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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희망의 슛잔치, 휠체어농구대회를 가다

2008.12.03 FacebookTwitterNaver

  바텐로이(SK텔레콤 블로그 에디터)

스무 개의 바퀴가 코트를 구릅니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응원 소리는 쿵! 쿵! 휠체어 부딪히는 소리에 묻혀 사라지더니, 갑자기 고요해 집니다.  누군가 슛을 날렸거든요. 스르륵. 공이 링을 통과해 지나면서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합니다. 모두가 숨죽였던 침묵은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여기! 이리로! 형! 저마다 외치는 소리가 다시 코트를 달굽니다.

순간 보고 있는 눈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틀림 없이 똑바로 가던 선수였는데, 눈깜짝할 사이에 휠체어를 돌려 180도 턴을 합니다. 순식간에 상대 코트로 달려가고, 누군가는 막아서고, 격한 몸짓에 휠체어가 부딪히며 쓰러지기도 합니다. 힘있는 슛, 아쉽게도 공은 림을 맞고 튕겨 나오고 다시 코트는 소란해집니다. 10분씩 그렇게 4쿼터를 뛰는데 어느 틈에 2쿼터가 지났는지 모릅니다. 한 팀은 환호를, 한 팀은 아쉬움을 코트에 토해냅니다. 치어리더의 현란한 춤 솜씨가 비어 있던 코트를 또다시 달굽니다.



2008년 SK텔레콤배 전국휠체어 농구대회가 11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 동안 올림픽공원 제2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휠체어 농구대회라고 하니까 장애인 선수들만 참가하는 줄 알았는데 이 대회는 장애인 외에 비장애인 선수들도 참여하는 통합 경기였습니다. 비장애인이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어차피 휠체어를 타야 했고, 휠체어에 탄 이상 많은 부분이 비슷해지거든요. 비장애인이 왜 휠체어를 타지? 라는 의문은 곧 사라졌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2008년 SK텔레콤배 휠체어농구대회는 장애인팀 15개,
비장애인팀 7개 등 총 22개 팀이 참가했다

선수 대표의 선서. 멋진 경기를 약속하는 모습이 당당하다


15개 장애인 팀과 7개 비장애인 팀이 1부, 2부로 나뉘어 조별 예선 리그전을 거친 뒤 8강 토너먼트와 순위 결정전으로 최후 우승을 가리는 방식으로 경기는 진행됩니다. 휠체어 농구라니까 뭔가 좀 다를 것 같았는데, 그렇진 않더군요. 경기장 규격이나 림의 높이 모든 것이 일반 농구와 같은 조건이랍니다. 단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워킹 같은 파울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고요. 남들은 점프를 하면서 슛을 해야 하는데 휠체어에 앉아서 슛을 하다니. 상체의 힘이 얼마나 더 필요할까,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경기장에서 스친 많은 선수들의 어깨는 그야 말로 떡! 하니 벌어져있었습니다.

경기전 몸을 푸는 선수들. 점프하지 않고 상체의 힘만으로 슛을 던진다

시구가 던져지고, 선수들이 공을 다툴 준비를 한다

국가대표 휠체어 농구 선수인 마스터케어 팀의 김영무 선수를 잠깐 만났습니다. 만나자 마자 손부터 잡아봤지요. 예상했던 대로 그의 손은 투박하고, 강했습니다. 대부분의 휠체어 농구선수처럼 그도 역시 사고로 인해 장애를 겪었습니다. 비장애인의 삶에서 장애인의 삶이 시작되던 그 무렵, 휠체어 농구를 시작했기에 잘 견뎌낼 수 있었다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덤덤히 말합니다. 하긴, 같은 얘기를 몇 번은 반복했을 테지요. 장애를 가지고 농구를 한다는 사실보다는, 자신이 농구선수라는 그 사실만이 그에겐 중요한 듯 보였습니다. 비장애인팀 중 최강 팀으로 평가되는 팀을 만나  첫 판은 패했지만, 반드시 우승을 하겠노라고, 그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김영무 선수에게 화이팅을!

올핸 꼭 우승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인 김영무 선수

이제 진짜 경기 시작. 이 공은 내 거야!
 
휠체어 농구의 재미는 빠른 스피드, 생각 보다 격렬한 몸 싸움, 아니 휠체어 싸움^^에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휠체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지요. 경기장을 쉼 없이 오가는 휠체어들은 대당 5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들로 가볍고 탄탄한 소재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웬만한 충격에는 넘어지지 않도록 바퀴가 팔자 형태로 설계되었으며 방향을 제어하는 조그만 바퀴가 하나, 혹은 두 개 달려 있습니다. 휠체어끼리 부딪힐 때 선수가 다치지 않도록 아래쪽 가드 부분은 높이가 정해져 있고, 휠체어 전체의 높이도 규정대로 지켜야 합니다. 이 휠체어를 타고 선수들은 앞으로 뒤로, 그야 말로 정신 없이 방향을 바꿔 가며 코트를 오갑니다.

선수들이 탄 휠체어는 대당 5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넘어지지 않게 팔자 모양을 띤다

휠체어 농구의 재미는 빠른 스피드다. 스무 개의 바퀴가 코트를 정신 없이 오간다

달리는 선수와 막으려는 선수. 휠체어 몸싸움이 예사롭지 않다

쿵!쿵! 거리는 소리와 함께 휠체어의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 새 슛이 되어 날아가는 공을 쳐다보게 됩니다. 순간의 정적. 점프가 없으니 공을 다퉈야 할 그 시간 동안은 잠시 정적이 흐릅니다. 그러나 잠시 후 경기장은 다시 소란스러워집니다. 다시 휠체어가 부딪히고, 간혹 누군가의 휠체어가 펑크가 납니다. 그러나 마치 자동차 레이싱을 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바퀴를 교체하고 다시 코트로 뛰어드는 걸 보면,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일 동안 치열한 리그와 토너먼트를 지르고 11월 27일 열린 대망의 결승전에서는 1부 무궁화전자팀이 비장애인팀인 한체대팀을 꺾고 영광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인터뷰를 했던 김영무 선수의 마스터케어팀은 아쉽게도 4위에 그쳤지만, 김영무 선수는 베스트 5에 선정되었군요. 짧고 굵었던 지난 4일간, 치열한 경쟁을, 뜨거운 몸 싸움을, 희망과 자부심 가득 실은 슛을 아낌없이 보여준 휠체어 농구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내년에도 그 멋진 모습, 또 기대하겠습니다.  / 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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