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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기타

새터민 휴대폰 교육 강사, 이성환 매니저

2008.11.21 FacebookTwitterNaver

이성환(신입매니저, Global 전략팀)

북한은 제게 항상 멀고도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저희 외할아버지께서 함경도 함흥 출신이시기 때문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어렸을 적부터 북한과 관련된 뉴스가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우곤 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북한 관련 강연을 찾아다니면서 듣거나 관련 세미나에 참여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입사 후에는 회사 일에 집중 하다 보니 북한에 대해서 한동안 잊고 살았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내 인트라넷 자유게시판에 새터민에게 휴대폰 강의를 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사회공헌팀 공고를 보고 자원해 교육을 직접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새터민들에게 휴대폰 강의를?
그렇게 해서 제가 맡게 된 휴대폰 강의는 새터민들이 한국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과정에 들어가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약 60년을 떨어져 지낸 한국과 북한은 언어,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너무나 다른 것이 현실. 새터민들이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한국에 무사히 안착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정부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그 과정에 휴대폰 교육이 들어가 있는 것은 한국의 휴대폰 문화에 적응을 하지 못한 새터민들이 요금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 휴대폰 요금이 한 달에 몇 백만원씩 나오거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 새터민이란 탈북주민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입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한국으로 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통일부는 기존의 탈북자라는 부정적인 어감을 해소하고자 순우리말인 새터민이라는 용어 사용 확대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았던 첫걸음
휴대폰 강의를 하겠다고 지원할 때는 그저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지원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새터민들에게 휴대폰 강의를 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의사소통 문제. 북한에서는 외래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다 보니 새터민들은 저희가 너무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쉬운 단어들도 모르기 때문에 첫 교육에서는 사실 새터민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예를 들면 휴대폰에 대해 설명하며 제가 ‘플라스틱’이라고 하자 새터민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플라스틱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은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이런 판대기를 한국에서는 플라스틱이라고 해요!”라고 했더니 새터민들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강의를 몇 번씩 하다 보니 이제는 제법 새터민들에게 어필(?)하는 방법도 익혔고 이제는 북한말도 하나, 둘씩 배워서 즐겁게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새터민들과 가장 공감대를 형성하기 가장 좋은 표현은 ‘저희 집이 49호입니다!’라는 것입니다. 7곱하기 7이 49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칠칠 맞은 사람을 ’49호’라고 부르는데 저희 집이 49호라는 말은 제가 엄청 덜 떨어진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칠칠맞은 선생님한테 수업을 듣는 게 재미있는지 제가 ‘저희 집이 49호입니다’라고 하면 새터민들은 큰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리고 북한말로 ‘안까이’는 이성친구라는 뜻인데, 제가 “괜찮은 안까이좀 소개시켜 주세요!” 라고 했더니, 많은 새터민 분들이 정말 소개시켜 주시려고, 쉬는 시간에 제 연락처를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꼭 잘 정착하셔야 해요!!
교육이 경기도에 있는 하나원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이동 2~3시간, 교육 2~3시간, 쉬는 시간에는 질의응답. 이런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목도 아프고, 힘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교육을 마치고 나면 그보다는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교육에 대한 새터민들의 열의와 그들의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비록 큰 도움은 아니지만 새터민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데 저도 조금은 기여했다는 생각에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새터민 교육을 하다 보면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러다 보면 그분들이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수업을 마치고 나면 “한국에서 꼭 성공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옵니다. 그분들이 힘들게 한국땅을 밝으신 만큼 정말로 한국에서 성공하시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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