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사생활, 내가 침해하고 있지는 않나요?

2019. 10. 07

지난 3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할리우드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일로 곤욕을 겪었다고 합니다. 사진 속 딸의 얼굴은 고글로 반 이상 가려져 있었지만, 본인의 동의 없이 자신의 사진을 엄마 마음대로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에 대해 댓글로 항의를 한 것이었지요. 부모가 가벼운 마음으로 올린 사진에 자녀가 너무 심각하게 반응한다고 여길 수 있지만,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위험이 상존하는 인터넷 환경을 생각해 보면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얼굴이 드러난 사진이 나도 모르게 올려져 있다면? 나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심지어 공개되면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가져올 수 있는 모습들(샤워, 배변, 아파서 누워있는 모습 등)이 나의 동의 없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내 사진을 동의 없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제3자를 당장 고소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사진들이 부모인 내가 자녀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고, 다만 자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올린 것뿐이라면 고소는 조금 심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개인정보보호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SNS 상 육아 사진들

실제 많은 부모가 자녀들의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또는 주위와 공유하기 위해 자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육아 관련 해시태그를 살펴보면 #목욕시간 #아기배변훈련과 같은 육아와 관련된 항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가벼운 마음으로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사진에는 아이들의 일상적인 모습뿐 아니라, 배변 훈련, 목욕, 아이의 동선을 알 수 있는 유치원 이름 등이 함께 나와 있는 경우도 많은데요. 아마 이러한 종류의 사진이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한 부모들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 관점에서 개인정보처리자(부모)가 정보주체(자녀)의 개인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유출했기 때문에 상기 사례들은 개인정보 침해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실제 2016년 오스트리아(당시 18세)와 캐나다(당시 13세)의 어린 자녀들이 자신들의 유아 시절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부모를 고소한 사건이 있었으며,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동의 없이 자녀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릴 경우 최대 1년의 징역형 혹은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란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합니다.

▲ 온라인에 공유하면 안되는 사진 유형(출처: www.parenting.com)

내가 노출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개인정보 유출. 아이의 사진은 내 것이 아니라 아이의 개인정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내 아이의 사생활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내 자녀의 사생활을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요? 원칙적으로 아이의 사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진은 개인적으로 보관해 당사자가 미래에 당황하거나 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도 사진을 공유하고 싶다면, 의사소통이 가능한 연령의 경우 자녀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영유아의 경우 동의를 구하기 위한 의사소통이 사실 어려운데요. 이런 경우 적어도 아래의 8가지 유형의 사진은 온라인상에서 공유하지 않는 것이 아이의 사생활을 지켜줄 수 있는 현명한 접근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글. 김미예 박사(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