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세 동준씨의 스마트홈 입문기

2019. 07. 22

SKT의 상품과 서비스는 우리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을까요? 네 명의 SKT 고객이 그들의 일상을 전해왔습니다.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은 맞벌이하는 딸을 위해 손주를 돌보고 있는 ’59세 동준씨’입니다. 그의 스마트홈 입문기’를 전합니다.

하루에 한 번 온 집안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내게, 어젯밤 딸아이가 자못 진지하게 부탁을 해왔다.

“아빠. 환기도 좋지만 미세먼지가 심하잖아요. 지원이 이제 겨우 4살인데 미세먼지가 정말 치명적이래요. 정 환기할 거면 공기청정기 꼭 켜시고요. 아셨죠? 요새는 휴대폰으로 작동 예약도 할 수 있으니까 제가 알려 드릴게요.”

딸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면서 손주 녀석을 돌보는 것은 우리 부부의 역할이 되었다. 기꺼운 마음으로 자처했지만 늙은 부모에게 제 아이를 맡기는 것이 미안한 딸은 아마도 몇 번이고 고민한 끝에 이런 부탁을 해온 것이리라. 미세먼지가 심각하다고는 하는데 집 밖에 나갈 일이 없다 보니 사실 왜 저렇게 유난인지 모르겠다. 가끔 손주를 데리고 놀이터에 다녀오면 목구멍이 칼칼하던데 그게 미세먼지 탓인가.

아닌 게 아니라 언젠가부터 처음 보는 가전기기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거실의 공기청정기, 안방의 에어워셔, 혼자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라는 것까지 생겼다. 제일 놀라운 것은 말하는 스피커. 4살배기 손주 녀석이 “아리아, 아리아.” 하면서 스피커에 말을 거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 하지만 기계가 아무리 똑똑해봤자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진 말이다.

어느 오후, 여느 때처럼 손주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는 길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쫑알쫑알 늘어놓는 손주의 이야기를 흐뭇하게 듣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밖에 나왔는데 아무래도 가스 불을 켜 놓고 나온 것 같다는 다급한 아내의 목소리. 얼마 전 이웃에서 비슷한 사고로 큰 화재가 났던 터라 덜컥 걱정이 되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내게 손주가 말했다.

“할아버지, 그거 핸드폰으로 끌 수 있어요.”

“응? 뭐라고?”

“엄마가 저번에 할아버지 핸드폰으로 끄는 거 봤어요.”

그래, 기억이 났다. 내 휴대폰에 스마트홈인지 뭔지 하는 프로그램을 깔고 이것저것 설명해주던 그때 그 상황이. 휴대폰으로 세탁기도 작동하고 공기청정기도 켜고 가스 불도 잠글 수 있다는데 왠지 남사스러워서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별수 없지 않은가. 집까지 도착하려면 15분은 더 걸어야 하는데.

침착하게 휴대폰을 켜고 스마트홈이라는 프로그램을 찾았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메뉴가 많은지. 이 상황을 신나는 모험으로 여기고 있는 듯한 손주가 “가스! 가스!” 하고 외치는 덕에 정신을 차리고 메뉴 속에서 ‘가스차단기’라는 글자를 찾았다.

가스차단기. 클릭. 차단. 클릭. 정말 가스 불이 꺼진건가? 긴가민가하는 심정으로 집에 도착하니 정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스 밸브는 정말 잠금 상태로 돌려져 있었고, 까맣게 그을리기 일보 직전의 냄비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듯했지만 환기를 시키면 금방 사라질 것 같다.

휴. 십 년 감수했군. 아내가 돌아오면 꼭 알려줘야지. 세상이 많이 변해서 집 밖에서도 가스 불을 끌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그러니 앞으로는 당황하지 말라고.

한숨을 돌리며 창문을 열다가 불현듯 딸아이의 어젯밤 당부가 머릿속을 스쳤다. 오늘도 미세먼지가 심하다며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던데 환기한 걸 알면 또 한 소리 들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공기청정기도 기꺼이 한번 써봐야겠다. 분명 좋은 거니까 집에 들여놨겠지. 바람이 나오면서 빨간색 숫자가 서서히 내려가는 것이 보인다.

안방에 있는 에어워셔도 괜히 한 번 껐다 켜본다. 공기가 맑아지는 것 같기는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것도 휴대폰으로 끄고 켤 수가 있다고? 밤에 딸이 집에 오면 사용법을 물어봐야겠다. 오늘 내가 밖에서 휴대폰으로 가스 불 잠갔다는 걸 알면 아마 깜짝 놀라겠지.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손주와 거실에서 어린이 만화를 보고 있을 때였다.

“할아버지. 나 딴 거 볼래요.”

“호비 볼까?”

“어제 봤어요. 다른 거.”

가만, 리모컨이 어디에 있더라…

“아리아! 리모컨!”

왜 스피커에 리모컨을 묻나 싶었지만, 아직 말이 서툰 아이의 발음을 못 알아들은 아리아가 연신 되묻는다.

“할아버지가 말해봐요!”

“스피커한테 말을 하라고?”

“빨리요!”

“아… 아리아, 리모컨 찾아봐라.”

띠디디디.

소파 틈 사이에 끼인 리모컨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내가 기계에 말을 걸다니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구나.

“지원아. 아리아가 만화도 틀어주냐?”

“네! 막 날씨도 알려주고 만화도 노래도 나와요! 해주세요!”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손주 녀석의 부탁을 어찌 거절한담. 뭐라고 말을 걸면 되나.

“동요 틀어봐라.”

아리아는 묵묵부답.

“할아버지, 아리아 이름 먼저 불러야 해요.”

“허허. 쉬운 일은 아니구만. 아리아, 동요 틀어봐라.”

마침내 내 말을 알아들은 아리아가 지원이가 제일 좋아하는 동요를 들려준다. 한껏 신이 나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춤을 추는 손자 녀석의 재롱을 보니 앞으로 아리아까지 셋이서 자주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밤 9시. 퇴근한 딸과 사위가 지원이를 데리러 왔다. 오늘 있었던 일을 제 부모에게 신나게 늘어놓는 녀석. 당연히 가스 불 이야기를 빼놓을 리가 없다.

“아빠. 드디어 스마트홈 입문하신 거예요?”

“입문은 무슨. 난 그거 너무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에이. 지원이 말이 한 번에 끄셨다는데요? 다른 기능들도 알려 드릴게요. 해보셔서 알잖아요. 어렵지 않아요.”

“그… 공기청정기인지 뭔지 어떻게 쓰는지 좀 알려줘 봐라.”

시작이 어렵지 한 번 익숙해지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며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한다.

“오늘 너무 많이 알려드리면 헷갈리실 테니까 꼭 필요한 것부터 알려드릴게요.”

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제 부모의 스마트홈 입문이 그렇게 반가운지 직접 시범까지 보여가며 열심이다. 진작 알았더라면 오늘 그렇게 당황할 일도 없었을 텐데.

가스 불 끄는 것은 물론 집에 도둑이 들면 알려주고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량까지 확인할 수 있다니. 누진세 무섭다고 한여름에도 에어컨 아껴 트는 우리 마누라에게 한시라도 빨리 소개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스마트홈과 아리아, 너희들을 우리 집 새로운 식구로 인정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