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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모바일] 바르셀로나, 소매치기와의 신경전

2009.07.23 FacebookTwitterNaver

최광예의 모바일 여행이야기 바르셀로나, 소매치기와의 신경전



 최광예 (KBS ‘세상은 넓다’ 방송 작가)

스페인. 내게는 처음부터 참으로 독특한 인상을 남긴 나라다. 런던에서 저가항공을 이용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히로나 공항에 도착한 건 밤 10시가 다 되어서였다. 늦은 시간이라 공항은 한적했고, 입국심사는커녕 여권에 도장 하나 받지 않고 스페인 입성을 마쳤다. 유럽 국가 간의 이동이 용이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입국심사까지 이리도 ‘쿨~’할 줄이야!

람블라스 거리의 독특한 기념품

어찌됐던 뜨거운 정열과 자유의 나라, 스페인에 드디어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설렘은 잠시 뒤로 하고 일단 예약했던 숙소를 찾아 갈 차례. 그러나 늦은 시간 인지라 공항버스를 타고 북역까지 도착했지만, 지하철이 이미 끊긴 상태였다. 휴대폰에 저장해 둔 숙소로 전화해 문의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전화 연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몇 번을 눌러봐도 통화중인 전화.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터미널에서 혼자 우왕좌왕 하는 동안 북역 터미널 로비는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고 휑해진 상태였다. 
일단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한층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에 수상해 보이는 젊은 남자가 탄 게 보였다. 그 남자는 내리려다 멈칫하더니 그대로 안에 멈춰 서는 것이 아닌가! 순간 움찔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태연한 척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겨우 한층 올라가는 시간이 왜 이리 길게만 느껴지는지……. 
바짝 긴장한 내게 남자가 말을 걸었다.
“……. 꼬레아노?”
“…….”
대부분의 경우 유럽 사람들은 동양인을 보고 “재패니즈?”를 먼저 묻는다. 그런데 이 남자는 어떻게 내가 한국 사람인 줄 알았지? 나의 경계심은 더욱 극에 달했다. 순간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나의 불안한 침묵을 깨고 그가 뒤이어 건넨 한 마디는 의외로 한국말이다.
“아~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겉모습이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전부는 아니지만 남자의 행색이 워낙 불량해 보였던지라, 아무리 친근하게 말을 건네도 겁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터미널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 남자의 의도가 무엇이었건 낯선 도시에서 한밤중에 불량한 남자를 만나면 일단 튀어야 산다는 게 나의 생존 본능이다. 급한 대로 택시를 잡아타고,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다 깬 친구에게 인터넷 검색을 시켜 민박집 전화번호를 재차 확인하고 주인장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냈다. 어렵게 통화가 되어 항공료의 반 정도 되는 택시 요금을 지불하고 나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람브란트 거리 끝에 위치한 콜럼버스 기념탑

어렵게 도착한 바르셀로나의 첫날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감자 다시금 터미널에서 만난 남자의 눈빛이 떠올랐다. 조금만 더 머뭇거렸다간 지갑에 있는 돈을 다 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너무 앞선 추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유럽여행에 앞서 소매치기 걱정 안 해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특히나 주의를 필요로 하는 도시들이 몇 있지만, 그 중 1순위가 바로 스페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나 바르셀로나의 소매치기는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전날 밤의 서늘한 경험 때문에 다음날 일정에 앞서 나는 소지품부터 단속했다. 우선 어깨나 등에 매는 것 같은 털리기 쉬운 가방은 넣어두고 앞으로 돌려 맬 수 있는 작은 손지갑 크기의 백을 꺼내 멨다. 최소한의 소지품 지갑, 휴대폰, 카메라만 넣고, 손에 지도 한 장만 들고 숙소를 나섰다. 소매치기 덕분에 짐이 줄어들어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그렇지만 지하철을 탈 때부터 관광지 곳곳을 둘러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특히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중심지, 람블라스 거리를 걸을 때는 실제로 소매치기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이유 없이 거리를 서성대면서 관광객들을 물색하고 있는 이들, 한명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눈으로 사인을 주고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실제로 같은 숙소에 있던 언니 한명은 배낭을 메고 가다가 지갑을 털리고도 한참 후에야 알았다고 한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들이 카드를 사용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여행 중 소매치기는 반드시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안토니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첨탑

그렇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언짢은 소매치기의 출몰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는 꼭 한 번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도시다. 가장 먼저 나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다.


