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위해 사직서 낸 30년차 시스템 분석가

2019. 05. 22

여기 시각장애인을 위해 30년간 몸담은 업무분야에 과감히 사직서를 낸 사람이 있습니다. 또 시각장애를 지녔지만 명성이 자자한 프로그래머도 있죠.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탄생한 시각 장애인 맞춤형 애플리케이션 ‘샤인플러스’. 오늘은 샤인플러스 개발의 주인공인 사회적기업 에이티랩의 박영숙 대표와 김정 이사를 만나보았습니다.

SKT Insight: 안녕하세요, 샤인플러스는 어떤 앱인가요?

박영숙: 시각장애를 지닌 모든 분들에게 빛을 드리려는 앱입니다. ‘샤인’(Shine)은 영어로 ‘빛’이잖아요. 그러나 세상엔 빛이 안 닿는 경계나 구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부분까지 찾아서 빛을 비춘다는 뜻으로 ‘샤인플러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시력이나 준맹, 전맹, 노안 등등 자기 기호에 맞춰 300가지 기능을 마음껏 조합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샤인플러스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브라질, 인도 등 23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의 시각장애인 60만 명이 쓰는 인기있는 앱입니다

SKT Insight: 시각장애도는 어떻게 구분되나요?

박영숙: 네, 시각장애 범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넓어요. ‘전맹(빛을 지각할 수 없음)’부터 ‘준맹(나쁜 눈의 교정 시력이 0.02~0.04)’, ‘약시(0.04~0.8)’, 그리고 노안에 색각까지 다양하죠. 그러나 저시력인은 전맹자 만큼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시각장애의 경계선에 있고, 본인도 시각장애를 인지 못하거든요.

김정: 이를테면 시력이 0.8이어도 시야가 단추구멍만큼 작게 보인다면 시각장애인입니다. 이처럼 시력의 경계에 있는 분들에게 샤인플러스는 매우 유용합니다.

30년차 시스템 분석가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표 낸 이유

▲ 에이티랩 박영숙 대표

SKT Insight: 박영숙 대표님은 주한미군에서 시스템 분석가로 30년 넘게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시작하셨어요?

박영숙: 제가 일했던 주한미군에는 앞을 볼 수 없는 미국인 군무원이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은 취업이 안 된다고 여겨졌는데요. 그 분은 화면 글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PC용 스크린 리더기로 일했습니다. 문화 충격을 받았죠. IT 기술과 보조 기구가 있다면 시각장애인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 왼쪽부터 에이티랩 김정 이사, 박영숙 대표

SKT Insight: 기존 업무와 다른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라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박영숙:정작 제 주위엔 시각장애인이 없었습니다. 모르니까 배우려고 인터넷을 뒤져보고 시각장애인연합회에도 연락해봤죠. 그러다가 시각장애인 가운데 이름을 날리는 뛰어난 프로그래머를 찾아냈어요. 그분이 지금 함께 일하는 김정 이사님이에요. 일주일에 두 번씩 저녁마다 찾아가서 이사님을 붙잡고 밤 10시까지 함께 1년 정도 공부했어요.

김정: 시각장애인에게는 나름대로 형성된 문화와 그들의 커뮤니티가 있는데요. 단 번에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들의 도구나 문화 등을 하나씩 박영숙 대표님에게 알려드렸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마음 제가 잘 알죠!

▲ 왼쪽부터 에이티랩 박영숙 대표, 김정 이사

SKT Insight: 특히 저시력자에게 주목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김정: 저시력자라면 자신이 시각장애인인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성인이 되어서야 아는 경우도 참 많아요. 게다가 자신이 시각장애인임을 인정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곤 합니다. 저도 학창시절엔 현미경에 가까운 두꺼운 안경을 끼고 다녔는데요.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력 기능 저하라는 걸 알았어요.

SKT Insight: 샤인플러스는 장애정도가 다양한 시각장애인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요?

김정: 먼저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는 저시력자를 예로 들어볼게요. 이들은 무리없이 보행하며 학교와 일터에 갑니다. 다만 글자를 읽을 때 눈을 가까이 밀착해서 봐야 해요. 이들은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사회에 알리지 않길 원합니다.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으며 도구를 쓰고 싶어 하죠. 그래서 보조 기능이 너무 노출되면 안 됩니다. 최대한 가려줘야 해요.

 

▲ 원하는 글자를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화면 글자가 음성으로 지원되는데도 글자를 확대해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준맹자입니다. 이들에겐 보행 시 약간의 불편함이 있습니다. 글자는 거의 안 보이지만 크게 확대하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화면에서 음성이 출력되는 걸 원치 않기도 합니다. 저시력자와 전맹자에게는 이런 니즈가 없습니다. 오로지 준맹자만 느끼는 마음이지요.

▲ 에이티랩 김정 이사

SKT Insight: 꼭 자랑하고 싶은, 샤인플러스만의 특별한 기능은 무엇인가요?

김정: 최근 호응을 얻은 기능 중에 ‘귓속말’과 ‘터치 블로킹’이있습니다. 귓속말은 귀에 휴대전화를 갖다대는 순간 통화 음성처럼 작게 전환됩니다. 이를테면 카카오톡 대화에서 유용하죠. 카톡 대화를 읽기 어려워 음성으로 지원받는 경우, 옆사람에게도 다 들리니까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잖아요. 이 경우 휴대전화를 귀에 대면 카톡 대화도 통화하듯 작게 들리죠.

▲ 터치 블로킹을 실행하면 휴대전화가 터치되지 않습니다.

터치 블로킹은 고령의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했습니다. 터치 블로킹을 실행하면 스마트폰 터치가 되지 않아요. 그 대신에 원하는 앱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야만 프로그램이 실행됩니다. 사실 꼭 시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어르신들은 스마트폰 쓸 때 터치하기를 불편해하시잖아요. 마구 건드리다가 전화가 걸리거나 뜬금없이 앱이 실행되거나 고장날까봐 겁나거든요.

박영숙: 이 두 기능은 오로지 샤인플러스에만 있어요.

 

▲ 단축키로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장면

SKT Insight: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박영숙: 장애인, 하면 보통 혜택받는 사람으로만 여길 뿐 소비자로는 인식하지 않아요. 그래서 무료 제품이 많고 장애인을 위한 제품의 질도 높지 않죠. 에이티랩은 앞으로도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 시각장애인도 좋은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말이죠! 또한, 저시력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샤인플러스 뿐이에요. 앞으로도 전세계 사람들이 널리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샤인플러스를 개발한 에이티랩의 박영숙 대표와 김정 이사를 만나보셨습니다. 앞으로도 시각장애인의 빛이 되기를 바라며, 샤인플러스의 앞날을 기대해주세요!

사진. 전석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