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개발자의 리얼 재택근무기, 정말 일이 될까?

2020. 03. 02


코로나19라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영역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작게는 집안의 식사 예절에서부터, 크게는 종교적 의식 행위의 변화까지, 사람과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지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퍼지는 바이러스를 피하고자, 우리는 모두 잠시 물리적인 관계를 단절하고 모든 소통을 온라인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역시 재택근무 제도입니다. 음식을 배달하고, 장을 보고, 살 집을 구하는 행위까지 모두 디지털화된 상황에서도 어떻게 보면 가장 보수적이었던 근무 방식의 혁신을, 우리는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 공포와 함께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이미 기사를 보셨겠지만, SKT 역시 선제적인 전염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보도 이후 실제로 집에서 일이 될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은 저의 하루를 돌아보며 SKT에서는 재택근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기 위해 우리는 서로 멀어지기로 했습니다

SKT는 사람과 사람을 잇기 위해 존재하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안에서 고객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획자 겸 개발자입니다. 따라서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 혼자 코딩에만 몰두할 수 없으며, 타 부서와의 조율 및 다른 기획, 디자이너와 지속적인 소통을 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재택근무는 그동안 회사가 구축한 다양한 협업 도구를 실전에서 활용해볼 좋은 기회였습니다.

오전 9시, 침대에서 책상까지 나는 출근한다, 클라우드 PC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업무용으로 지급받은 클라우드 PC에서 가상 데스크톱을 실행시킵니다. 만원 지하철이나, 속이 울렁거리는 버스를 탈 필요 없이 정해진 시간에 노트북만 열면 출근이 되니 이게 재택근무의 장점인가 싶습니다.

SKT는 코로나 확산 이전부터도 클라우드에 접속해서 일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회사에서 작성한 자료는 내가 컴퓨터를 끄더라도 다시 가상 데스크톱에 접속만 하면 제가 멈춘 작업 화면 그대로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만 접속되면 언제 어디서든 문서 작성이 가능합니다. PC 사외반출 부서장 승인을 받거나, VPN 켜고, 문서 보안을 해제하는 것처럼 복잡한 과정 없이도 메일로 전달받은 자료를 살펴보고 수정해 회신하니 이때 만큼은 실리콘밸리의 힙스터(Hipster)가 부럽지 않습니다.

오전 11시, 좋은 건 같이 보자, 팀즈


지난주에 전달한 예산 수요를 바탕으로 예산 담당자와 예산 배정 시기에 대해 논의합니다. 예산 수요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의 공동 편집 문서로 작성했기에 번거롭게 파일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팀즈에서 같은 화면을 보며 논의한 사항을 문서에서 바로 메모하니 서로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기도 훨씬 수월했습니다.

오후 2시, T그룹통화로 이어폰 끼고 컨콜을


항상 구내식당의 균형 잡힌 식사만 하다가 탄수화물 가득한 수제 점심을 먹고, 평소대로라면 점심 먹고 오는 길에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을 들고 왔을 텐데 그러질 못하니 마음 한 켠과 왼손이 몹시 허전합니다. 그래도 일은 일이니까, 노트북을 다시 펼치고 회의를 준비합니다.

회의는 ‘T그룹통화’ 앱을 이용해 컨퍼런스 콜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스피커폰 주위로 모여 하던 컨콜은 옛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이제 그룹 통화로 각자의 자리에서 마치 1:1처럼 좋은 음질로 통화할 수 있습니다.

사내 구성원끼리는 물론 고객사 구성원도 모두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대면 회의를 진행해왔으므로 이러한 상황이 양측 모두 낯설지만, 상대도 저와 같이 재택근무 중이었으므로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간간히 아이가 우는 소리, 설거지 방식을 탓하는 배우자의 잔소리를 배경으로 우리는 30분가량 회의를 진행했으며 양쪽이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은 뒤에야, 뜨거워진 핸드폰만큼이나 강렬했던 회의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오후 5시, 나의 코드를 봐줘, 어떻게 생각해? T-DE


▲ 해당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사실과 다릅니다

회의에서 도출된 내용을 바탕으로 개발한 코드를 팀의 프로젝트 레포지토리(Repository)에 업로드 합니다. SKT에서는 SW개발 자산들을 T-DE라는 관리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기 때문에 퇴근하기 전에 그날 개발한 내용을 미리 업로드해두면 동료들과 코드를 공유하고 이를 리뷰할 수 있습니다. T-DE는 개발자라면 익숙한 깃허브(Github)의 사내 버전으로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업로드한 코드를 동료들에게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 내일 할 일이 대략 정해집니다. 남은 것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모든 개발자들의 스승인 구글 검색창에서 해결책을 검색하고, 검색 결과를 위키에 메모해 두니 벌써 시계는 6시를 가리킵니다.

오후 6시, 저 부엌으로 퇴근합니다


업무 시간 계획 시스템인 DYWT (Design Your Work & Time)에 그날 근무시간을 등록하고 노트북을 덮으면 퇴근입니다. 기분 탓인지, 현실인지 평소보다 덜 걸려오는 전화에 안도하며 오늘 하루는 나의 페이스대로 일했구나, 이 정도면 재택근무도 할 만하다고 생각하며 밥솥에 밥을 올리니 하루가 끝이 납니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주인공 윌 스미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분명 어딘가에 사람은 존재할 텐데 나는 혼자서 일하고 있으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니 낯설어서 그렇겠지요. 다만 걱정했던 것보다 아직은 업무 효율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개인별로 적절한 업무 배분과, 성과 관리가 잘 이뤄진다면 적어도 요즘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사무직에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듯합니다. 물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회사마다, 그리고 사내 부서마다 스마트 오피스 도입 비율과 일하는 형태가 모두 다릅니다. 따라서 저희의 방식이 절대적인 왕도는 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재택근무 도입을 단순히 업무 효율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결정하지 못한 경영진이 계신다면 과감하게 한번 추진 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구성원들을 믿어보세요.

글. SKT 블록체인플랫폼개발팀 김성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