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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모바일] 당신은 어떤 메시지를 기다리나요?

2009.04.15 FacebookTwitterNaver


 정은호 (경영학 박사) 

“잘 먹었습니다. 역시 생태탕은 내장을 넣고 끓여야 제 맛이 나온다니까.”

깔끔한 맛은 아니지만 진한 국물의 생태탕으로 점심을 먹은 후 저절로 주인 할아버지에게 잘 먹었다는 인사가 나온다.

“여기 사인해.”

이 허름한 식당을 수십 년간 운영한 할아버지는 손님에게 존대를 하는 법이 없다.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은 간혹 어떤 손님에게는 카운터를 지키며 돈만 챙기는 스크루지 영감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런 주인장 할아버지를 만나는 시간은 한바탕 음식을 맛나게 먹은 후다. 주인장은 말없이 그저 손만 내민다. 할아버지는 가끔 카드 대신 현금으로 밥값을 지불하는 손님이 있으면 그렇게 반가운가 보다. 지폐를 받는 순간 살포시 미소마저 보이니 말이다. 요즘은 현금 지불보다는 체크카드, 직불카드,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은 탓에 현금을 내는 손님이 많지 않다.

계산기의 반 토막만한 신용카드용 서명 입력기에 사인이 끝나면 곧바로 바지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이 반응을 보인다. 진동을 타고 신용카드사용 승인내역을 통보해 주는 문자 메시지 한 통이 날아온 것이다.

세상살이에 바쁘다 보면 휴대폰의 이런 서비스가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요즘은 카드 매출전표에 희미하게 인쇄되어 있는 사용금액을 일일이 확인한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승인된 세부내역을 체크할 때가 더 많다.

휴대폰은 말하자면 휴대하는 가계부다. 휴대폰에는 곳곳에 신용카드를 사용한 흔적이 날짜별로 정확히 기록되어 있다.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이런 휴대폰 서비스를 신청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잘못된 기억으로부터 예기치 못한 손실을 막을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이다. 굳이 카드전표를 매번 모아두지 않아도 한 달 동안의 카드 사용내역이 휴대폰 문자 메시지에 보관되어 있으니 언제든 확인이 가능하다. 물론 한 달 동안 결제해야 하는 카드대금도 결제일에 맞춰 문자 메시지로 통보된다. 휴대폰 가계부는 별도의 가계부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알뜰한 소비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지출 장치다.

생활속의 모바일 짠돌이 과장의 신용카드 포인트 공부하기

다양한 인센티브의 제공을 통해 기존의 고객을 유지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것을 로열티 마케팅(Loyalty Marketing)이라 한다. 캐쉬백이나 포인트, 마일리지 등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고 재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신용카드 포인트는 별도로 신청을 하지 않아도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저절로 쌓인다. 신용카드 적립 포인트는 현금과 동일하다. 신용카드사마다 포인트 사용방법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여러 개의 카드에 흩어져 있는 포인트를 통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통합한 포인트는 휴대전화 요금을 납부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백화점 상품권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또 영화를 예매하거나 인터넷 쇼핑을 할 수도 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포인트를 기부할 수도 있다. 잊고 있던 포인트가 우리를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포인트 사용의 가장 극적인 형태는 선지급 포인트 제도이다. 흔히 선할인 제도로 불리는 이 제도는 고객에게 미리 포인트를 지급하고 제품을 구입한 뒤, 이후에 사용 실적에 따라 발생하는 포인트로 제품대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외상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외상값은 나중에 발생하는 포인트로 갚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SKT가 휴대전화를 미리 지급하고 가격의 일부를 포인트로 갚도록 한 것이 이 제도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이후 급속히 확산되어 현재는 100만 원이 넘는 금액까지 포인트를 이용한 선할인 제도를 통해 지원된다. 물론 외상으로 물건을 구입한 것과 동일하므로 할부 수수료가 부과되며, 선할인 받은 금액을 포인트로 상환하기 위해 많은 금액을 카드로 사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포인트 및 마일리지 제도는 우리의 생활에 약이 되기도 혹은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카드 사용에 대한 대가로 주어지는 포인트는 개인의 재산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신용카드의 포인트 누적 금액이 1조 5,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개인별로는 액수가 크지 않고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포인트는 시효가 지나 소멸되고 만다. 대개 포인트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나면 순서대로 소멸되는데 이렇게 해서 매년 사라지는 포인트가 1,2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신용카드를 사용한지 5년이 넘었다면 한번 확인해 보자. 매년 사라지는 1,200억 원의 포인트에 내 재산도 포함되어 있는지 말이다.


경영학 박사 정은호님은…
재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후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Chapel Hill에서 연구 활동을 했고, 10여 년 이상 대학에서 강의했으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제로인투자자문의 대표를 맡아 투자자문 및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재무관리의 이해>, <선물옵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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