준으로 규제를 만들어나가야 할까요? 어쩌면 글로벌 단위로 기본적 콘텐츠 가이드라인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또 어떤 것이 방송이고 통신인가, 각 콘텐츠를 규제할 근거는 무엇인가 등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이것을 어떤 주체가 규제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 물음이 필요할 수도 있죠. 확실한 것은,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방송보다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더욱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대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글. 스웨이드 킴(커넥팅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