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먹거리를 지키는 슈퍼히어로, 스마프

2019. 04. 30

마트에 가면 예쁘게 진열된 식자재들이 넘쳐나죠. TV를 틀어도 SNS를 봐도, 손쉽게 ‘먹방’과 ‘맛스타그램’을 만날 수 있고요. 그래서일까요.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말은 정말 낯설고 이상하게 들리는데요. 우리도 모르는 새에 줄어들고 있는 우리의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최첨단 시설을 사용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 스마트팜 회사를 만나봤습니다.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사라지는 음식 종류를 하나라도 지키겠다’는 공감 백 퍼센트의 목표를 가진 채한별 스마프 대표의 이야기, 듣다 보면 어느새 응원하게 될 거예요!

5년 후에 지금 먹는 OO을 못 먹을 수도 있다고요?

▲ 스마프 채한별 대표이사

SKT Insight : 스마트 팜이라는 단어, 많이 들어보긴 했는데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스마프의 스마트 팜은 무엇인가요?

채한별 대표이사 : 좋은 질문이네요. 사실 스마트 팜은 글로벌한 단어는 아니고, 주로 한국에서만 사용해요. 스마트 폰, 스마트 홈, 스마트 팩토리처럼 ‘스마트’라는 단어로 두루뭉술하게 묶어놓는 경향이 있죠. 들여다보면 정말 다양한 분야들이 있기 때문에, 어디에 ICT 기술이 결합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개념이 돼요. 농업의 분야도 다양해서 스마트 팜이라고 말하면 애매모호한 느낌이 있죠. 스마프는 장비 쪽에서 관수, 관비의 솔루션을 제공해요. 인프라 측에서는 네트워크 플랫폼, IoT 플랫폼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요.

SKT Insight : 대부분의 스마트 팜 개발사들이 실내, 온실에 주력하는데, 스마프는 노지 재배까지 포괄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뭔가요?

채한별 대표이사 : 창업 초반에 임자도라는 섬에 실조사를 나간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실내 스마트 팜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가보니까 온통 대파밭이더라고요. 노지 재배 농업은 기술을 안 쓸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 분야가 블루오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때부터 방향을 노지 재배 쪽으로 바꿨습니다.

사실 이파리 채소나 과채류를 제외하고는 거의 90퍼센트 이상이 맨땅에서 재배돼요. 가공용 작물이나 식량 작물은 더 그렇고요. 그런데 다른 분야에 비해 노지 재배는 거의 기술 적용이 안되고 있죠. 몇십 년 전에 기계화된 이후로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데, 가공용 작물이나 식량 작물은 생산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요.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어요.

SKT Insight : 농업 상황이 그렇게 안 좋은가요?

채한별 대표이사 : 한국뿐만이 아니에요. 그거 아세요? 바닐라가 지금 무게당 은보다 더 비싸요. 캐슈넛은 지금 거의 100퍼센트 이상 가격이 올라간 상황이고요. 앞으로 가공 작물들이 변동성이 심해질 거예요. 늘 자라던 기후가 많이 변하고 있거든요. 5년 후에는 지금 먹는 커피를 못 먹을 수도 있어요. 생산량이 계속 줄고 있거든요. 병해 때문에 원두 종류도 많이 줄어들고 있고요. 수많은 작물들이 처한 상황이에요. 지금 구글에서 거시 지표만 검색해봐도 누구나 알 수 있죠. 이미 그런 일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는데,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을 뿐이에요. 지금 먹을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생산량이 아니라 상품률!

▲ 스마트벨브와 스마트센서를 이용한 스마프의 스마트팜 시스템

SKT Insight : 처음에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채한별 대표이사 : 농업에 쓰이는 기술이라고 해서 난이도가 쉽거나 어려운 게 아니에요. 결국 난이도는 요구 사항에 맞춰서 결정되기 마련인데요. 첫 요구 사항은 초 저전력이었어요. 4개월 동안 밸브 열고 닫는데 배터리 2개로 버텨야 했죠. 주변에 인터넷을 끌어올 곳이 없는 것도 큰 문제였어요. 장거리 통신을 위해 어떤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가, SKT와 로라(LoRa)라는 시스템을 찾게 되었어요. 사실 농가는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문제가 컸어요. 로라(LoRa)는 한번 전달 가능한 데이터양이 적은 대신, 범위가 엄청 넓은 와이파이 같은 통신망이라고 보시면 돼요.

SKT Insight : 그 외에도 노지 재배가 가진 특징적인 어려움이 많나요?

채한별 대표이사 : 많죠. 그래서 저희가 ‘지능형 관수 관비 솔루션’을 만든 건데요. 세 가지 포인트가 있어요. 우선 시설은 손쉽게 설치, 해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농가의 사용자들은 대부분 고령자이고, 최신 설비에 문외한이시니까요. 2명이 4시간에 3000평을 설치 해체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둘째, 비용을 저렴하게 세팅해야 합니다. 작물들은 일부 고부가가치 작물을 빼고는 단가가 굉장히 낮아요. 그래서 특수 배터리로 비용을 낮추고 설치비도 최소화했어요. .마지막으로, 전기 통신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이 부분은 SKT와 함께 로라(LoRa)를 사용해서 경작지 인근에 인터넷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죠.

