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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기타

별명을 알면 선수가 보인다?

2009.06.25 FacebookTwitterNaver

꿈머굼 별머굼(SK스포츠단 작가)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십 수 년 전 졸업앨범을 뒤적이다 보면 먼 기억 속의 사람들과 당시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유년시절의 추억을 나눠 갖고 있는 학우들의 사진을 둘러보면서 혼자 큭큭 대다가 문득 친구들의 이름보다도 그들의 별명을 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별명, 그것은 타인이 ‘나’에 대해 기억하는 것 중 가장 진실되고 오래가는 것이었습니다.
추억의 시계를 되감아주던 역할을 도맡아왔던 별명은 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우리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파고들었습니다. 주말 예능을 점령한 연예인들의 캐릭터에서부터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접속 아이디어, 혹은 온라인 게임 속의 분신인 캐릭터 닉네임까지……별명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삶 곳곳에서 꾸준히 그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는 별명이 최근 스포츠선수들과 팬들의 유쾌한 교감환경을 만들어주는 새로운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팬과의 소통 공식, 별명 마케팅  

스포테인먼트의 일환으로 2007년부터 시행된 SK나이츠의 ‘별명 유니폼’은 선수 개인의 홍보는 물론 경기장의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농구선수를 이웃집 오빠와 같은 친숙한 이미지로 바꾸어 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유니폼에 새겨진 닉네임은 선수들에게 그저 단순한 별명이 아닌 선수 본인을 대변해주는 든든한 분신과도 같은 것이었죠.    

람보 슈터 문경은 선수와 별명 유니폼을 입은 SK나이츠 선수들

람보 슈터 문경은 선수와 별명 유니폼을 입은 SK나이츠 선수들


최근, T1 게임단에서도 이 같은 ‘별명 마케팅’으로 E스포츠 팬들의 많은 호응을 얻어낸바 있는데 이러한 팬들의 열렬한 반응 가운데는 별명 탄생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동반되기 마련이죠. 그런 팬 분들을 위해 선수들의 별명에 얽힌 다양한 사연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종류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업적이 별명이 된 경우

SK 소속 프로게이머 임요환 선수에게는 늘 ‘황제’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황제 임요환’ 은 그가 E스포츠 10년 역사의 주인공이자 대표 아이콘이라는 것을 함축적으로 말해주고 있죠. 사실 황제 다음으로 많이 불리고 있는 별명인 ‘그분’ 역시 임요환 선수를 E스포츠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인정한다는 팬들의 뜻이 모여 붙게 된 별명입니다.

SK텔레콤 T1의 에이스 김택용 선수의 또 다른 별명 ‘기적의 혁명가’는 2007년 Gom TV MSL 시즌 1 당시 그가 연속 3회 우승의 주인공 마재윤 선수를 상대로 3:0으로 이기며 팬들과 E스포츠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면서 붙게 된 별명입니다. 당시 김택용 선수가 이길 확률은 2.69%로 최고 자리에 있는 마재윤 선수를 완벽하게 이기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하여 ‘기적의 혁명가’ 란 닉네임이 생기게 된 것이죠.

정명훈 선수와 함께 T1의 테라 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고인규 선수의 닉네임 ‘서황’ 은 ‘서바이버 토너먼트 황제’의 준말로 고인규 선수가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생기게 된 별명입니다.

이 외에도 와이번스의 김광현 선수는 ‘괴물’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한화의 류현진 선수에 이어 공을 잘 던지는 투수라는 뜻에서 ‘괴물 2’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고 박재홍 선수는 쿠바전에 출장해 뛰어난 활약을 보여 ‘리틀쿠바’ 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최정 선수는 2006년 인천 연고팀 선수 가운데 역대 최연소 19세 6개월 6일로 두 자릿수 홈런을 쳐서 ‘소년장사’ 라는 별명이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별명 유니폼을 입은 T1선수들

우리의 별명은 우리가 직접 만든다 – 경기 스타일이 별명이 된 경우  

잘생긴 외모도 위대한 업적도 필요 없다, 나의 경기 스타일이 곧 나를 대변해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 유형에 속하지 않나 싶은데요,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3점 슛터로 정평이 나있는 SK나이츠의 베테랑 고참 문경은 선수는 넣었다 하면 백발백중 들어가는 3점슛 실력으로 ‘람보슈터’라는 별명이 생기게 되었으며 전희철 2군 감독은 미국의 유명농구선수 마이클조던처럼 체공시간이 길고 덩크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해서 매스컴이 붙여준 ‘에어본’ 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 전 SK나이츠의 새 식구가 된 주희정 선수는 스피드가 테크노 음악처럼 빠르다 하여 ‘테크노 가드’ 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죠.

T1 게임단에서 역시 이 유형의 선수들이 무척 많았는데요, 테란 선수들을 전담하고 있는 최연성 코치는 마치 괴물처럼 많은 자원에서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는 이유로 ‘괴물테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저그를 담당하는 성학승 코치는 그가 한빛 스타즈 당시 부장다운 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부장저그’ 라는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습니다.

T1의 프로토스 투톱 중 한 명인 도재욱 선수는 괴수같이 물량을 잘 쏟아낸다 하여 ‘괴수’ 와 ‘도물량’ 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와이번스의 내야수 김재현 선수의 별명인 ‘캐넌히터’는 그가 SK의 클린업트리오 중 하나로 배트 스피드가 빨라 LG 시절부터 붙여진 별명이고 이호준 선수 역시 타격이 로또확률과 같다 하여 ‘로또준’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는데 별명과 달리 실제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우리 별명? 아~~무 이유없어!!ㅎㅎㅎ

외모, 업적, 경기 스타일이 아닌 지극히 단순한 이유로 별명이 생긴 SK선수들도 있습니다. 국민영웅 박태환 선수와 SK나이츠의 국보급 센터 김민수 선수, T1의 주장 권오혁 선수가 이에 해당하는데요, 박태환 선수의 별명인 ‘마린보이’는 수영선수인 그를 바다를 뜻하는 ‘Marine’과 ‘Boy’의 결합체인 ‘Marine Boy’로 표현한 것이고 ‘아르헨티나 특급’ 과 ‘훌리’ 란 별명을 갖고 있는 김민수 선수는 아르헨티나 태생이라는 것과 고향에서 불리던 이름, ‘훌리안’의 훌리를 따서 만든 별명이라고 하네요. T1의 주장 권오혁 선수는 팬들 사이에서 믿음직스러운 ‘권주장’으로 통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별명은 단순하면서도 팬들의 의견이 무엇보다 잘 반영된 별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1세기는 뭐니뭐니 해도 캐릭터 시대, 하나의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엔 언제나 이 별명이 개입하죠. 타인에 의해 불려지는 나의 이미지, 별명. 그것은 곧 나와 우리를 위한 세상에서 가장 멋진 표현이자 팬들을 향한 소통의 날개를 펼치는 선수들의 따뜻한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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