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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기타

휴대폰을 팔고, 철탑을 정복하라?

2009.03.02 FacebookTwitterNaver

최종현 (신입매니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달간의 연수기간.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동기들과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들을 보면 한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연수가 겨우 2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하다. 이제 부서배치가 얼마 남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현업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로 등장하기 마련. 동기들 중 대다수가 마케팅과 네트워크 지원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 분야에 대화를 자주 하게 되는데 어느 쪽 지원도 아닌 나로써는 동기들의 이야기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러던 중 마침 이번 주에 우리에게 주어진 모듈은 현장체험. 마케팅 현장에 나가서 휴대폰을 직접 팔아보기도 하고 네트워크 현장에 나가서 직접 기지국에 가보고 철탑도 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 그 동안 동기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겼던 궁금점들을 이번 모듈에서 풀 수 있겠다… 싶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휴대폰? 몇대고 팔 수 있지…라 생각했었다 ㅠ.ㅠ

‘어서 오세요, 손님. 어떤 일로 오셨나요?’,
‘예, 군대에서 전역 했는데 휴대폰을 하나 구입 하려구요~’,
‘아 그러세요? 손님 굉장히 잘생기셨어요~~’


연수원 강당에서 휴대폰 판매하는 연습 하는 동기들의 모습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우리는 강당이 떠나가도록 웃었다. 하지만 막상 연습을 하고 판매 전략을 짜고 단말기를 팔아야 한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자 ‘판매 현장에 가서 단말기의 특징, 요금제 소개를 줄줄줄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한 것이 사실. 그렇게 현장에 나갈 준비를 하면서 모듈에 대한 설명만 들었을 당시 넘치던 나의 자신감은 서서히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우리가 긴장을 한 것을 눈치채기라도 한걸까? 점장님께서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휴대폰 판매 노하우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드디어 현장 투입!! 의욕적으로 판매대에 섰건만…손님은 한 명도 오지 않고… ‘혹시 내가 있어서 손님이 없는건가?’ 라며 고민하기를 몇 시간. 그렇게 파리만 날리다 오전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가 고객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팔을 걷어 부쳤다.

그렇게 해서 내가 처음으로 대하게 된 사람은 한 중년의 여성고객. “이 휴대폰이 제가 전화를 했는데 상대가 받지 않네요.”라는 질문에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팔 생각만 했지 상담을 할 생각은 잘 못했는데…’
‘이게 무슨 말이지? 전파가 통하지 않는 지역이 있다는 말일까?’
‘혹은 전화기가 동작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우리 잘못일까 단말기 제조사 잘못일까?…


단말기를 갖고 문자, 통화 등 여러가지를 알아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는 듯했다. 멀쩡하다는 말에 ‘제가 전화하면 전화 온 게 안돼요, 이곳 오면 고쳐준다고 했어요’ 라는 말만 연신 반복하는 이 분, 알고 보니 일본 분이다. 그러던 중 통화목록에서 발견한 처음 보는 기호 ‘혹시 수신거부?’ 알고 보니 이 고객은 자기도 모르게 수신거부 목록에 자신의 친구들을 10명 이상 추가시켜놓은 것이었다. 수신거부 해제 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고 나니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가시는 일본 분의 첫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휴대폰은 팔기 힘들고 네트워크는 무슨 얘긴지 모르겠고…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 마케팅 현장 체험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특별히 뭔가 많이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 다음날엔 왜 그렇게 피곤하던지. 마케팅 현장 체험 다음 날, 우리는 그 상태로 네트워크 현장 체험을 하기 위해 대전 둔산 네트워크 본부로 향했다. 꾸벅꾸벅 졸다가 보니 어느새 T-tower와 비슷하게 생긴 대전사옥에 도착해 있었고 곧바로 교육 시작. 전송망부터 이동통신 전반에 교육까지, 예상했던 대로 교육중에 난무하는 네트워크 전문 용어들 때문에 나는 머리에 쥐가 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네트워크 체험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LBT과정에서 배운 ‘이동통신도 유선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직접 전송망을 보면서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이곳은 항상 24도 정도의 온도와 40% 정도의 습도를 유지한다는 설명을 듣고 여름이나 겨울에 휴양지로 이용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렇듯 생전 처음 보는, 그리고 나로써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네트워크 현장에서도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기지국 체험이었다. 기지국은 따로 땅을 사서 그 위에 철탑을 건설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우리가 도착한 곳은 한 건물. 알고 보니 기지국은 도심 빌딩 곳곳에 세워 놓는단다. 그렇게 신기해하고 있는 시간도 잠시. 매니저님께서 눈이 내리는 살을 에는 듯한 추운 날에, 안전장비도 없이 90도로 세워져 있는 사다리를 타고 철탑에 올라가자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왜 그리도 철탑이 높아 보이던지…

‘그래, 종현아.. 처음이자 마지막 일 수도 있는데 용기를 내보자’


그래도 짐짓 태연한 척 한 칸 한 칸을 선배 매니저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순식간에 기지국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움직일 때마다 철탑이 휘청거리는 것 같았고 그럴수록 가만히 있어야 할 내 다리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후들거리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렇게 벌벌떠는 것도 잠시. 마음을 안정 시키기 위해 심기신 수련을 하듯 심호흡을 한 후 주변을 둘러보니 온세상이 하얗게 칠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도전하는 자만이 확인 할 수 있는 광경 이었다고나 할까?


SK텔레콤의 핵심 중의 핵심인 네트워크, 그 중에서도 고객들의 단말기와의 최접점 지역인 기지국 위에서 그 광경을 보니 마치 호연지기가 길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연수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어서일까? 난 기지국 위에서 앞으로 직장 생활에 있어서도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때마다 지금 이 풍경을 떠올리며 용기 있게 나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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