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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인사이트] 10대의 소용돌이, <파수꾼>과 <죄 많은 소녀>

201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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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소설가 김중혁이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 ‘영화당’ 145회 주제는 ‘10대의 소용돌이’입니다. 이번 회에선 Btv로 볼 수 있는 영화 두 편, <파수꾼>과 <죄 많은 소녀>을 준비했습니다.

요즘 독립영화의 주제는 10대 시절을 다룬 이야기가 많은데요. 아마도 젊은 감독들이 독립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시절을 돌아보기 때문이겠죠. 이 영화 두 편을 보면 여러분이 졸업한 지 얼마가 되었든, 다시 10대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실 거예요. 지금 한 번 보세요!

보는 순간 우리를 10대로 되돌려놓는 영화, <파수꾼>

<파수꾼>은 한 소년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뒤쫓고, 친한 친구였던 동윤(서준영)과 희준(박정민)을 찾습니다. 하지만 한 아이는 전학을 갔고 한 아이는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죠. 이 영화는 서로가 전부였던 세 친구들 사이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동진: 개봉한 지 8년 사이에 영화 <파수꾼>은 뒤의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끼쳤어요.

김중혁: 우리가 학교를 졸업한 지 몇 년 되었던 간에 바로 그 자리로 다시 데려다 놓는 영화예요.

김중혁: 이제훈 씨의 눈빛과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연기여서 힘든 연기였을 텐데 멋지게 보여줬습니다.

이동진: 극중에서 이제훈 씨는 굉장히 폭력적인 인물이죠. 그러나 폭력의 기반에는 두려움이나 외로움이나 약함을 결합한 감정이 있어요. 그래서 굉장히 연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순발력 있게 하나의 쇼트 안에서 감정이 표변하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이동진: 박정민 씨도 연기가 참 좋았어요.

김중혁: 박정민 씨 연기가 참 어려운 연기였을 거예요. 피해자들은 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잖아요. 약함 속에 강함을 품기가 쉽지 않거든요.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캐릭터에는 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투쟁하고 저항하는 느낌이 있어요.

이동진: 정신적으로 가장 약한 사람이 가장 폭력적이라는 아이러니가 있는 영화예요.

김중혁: 이 영화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이 없던 상태에서, 누가 가해하고 피해했는지 근원을 좇는영화예요. 폭력의 기원을 찾는 영화여서 시작 자체가 비범한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이동진: 마치 안티 성장영화처럼 느껴집니다. 많은 성장 영화에선 고통이 밑거름처럼 작동해요. 개인이 겪는 고통과 힘듦과 시련이 지나고 보면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거나, 다음 단계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되곤 합니다. 반면 이 영화 속에서 고통은 그 자체로 고통이고 상처는 그 자체로 상처입니다.

죄의 총량 보존의 법칙을 담은 <죄 많은 소녀>

영화 <죄 없는 소녀>에서 영희(전여빈)의 같은 반 친구 경민은 갑작스럽게 실종됩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영희는 가해자로 지목됩니다. 경민 엄마부터 형사, 선생님까지 주변 모든 사람들이 영희를 의심하고 죄 많은 소녀가 된 영희는 결백을 증명해야 합니다.

김중혁: 이 영화의 영어제목이 의미심장하더라고요. <After My Death>가 경민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 같지 않은 거예요. 영희가 가해자로 지목받고 의심받았을 때를 영희의 죽음으로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이 일을 모두 겪고난 영희는 후반부에 다시 태어난 것과 다름없으며 사람들로부터 주목받게 돼요.

이동진: 이 영화의 흥미로운 모티프가 무엇이냐면, 죄를 전가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거예요. 영희는 왜 죄가 많은가? 사람들이 다 영희에게 자기의 죄를 얹었으니까 그렇죠. 내 죄가 없다고 말하려면 남을 가해자로 만들어야 해요. 이 영화 속에서 다루는 세계는 죄의 총량 보존의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예요.

김중혁: 많은 사람들이 영희에게 죄를 전가합니다. 영희는 “난 아니야”라고 부정하면서도 스스로 의심합니다. “내가 그랬을지도 몰라”라고요. 그러니 영희야말로 이 모든 죄를 끌어안고 스스로 반문하는 어른스러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동진: 사실 이 영화 보면 마음이 답답해지죠. 극중 누구 하나 관객이 마음을 실을 만한 사람이 없거든요. 극중 등장하는 누구도 완전히 무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누구도 완전한 악인은 아니에요.

김중혁: 두리뭉실한 유머가 있어요. 약간의 생활 유머를 이상한 장면에 넣어서 이 귀기 어린 영화 중간중간에 이상한 유머를 만들어내요.

이동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감정은 ‘죄책감’이에요. 모든 죄책감 때문에 쩔쩔매는 모든 인물들인 거죠. 지금 벌어지는 비극과 내가 무관하지 않다는 감정, 그렇다면 굉장히 숭고한 감정. 극중 인물들은 그런 도덕적인 가책을 느껴요.

지금까지 10대의 섬세한 감정과 고통, 상처를 다룬 영화 <파수꾼>과 <죄 많은 소녀> 두 편을 만나보셨습니다. 두 영화는 모두 Btv에서 보실 수 있으니 원하는 영화부터 골라 보세요. 아마 10대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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