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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기타

[생활 속의 모바일] 1년 후, 내가 버린 휴대폰은 무엇을 남기는가?

2009.07.09 FacebookTwitterNaver


 정은호 경영학 박사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짧지만 강력한 느낌을 주는 이 시(詩)는 필자가 좋아하는 안도현님의 ‘너에게 묻는다’이다. 낡고 왜소해 보이는 지금의 휴대폰을 바라보면서 떠올린 시(詩)다. 필자의 휴대폰은 사용기간이 겨우(?) 일 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위에서 사용하는 최신 터치 폰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히 물욕일 것이다. 1년 전, 지금의 휴대폰에 매혹되어 구입했을 당시 이 제품은 필자의 뜨거운 눈길을 수없이 받은 제품이다. 그러나 그 설렘은 1년 만에 온데간데없어진 것이다. 막상 최신 폰으로 교체를 하려고 하면, 1년 전 지금의 휴대폰(예전 구입했을 당시 ‘신상’이었던 휴대폰)에 들인 거금이 떠올라 망설여지는 것은 분명 변덕일 것이다. 필자와 같이 최신식 휴대폰에 눈길 주는 수많은 사람들 중 반짝반짝 윤이 나던 그 신상 폰이 일 년 만에 1400만대의 ‘폐휴대폰’ 중 하나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옆에 있던 분신이 폐기 처분의 신세가 되어버린 다는 현실에 유쾌할 리는 없다. 그렇다고 이러한 ‘폐휴대폰’을 생각하며 슬퍼할 일은 더 아니다. 그러나 이 ‘폐휴대폰’을 보면서 제 몫을 다하고 재로 남겨지는 연탄과 오버랩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필자만의 감성코드이다.

이쯤에서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분쟁을 이야기할까 한다. 지난 6월 미국은 EU와 함께 중국이 희토류 금속 등 핵심 원자재 수출을 관세나 쿼터 제한 등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며 WTO에 제소했다. 여기에 맞서 중국은 “희귀금속은 국가의 중요한 전략자원으로 중국이 희귀금속의 채굴 및 수출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매우 지혜로운 선택”이라며 대응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과 EU는 중국에 대해 희토류 금속에 대한 수출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고, 중국은 이 자원이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수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희토류금속(rare earth metal)은 일반인들에게는 이름도 낯선 스칸듐, 이트륨, 란탄 등 지구상의 희귀금속(일부는 분리해내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서 희귀하다고 함)으로 전기전자 분야의 필수적 요소들이다. 이들 금속은 하이브리드 카의 모터생산, 풍력발전을 위한 터빈생산 등 녹색산업의 필수품일 뿐 아니라 휴대폰에도 사용되는 LCD 편광판, 발광 다이오드(LED) 등을 제조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들이다. 특히 휴대폰은 이러한 희토류 금속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희토류의 작은 광산이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싸움을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관전할 수 없는 것은 우리도 이 문제의 핵심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첨단 전자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희토류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작년에만 중국에서 6천 톤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희토류 금속 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친환경 첨단기술의 실현은 원재료를 손에 쥐고 있는 중국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토류 금속을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는 일본은 이미 “산업계에 ‘보이지 않는 공포의 쓰나미’가 밀려들고 있다”는 말로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자원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예견되어 있었다. 20년 전인 1992년 중국의 덩샤오핑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 금속이 있다”며 이들 자원을 전략적으로 사용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제 그 때가 온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서 ‘도시광산화(Urban Mining)’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광산화는 198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자원회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 산업폐기물이나 폐가전제품에서 유용한 금속을 분리추출해서 재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지역에서 광물을 캐낸다는 의미에서 도시광업으로도 불린다.

예를 들어 광산의 금광석은 1t에서 5g 정도의 금을 추출할 수 있지만 휴대전화 1t 에서는 400g의 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생산성의 차이이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에는 네오디뮴, 티탄, 바륨, 지르코늄, 비소, 갈륨, 인듐, 탄탈 등 많은 희토류 금속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추출해 재활용한다면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휴대전화 한 대에서 추출할 수 있는 희토류 금속은 대략 3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국내에 방치되어 있는 폐전자제품에만 9조 6천억 원어치의 금속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니 가히 광산이라 이름 붙일 만하다.

현재 전 세계를 관통하는 거대 담론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녹색성장이다. 녹색성장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동반한 새로운 제품군을 탄생시킨다. 제품의 교환주기가 빨라질 수밖에 없으며, 정보통신 분야의 세계적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제 몫을 다하고 타버린 연탄은 재를 남기고, 소중한 시간을 함께 했던 내 휴대폰은 희귀금속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이제, 책상 서랍에서 여기저기 치이고 있는 예전 휴대폰을 챙겨야 할 때가 아닐까?

경영학 박사 정은호님은…
재무론으로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이후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Chapel Hill에서 연구 활동을 했고,10여 년 이상 대학에서 강의했으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제로인투자자문의 대표를 맡아 투자자문 및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재무관리의 이해>, <선물옵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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