우리말로는 성가족 교회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이다. 여행 전부터 가우디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마주한 그의 건축물은 신비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건축물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조각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 섬세한 외관을 갖추고 있었다. 유럽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외형은 뾰족한 고딕 양식의 첨탑과는 다른 동글동글한 탑이 하늘 높이 솟아 있다.

더 놀라운 것은 13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공사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건물 첨탑이며 실내 곳곳은 아직까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안토니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외벽 조각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나선형 계단

바르셀로나 곳곳은 가우디의 건축물들로 가득하다. 100여 년 전 바르셀로나의 신도시 정책으로 세워진 연립주택, ‘카사밀라’는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다음은 구엘공원. 가우디가 생전에 거주하기도 했을 만큼 애정이 듬뿍 담긴 곳이라고 한다. 상상해 보건대 가우디는 분명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건축물들을 보고 있으면 하나같이 집, 건물이라는 생각보다는 동화 속 환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우디가 설계한 구엘공원

사진으로만 보던 구엘공원의 알록달록한 타일 벤치에 앉아 있자니 새삼 바르셀로나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지금의 이 기분을 어떻게든 기록하고 싶었다.


아, 이런 게 바로 직업병이리라. 아뿔싸! 그런데 가방에는 여행일기를 쓰던 노트도, 펜도 없다. 그놈의 소매치기 때문에 간만에 받은 ‘필(Feel)’을 이대로 접어야 하는 것인가. 그 순간 나는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꺼내들고 메모란에 주절주절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몇 자 적다 보니 왠지 모를 안도감이 생겼다.

이제 소매치기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스페인의 매력을 제대로 파헤쳐 봐야겠다.    

부담 없는 저가항공의 매력
유럽 내에서 나라 간의 이동 시 가장 손쉽고 빠른 교통수단은 단연 항공편이다. 물론 유레일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겠으나 런던을 떠나 다음 목적지인 스페인까지 가기 위해서는 유일한 이동수단이 바로 저가항공이다.

유럽 내에서는 약 50여 개의 저가항공이 운행 중인데, 그 가격이 상상 이상으로 저렴하다. 런던에서 바르셀로나까지의 항공권이 대략 30유로(54,300원) 정도로 유레일패스 사용 시 야간열차 예약비보다 조금 비싼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표적인 항공사로 라이언 에어, 이지젯 등이 있는데, 홈페이지에서 수개월 전에 미리 예약할 경우 단돈 10유로(18,100원)에 항공권을 구할 수도 있다. 단, 센트럴에서 저가항공을 이용할 수 있는 공항(루튼공항, 게이트윅, 스텐스타드) 등까지 운행되는 공항버스 비용은 따로 고려해야 한다.

저가항공을 이용할 때는 시간을 여유 있게 계획해야만 한다. 실제로 나는 바르셀로나로 가기 위해 비행시간 2시간 30분 전에 루튼공항에 도착했지만, 수십 개의 저가항공사를 이용하기 위한 엄청난 승객들로 공항은 북적였고, 2시간이 넘게 줄을 서고 나서야 게이트로 향할 수 있었다. 게다가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게이트까지는 거의 1km를 육박하는 거리를 달려야 했다. 그리고 저가항공기 내에서는 무료 음료 서비스 같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승무원이 우리 홍익매점에서 보던 것 같은 카트를 밀고 지나면 비행기 고도만큼이나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음료를 사 먹어야 한다.

KBS 방송작가 최광예님은…
KBS <생로병사의 비밀>, <문화지대>, <세상은 넓다> 등 주로 문화, 여행, 교양 프로그램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톡톡 튀고 감성적인 문체가 이색적인 그녀의 스토리텔링 참여도서는 <Shout! 자신감>, <앨리스의 비밀통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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