SKT Insight : 스마프만의 특별한 기술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채한별 대표이사 : 쉽게 말해볼게요. 어떤 사람이 스마트홈을 하려고 해요. 그런데 전등, 전자레인지, 출입도어 등등을 제어하는 각 요소 기술의 회사들이 다 다르다면, 스마트홈을 위해 어플을 몇십 개씩 깔아야 할 거예요. 그러면 누가 그 기술을 쓰겠어요. 스마트 팜도 마찬가지죠. 특히 전사 관리가 필요한 큰 기업이라면 더 그렇고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스마프는 그런 요소 기술들을 통합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고요(웃음). 각 농가에서 쓰는 기계들이 달라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요소 기술을 통합할 수 있는 회사가 된 거죠.

SKT Insight : 그럼 스마프의 기술로 생산량이 증가하나요? 한다면 얼마큼인가요?

채한별 대표이사 : 10개 생산되던 감자가 갑자기 20개가 되는, 그런 기술은 현실에 없어요. 10개 생산되던 감자 중, 원래 3개가 품질 저하로 버려지는 감자였다면 그걸 1개로 줄여주는 게 저희 기술이에요. 10개 중 9개를 판매할 수 있는 품질로 생산하게 해주죠. 그걸 상품률이라고 해요. 스마프는 농가의 상품률을 높여주는 게 목표예요.

SKT Insight : 그렇게 농가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어떤 식으로 분석되나요?

채한별 대표이사 : 농업은 빅데이터가 없어요. 일단 농장이나 환경에 따라서 개별적이고요. 데이터 쌓기가 어려워요. 쉽게 말하면, 일단 주기가 지나간 뒤에 데이터를 늘어놓고 전문가와 함께 단서를 찾는 단계를 꼭 거쳐야 해요. 다음에는 어떤 변수를 변화시켜서 결과를 바꿀 수 있을까 하면서요. 그걸 반복하다 보면 데이터 분석이 될 수 있는데요. 그래서 기간이 짧으면 분석할 기간이 생겨서 좋아요.

음식 종류를 하나라도 방어해내겠습니다!

▲ 기존 스프링쿨러로 키운 감자(좌)와 스마트팜으로 키운 감자(우)

SKT Insight : 첫 스마트팜 적용 작물이 감자인데요. 감자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채한별 대표이사 : 일단, 재배 주기가 짧아요. 3~4개월 정도? 그래서 앞서 말한 데이터 분석을 할 기간을 길게 가질 수 있죠. 그리고 다른 가공 작물은 대부분 장마와 병충해 문제라는 변수가 있는데요. 감자는 봄 가뭄, 가을 가뭄 외에는 변수가 별로 없어서 비교적 안정적이에요. 마지막으로 B2B 수요가 공급을 엄청나게 초과한 작물이라서, 품질만 괜찮으면 바로 판매로 이어질 수 있죠.

SKT Insight : 이런 과정을 통해 스마프가 하고자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채한별 대표이사 : 플랫폼은 양쪽을 잇는 것이죠. 농업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엮여있는데요. 한쪽 끝에는 펌프, 밸브 같은 것들을 만드는 장비 제조사, 다른 한쪽 끝에는 식품 가공 회사가 있어요. 그런데 둘 다 IT와는 거리가 멀어요. 하지만 스마트 팜이 진행되려면 전체 과정이 IT화 되어야 하고, 동시에 농업에 대한 이해도도 있어야 하죠. 스마프는 전체 과정을 하나로 통합하여 해결하고자 해요. 장비 제조사 쪽에서 쉽게 장비에 스마프의 칩이나 모듈을 부착하여 데이터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요. 식품 가공회사 측에서 겪는 원자재 수급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공장 관리 그룹들이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식이죠. 최종적으로 끝과 끝을 통합하여 연결하는 솔루션을 만들어가려고 해요.

▲ 스마트폰으로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밸브

SKT Insight : SKT 측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는데,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채한별 대표이사 : 스마프가 개념만 가지고 시제품을 만들고 있을 때, SKT에서 세종의 두레 농업 타운에 테스트 배드를 제공해주어서 시작할 수 있었어요. 필요한 게 생기면 가능한 협업 회사를 찾아서 연결해주거나, 해외로 기술 조사를 갈 수 있게 지원해주기도 했죠. 물론 저희 회사가 통신 회사가 아니라 사용하는 시스템은 한정되어 있지만, 농업 자체가 글로벌 이슈이기 때문에 SKT 측에서 관심을 가지고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특히 저희가 감자를 최적 작물로 선정하고 나서, 감자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대기업을 만날 수 있게 해준 것도 SKT였어요. 그 바탕으로 지금 계속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고요.

SKT Insight : 마지막으로 스마프의 목표가 궁금해요

채한별 대표이사 : 저희는 글로벌 농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뭄이나 기후 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상품률 저하 문제를 방어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서 포지셔닝이 ‘솔루션 프로바이더’예요. 물론 저희도 개발할 수 있고 디바이스, 소프트웨어도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꼭 저희 디바이스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상품률을 올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믹스 가능해요. 저희의 지상 목표는 가공 식자재의 상품률을 올리는 거예요.

개인적인 얘기지만, 저는 먹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먹을 수 있는 것의 종류가 사라지는 건 정말 슬픈 일이잖아요. 그래서 하나라도 방어해내겠다는 게 저의 개인적 목표이기도 합니다.

사진. 전석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