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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역의 반전, 앉고 싶다면 혼잡한 칸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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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한 역에서 열차를 타는 승객에게 ‘빈자리’는 환상과 같은 존재입니다. 빈자리는 고사하고, 탈 수나 있으면 다행입니다. 겨우겨우 승차해도 숨 돌릴 틈이 없습니다. 등으로 밀치며 막무가내로 탑승하는 승객 탓에 여기저기 비명도 터져 나옵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승객 대부분은 그나마 덜 붐비는 열차 칸을 이용하는데요.

하지만 혼잡한 칸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니죠. 어떤 구간에서는 특정 역을 기점으로 열차 칸 혼잡도가 뒤바뀌는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집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오히려 혼잡한 칸에 타는 게 이득이죠. 반전 매력이 돋보이는 지하철 이야기, 사례와 데이터로 만나봅시다.

잠실역의 반전, 혼잡도가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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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8호선 석촌역에서 잠실역을 거쳐 천호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입니다. 석촌역 승강장에 도착한 A씨. 우선 승강장부터 둘러봅니다. 많은 사람이 1, 2번 칸 열차 대기 줄에 서 있습니다. 그는 가장 붐빈다는 5번 칸으로 이동해 열차에 탑승합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열차가 잠실역을 지나면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5번 칸 혼잡도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반면에 2번 칸 열차의 혼잡도가 눈에 띄게 높아집니다. 2번 칸을 멀찍이서 바라보던 A씨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요. 이윽고 빈자리를 발견하곤 부리나케 달려가 앉습니다.

잠실역을 기점으로 열차 칸 혼잡도가 뒤바뀌는 현상. A씨의 탑승 전략은 이 현상을 지혜롭게 활용한 사례로 들 수 있는데요. 이른바 잠실역의 반전.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SKT 고객 데이터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혼잡한 곳이 한적하게, 한적한 곳이 혼잡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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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역에서 잠실역 방향으로 들어오는 열차입니다. 5번 칸의 혼잡도가 가장 높습니다. 승객 비율은 25%에 달합니다. 6량 열차 전체 승객의 1/4이 이 칸에 몰려 있습니다. 1번, 2번, 6번 칸 승객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각각 16%, 15%, 11% 수준입니다. 이제, 이 열차가 잠실역을 지나면 혼잡도가 뒤바뀌는 반전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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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잠실역에 도착하면, 하차 승객의 35%가 5번 칸에서 내립니다. 승차 승객은 1번, 2번 열차로 몰립니다. 40%의 승객이 1, 2번 열차에 탑승합니다. 이런 승하차 과정을 마치면 다음과 같은 승객 분포가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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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역에서 몽촌토성역 방향으로 나가는 열차입니다. 붐비던 5번 칸의 승객 비율이 7%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 정도면 쾌적한 환경이며, 빈자리까지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한산하던 1번, 2번, 6번 칸 승객 비율은 치솟았습니다. 각각 28%, 20%, 21%까지 올라갔습니다.

반전의 원인은 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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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현상의 이유는 환승인데요. 5번 칸은 잠실역 2호선 환승 통로와 가장 가깝죠. 1번, 2번, 6번 칸은 천호역 5호선 환승 통로와 가깝습니다. 잠실역에서 환승하려는 사람이 5번에서 대거 하차하고, 천호역에서 환승하려는 사람이 1번, 2번으로 나눠 승차하면서 이런 반전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석촌역에서 쾌적하던 1, 2번 칸이 잠실을 지나며 붐비는 모습이 눈에 띄죠. 만약 A씨가 1번 칸에 탑승했다면 어땠을까요? 잠실역까지는 쾌적하게 이동하겠지만, 이후부터는 혼잡해진 열차 속에서 진땀 흘리며 출근했을 것입니다.

혼잡도 반전은 하행선에서도 동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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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역의 반전은 상행선뿐만 아니라 하행선에서도 일어납니다. 몽촌토성역에서 잠실역 방향으로 들어오는 열차입니다. 전체 탑승 인원의 24%가 2번 칸에 몰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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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잠실역에 도착하면 하차 승객의 42%가 2번 칸을 통해 내립니다. 2번 칸으로 승차하는 승객은 전체의 28%입니다. 수많은 승객이 2번 칸으로 내리는 이유는 환승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행선에서는 2번 칸이 2호선 환승 통로와 가장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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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잠실역을 지나며 혼잡도는 반전되었습니다. 잠실역에서 석촌역 방향으로 향하는 열차의 모습입니다. 2번 칸 승객 비율이 15%로 크게 줄었습니다. 몽촌토성역에서 열차를 탈 때, 1번 또는 2번 칸에 타면 쾌적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잠실역을 기점으로 열차 칸의 혼잡도가 바뀌는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역사와 열차의 특성에 따라 각 칸의 탑승 인원이 달라지는데요. 지하철을 조금 더 쾌적하게 이용하고 싶다면, 역의 특성까지 살피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