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AI란 무엇일까?

2019. 07. 25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어려운데, 사람이 AI를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가능할 것도 같은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 여러분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의 미래가 놓여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인해, 이제 우리 인류는 AI와의 사랑이라는 새로운 이성관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머지않은 시간에 인류는 AI와 간단한 문답을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 튜링 테스트도 통과할 만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때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

사실 사람이 사물에 애정을 담아 대하는 행위 자체는 낯선 것이 아닙니다. 새로 산 자동차를 ‘애마’라고 칭하며 매일 세차하는 아저씨의 마음이나, 부모님으로부터 힘들게 허락받은 사과폰을 꼭 쥐고 사는 여고생의 마음이나 모두 비슷한 맥락입니다. 다만, 오늘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단순히 인간이 AI를 아끼는 정도가 아닌, 자신의 연애 상대로서 느껴지려면 AI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어때야 하는가를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AI는 이래야 매력적이다”를 얘기하기 위해선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제일 효율적입니다. 사랑에 빠지는 주체가 결국 사람이니까요. 게다가 의외로 현대 심리학에선 타인의 호감을 사는 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보편적인 부분들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즉, AI가 흉내 내야 할 정답지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죠. 그럼 우리가 잘 아는 AI들의 사례를 비춰 하나씩 살펴볼까요?

첫 번째. 유머와 웃음, 긍정의 언어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유머는 관계의 긴장을 해소해주고, 진실한 웃음은 심리적인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물론 팀장님 유머와 가식적인 영업용 웃음으로는 효과가 없겠지만요. 좋은 예가 하나 있습니다. 영화 <Her>에서 등장하는 AI OS 사만다를 떠올려보세요. 스칼렛 요한슨의 적절한 비음을 곁들여 사만다는 시종일관 주인공에게 농담과 웃음 던지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사랑했던 아내와의 이혼으로 힘들어하는 주인공에게 AI 사만다는 그야말로 에너지 드링크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주인공에게 긍정의 감정과 에너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주변에 명랑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장소의 분위기가 블링블링해진다는 것을요. 게다가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며 시답잖게 던진 농담에도 밝게 웃어준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은 분명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 언어의 모방, 행동의 모방

AI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필요한 두 번째 요소는 모방, 일명 “따라 하기”입니다. 외모가 사람의 감정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외모 외에도 사람은 자신과 공통점이 많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 공통점에는 성격뿐만 아니라 환경, 정치적 성향, 표현의 언어 등이 포함되는데, 실제로도 자신과 비슷한 배우자와 함께 하는 부부는 관계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어 신뢰할 만합니다.

▲ 말 따라 하기의 잘못된 예

자, 그럼 이를 AI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간단하게는 대화 상대의 언어 일부를 재사용하는 것부터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한때 인터넷에서 “이성을 설레게 하는 대화법”으로 유명했던 말끝 따라 하기 같은 것들이 그것이죠. 또한 상대가 자주 사용한 단어나, 표현, 어조를 의도적으로 재활용해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비슷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인공지능 로봇 앤드류 마틴(오른쪽)

사장님이나 부서의 임원이 자주 쓰는 표현을 보고서에서 인용하는데 익숙한 직장인 어린이들은 이런 대화법이 익숙하겠지요?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의 앤드류 마틴이 이와 유사한 대화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 번째. 맥락이 이어지는 질문과 경청

세 번째는 적절한 질문과 경청입니다. AI 보고 사람을 취조하듯 질문을 던지라는 게 아닙니다. 단지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대화에 깊이를 더하는 질문을 적절히 던지라는 의미입니다. 만약 질문의 주제를 AI가 계속 바꿔서 던진다면 사람은 혼란스러울 겁니다. 현재 서비스 중인 AI 챗봇들과 교감이 잘 안 된다고는 느끼는 것도 이 심층 질문을 AI가 잘 못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날씨가 괜찮은지 물었다가, 이어서 갑자기 영화는 좋아하냐고 묻는 등, 질문 간의 연계성이 떨어지면 대화의 맥락은 끊어져 어색한 침묵만 남게 되지요. 얘기하다 보니 첫 소개팅 때의 경험 같기도 하네요. 아무튼, 사람이 AI와 대화가 잘 통한다고 느끼려면 AI가 이전에 이어진 대화와 맥락이 유지되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부분이 잘 구현된다면 AI는 인간이 내밀한 부분까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됩니다.

▲ 영화 <블레이드러너 2049>의 인공지능 조이

영화 <블레이드 러너2049>의 조이가 대표적인 AI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심도 있는 대화는 성적 교감만큼이나 감정적인 만족감을 준다고 하니, 속 깊은 이야기를 하고 나면 사람과 AI는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겁니다.

매력적인 AI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매력적인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과 유사할 것입니다. 사람의 성격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그에 맞춰 반응할 수 있는지가 결국 앞으로 유행할 AI의 성공 요인이죠. 이를 위해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많은 글로벌 회사들이 심리학자들의 조언을 받고 있다는 것도 더는 비밀이 아닙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에 기대가 되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의 마음도 듭니다. AI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로 만족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고요. SKT Insight에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우리 구독자분들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여러분들은 “나와 대화가 통하는 AI”에게 빠져들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가요?

 

글. SKT 블록체인플랫폼개발팀 김성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