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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모바일] 런던을 떠나며……

2009.06.17 FacebookTwitterNaver


 최광예(KBS ‘세상은 넓다’ 방송작가) 
휴대폰 업계 초미의 관심사이자 제품의 최신 동향을 반영하는 아이폰! 얼리어댑터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는 이 제품은 ‘좋다, 나쁘다, 출시한다, 안 한다’ 등 말도 많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에서는 최고의 관심 제품임에 틀림없다. 또한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2007년 출시 이후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 세계 유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유럽 여행 중에 기차역이나 카페 등지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아이폰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 더, 나의 옛 연인 그도 아이폰을 쓰고 있었다.

런던에 살고 있던 그와는 이미 헤어짐이 익숙해졌다고 생각될 즈음이었다. 런던을 떠나기 직전 그와 잠시 조우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마주한다는 것은 불편한 일임에 분명하기에, 나는 그간 헤어진 연인과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나만의 수칙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행은 이런 나의 결심에도 변화를 주었고, 나는 어느새 런던에서 몇 년 전 헤어진 그를 만나 아이스 라떼를 마시고 있었다.

반가움과 어색함의 교묘한 교차점에서 안부를 묻고,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런던에서 만났으니 비록 헤어졌지만 옛 연인으로서 세련된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을까? 어색하지만 편안하게 자연스러운 ‘썩소’를 날리며 꽤나 쿨한 여자로 나를 위장했다.

표면적으로 두 사람은 교양 있는 21세기형 헤어진 연인의 모습으로 만남을 마무리하고, 나는 숙소까지 바래다주겠다는 그의 차에 올라탔다. 그는 자동차 안 휴대폰 거치대에 아이폰을 장착하고 네비게이션 기능을 켰다. 상큼하게 잘 빠진 디자인의 아이폰은 런던의 도로를 차분히 안내했다. 그때 갑자기 울리는 아이폰의 진동, 네비게이션 화면에는 여자의 얼굴이 두둥실 떠올랐고, 그는 얼른 전화기를 빼들었다.

자연스러운 척 애썼지만, 어딘가 어색한 그의 목소리. 쓸데없이 우렁찬 아이폰의 통화 소리는 내게 모든 상황을 알게 해줬다. 그의 새로운 여자친구가 옛 연인을 만나는 남자친구를 재촉하는 듯한 통화가 몇 분간 이어졌다

통화가 끝난 후 차안의 분위기는 낯설기만 했던 영국 자동차의 왼쪽 보조석만큼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빠듯한 나의 여행 일정을 위해서였는지 여친에게 빨리 가기 위해서였는지 그는 그때부터 급하게 차를 몰기 시작했고, 잠시 후 끼어들기를 반복하던 그의 차는 결국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급하게 운전하던 이유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사실로 접어두고 싶다. 

여행 중에 겪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 이 일로 나는 두 가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헤어진 연인은 두 번 다시 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통화 소리를 줄여두는 것은 휴대폰 예의범절의 시작이라는 것!

놓칠 수 없는 런던의 풍경
런던을 떠나며 놓치기 아쉬운 풍경들을 담아보았다.
런던에 가게 되면 꼭 한번 경험해 보아야 할 것들이다.

1. 런던의 공원 산책
런던 사람들의 여유와 여행의 낭만을 느껴보고 싶다면 공원을 걸어보자! 유명한 하이드파크부터 세인트 제임스파크, 켄싱턴 가든까지 초록이 우거진 숲과 끝없이 펼쳐진 잔디 위를 거닐면서 런던의 여유를 만끽해 보자.

하이드 파크

하이드 파크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2. 런던의 시장
런던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역시 시장이다. 영화 <노팅힐>로 더 유명해진 포토벨로 마켓부터 버러 마켓까지 시장마다 작고 귀여운 소품들이 즐비하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도 이곳의 다양한 볼거리 중 하나로 아침 일찍 서둘러 가야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다. 런더너들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곳으로는 시장만 한 곳도 없다.

버러마켓

포토벨로마켓


3. 런던의 맛 피쉬 앤 칩스
런던의 음식은 딱히 추천할 만한 것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피쉬 앤 칩스만은 꼭 먹어보자! 흰살 생선과 감자튀김의 단순한 맛이지만 런던을 다녀오고 나면 자꾸만 생각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음식이다. 영국의 대중적인 펍(Pub)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피쉬앤 칩스 메인 메뉴


4. 원조 뮤지컬 관람
뮤지컬의 본고장 런던.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역시 런던에서 탄생했다. 런던의 물가는 살인적이지만,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할인 티켓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당일 표를 싸게 살 수 있는 레스터 스퀘어에 있는 공식 매표소, ‘TKTS’에서는 매일 오전 할인 티켓을 판매한다.

오페라의 유령 공연장

빌리 엘리엇 공연장


5. 공짜 갤러리 탐방
유럽 제1의 문화 도시 런던! 명성대로 엄청난 소장품의 갤러리와 박물관이 넘쳐난다.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갤러리, 영국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등 이 모든 곳의 입장료가 공짜라는 사실.

테이트 모던 갤러리

내셔널 갤러리


6. 런던 교외 여행
열차나 버스를 타고 1~2시간 정도 가면 그림 같은 도시를 만날 수 있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의 명문 대학가를 산책해 보는 기분은 어떨까? 목욕탕의 어원이 된 휴양지, ‘배스’에서 고대 로만 배스를 구경해 보자. 최신 설비의 스파도 즐길 수 있다. 

옥스포드 대학


7. 템즈강의 낭만 야경 즐기기
반짝이는 타워브릿지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낭만적인 템즈 강변의 야경을 놓치는 실수는 절대 하지 말자. 타워브릿지가 열리는 모습을 연인이 함께 본다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로맨틱한 속설도 있지만, 혼자서 본다 해도 템즈강의 야경은 충분히 아름답다. 

타워브릿지



KBS 방송작가 최광예님은…
KBS <생로병사의 비밀>, <문화지대>, <세상은 넓다> 등 주로 문화, 여행, 교양 프로그램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톡톡 튀고 감성적인 문체가 이색적인 그녀의 스토리텔링 참여도서는 <Shout! 자신감>, <앨리스의 비밀통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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