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로 보는 미래] 영화 <퍼시픽 림: 업라이징>으로 보는 ‘텔레프레즌스’

2019. 08. 19

2013년 개봉한 영화 <퍼시픽 림>은 거대 괴수와 거대 로봇의 대결을 그린 영화다. 2018년에는 후속작 <퍼시픽 림: 업라이징>이 개봉되었는데,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 제이크가 체포되어 경찰서에서 면회하는 장면이 나온다. 면회를 온 사람은 마코 모리인데, 흥미로운 건 직접 방문한 것이 아닌 홀로그램을 통해 한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 보며 제이크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다.

▲ 영화 <퍼시픽림: 업라이징>의 한 장면, 프로젝트로 입체 영상을 만들어 대화한다

조금씩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이런 장면은 영화 <킹스맨>, <캡틴 아메리카> 등 여러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곤 한다. 이런 기술을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라고 부르는데, ‘멀리’라는 의미의 ‘tele’와 존재라는 의미의 ‘presence’가 합쳐진 단어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치 같이 있는 것처럼 만들어 주는 기술을 뜻한다.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해 왔다. 손편지를 쓰던 시절에는 답장을 받기 위해 며칠을 기다려야 했지만, 유선 전화 시대를 거쳐 휴대 전화를 사용하게 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음성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영상 통화로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영상 통화는 아주 수준이 낮긴 하지만 텔레프레즌스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신체의 감각까지 전달해 보고 듣는 것을 넘어 느끼고 행동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텔레프레즌스가 나아갈 지향점이 아닐까 싶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동일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여러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상용화한 5G는 텔레프레즌스가 빠르게 진화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라 할 수 있다.

5G

왜 5G가 텔레프레즌스의 기술적 토대라고 할 수 있을까? 일단 텔레프레즌스에서 데이터 용량은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다. 3D의 리얼한 데이터를 비롯해 다양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4G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5G는 이론적으로 최대 전송 속도가 20Gbps로 4G보다 무려 20배 이상 빠르다.

단순히 대용량 데이터만 주고받아선 안 된다.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빠르게 상호 작용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연 속도가 낮아야 한다. 4G에선 스마트폰으로 전등을 끄라고 명령을 내리면, 수초 후 꺼진다. 하지만 5G는 1ms(1,000분 1초)의 초저지연 속도를 지니기 때문에 다르다.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반응을 할 수 있다.

아직 상용화 초기이긴 하지만 5G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네트워크 기술이다.

영화 속 텔레프레즌스 3가지

▲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의 한 장면, AR 안경을 통해 상대방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구현된 텔레프레즌스는 크게 3가지 정도다. 먼저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텔레프레즌스가 있다. 이는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에서 엿볼 수 있다.

영화에서 킹스맨 긴급회의가 소집되고, 주인공 에그시가 회의실로 들어서면 넓은 테이블에 의장 한 명만 앉아 있다. 하지만 특수 안경을 쓰면 비밀 요원이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증강현실을 활용한 텔레프레즌스는 2017년 SKT가 선보인 적이 있다. HMD 기기를 사용해 상대방의 아바타와 실시간 소통을 하는 방식이다. 증강현실인 만큼 주변에 가상의 데이터를 띄울 수도 있다.

다만 무거운 HMD 기기를 착용해야 하므로 불편함이 따른다. 킹스맨처럼 안경 형태의 가벼운 AR 기기가 나오게 된다면, 훨씬 활용성이 높아질 테다.

▲ >드라마 <블랙미러 시즌5-스트라이킹 바이퍼스>의 한 장면, 관자놀이에 기기를 부착하면 VR로 진입한다

앞서 언급한 증강현실의 배경을 가상현실로 바꿀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도 가상현실에서 만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블랙미러 시즌5-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텔레프레즌스의 미래를 보여준다.

관자놀이에 자그마한 장치를 부착하면 가상현실에 입장하게 되는데, 그 안에서는 보고, 듣고, 느끼는 오감은 고스란히 사람에게 전달된다. 뇌는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이를 연구하는 뉴로테크놀로지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그런 만큼 드라마 속 설정이 상상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텔레프레즌스 기술이 발전하면 신체의 감각까지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보고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느끼고 행동할 수 있다.

▲ 인간과 로봇이 연결된 사회를 그린 영화 <써로게이트>

특히 인간과 기계를 연결해 신체 감각을 확장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써로게이트>는 인간과 로봇이 연결된 사회를 그린다. 사람들은 외출을 직접 하지 않는다. 대신 기계에 누워 로봇을 조종한다. 로봇이 느끼는 오감은 그대로 사람에게 전달된다. 다리가 마비된 사람도 로봇을 이용해 마음껏 걸어 다닐 수 있다.

현실과 현실을 이어주는 텔레프레즌스. 앞으로 어떠한 생각지도 못한 기술이 나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순간 이동하듯 지구촌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시대가 그리 머지않아 보인다.

글. l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