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로 보는 5G]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 AR, VR의 미래

2019. 06. 21

영화의 원작은 그래픽 노블이다. 28세기 우주에서 에이전트 발레리안과 로렐린이 컨버터를 구출해내는 미션을 받으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우주적 세계관과 캐릭터 디자인이 스타워즈(1977년)와 유사한 부분이 보이는데, 알고 보면 발레리안(1967년)이 먼저 나왔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빅마켓이라는 암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방법에 MR을 활용한 부분이다.

AR, VR, MR

MR은 혼합현실(Mixed Reality, 이하 MR)을 말한다. MR을 이해하려면 AR과 VR의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한다. AR과 VR은 온라인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라 낯설지는 않을 테다.

AR(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은 실제 환경에 3차원 가상의 사물이나 이미지 등의 정보를 추가해 보여주는 기술이다. 현실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VR(가상 현실, Virtual Reality)은 주변 환경, 객체 모두를 가상으로 만들어 보여준다.

MR은 AR과 VR을 통합하고 사용자와 인터랙션을 한층 강화한 방식을 말한다. 현실의 정보를 기반으로 가상의 정보를 융합하게 되는 측면에선 AR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AR이 현실에 가상 이미지를 단순하게 더했다면, MR은 사물의 깊이와 형태를 파악해 3D 형태로 가상 이미지가 더해진다. 한마디로 막대기를 스타워즈의 라이트 세이버로 둔갑할 수 있다.

발레리안 영화에서 빅마켓이라는 암시장이 위치한 곳은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들판이다. 하지만 HMD를 착용하면, 거대한 도시로 바뀐다. 언뜻 VR처럼 보이지만, 기존 사물을 다른 모습으로 바꾸고, 인터랙션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MR로 보는 게 맞다.

금방 뜰 거 같았는데

AR, VR이라는 용어가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관련 개념이 나온 건 제법 오래전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이미 1800년대에 등장했으며, 관련 기술은 1900년대부터 연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상현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건 2012년 팔머 럭키가 VR 업체 오큘러스를 창업하면서부터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후 2014년 IFA에서 삼성전자는 오큘러스와 손잡고 기어 VR을 처음 선보이게 된다.

AR은 VR에 비해 주목도가 다소 낮았지만, 2017년 애플이 관련 기술을 대거 공개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상태다. AR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단번에 아이폰, 아이패드를 바탕으로 한 AR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AR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포켓몬 게임이 아닐까 싶은데, 점점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줄자처럼 길이를 측정하는 건 기본, 최근에는 구글이 자사의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에 AR을 접목해 길 안내를 해주는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분명한 것은 AR, VR 모두 불과 몇 년 전보다 훨씬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AR의 경우 스마트폰만 있으면 사무실에 호랑이를 불러올 수 있으며, HMD만 착용하면 가상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럼에도 대중적이라고 하기엔 다소 역부족인 건 분명하다. HMD는 여전히 크고 무거워 장시간 착용 시 피로감이 크고, 스마트폰으로 AR을 경험하기엔 다소 불편함이 없잖아 있다. MR 디바이스로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또한 여간 묵직한 것이 아니다.

5G로 달라진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AR, VR, MR이 자연스럽게 쓰이려면 뒷받침되어야 할 부분이 뭘까? 앞선 이야기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장시간 착용에도 문제없을 만큼 경량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의 안경과 유사한 정도의 기기가 나온다면, 아마 대중화는 문제없을 테다.

하지만 당장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콘텐츠를 처리하기 위해 어느 정도 성능을 요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만 하더라도 퀄컴스냅드래곤 855를 적용해 연산 처리를 하고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5G의 상용화다. 아직 초기이긴 하지만, 5G가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새로운 형태의 디바이스 출현도 기대해 봄직하다.

5G는 크게 3가지 특징이 있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 그것이다. LTE는 단순히 빠른 속도를 내세운 기술이지만, 5G는 속도만 더 빨라진 것이 아니다. 물론 속도도 4G보다 더 빨라지긴 했다.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무려 20Gbps나 된다. 15GB나 되는 4K 영화를 6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눈여겨볼 부분은 초저지연이다. 지연 속도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인데, 한마디로 유선으로 연결할 것처럼 즉각 반응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여러 가지 활용도가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가 클라우드의 고성능 파워를 디바이스에서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방식의 대표적인 서비스가 구글이 최근에 발표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인 ‘스태디아’다.

스태디아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이 구동되고,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형태다. PC,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에서 구글 크롬만 작동하면 하드웨어 사양과 상관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은 클라우드에서 돌아가고, 디바이스는 화면만 제공하는 셈이다.

 

이런 클라우드 게임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지연이 없어야 한다. 버튼을 눌렀는데, 게임 속 캐릭터가 1초 후에 반응한다면 누구도 게임을 하지 않는다. 5G의 초저지연을 활용한다면,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클라우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5G에서는 더 작은 크기의 디바이스라도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 안경과 유사한 형태의 AR 디바이스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현실의 공간과 사물을 파악하고, 그 위에 정보를 띄우는데 필요한 연산은 클라우드가 처리하고, 단말은 화면만 띄울 수 있는 파워만 있으면 된다.

다소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때가 되면 AR, VR, MR이 구별은 의미가 없으며, 모두 쓰이지 않을까 싶다.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세상, 과연 어떤 미래일까?

글. l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