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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모바일] 휴대폰 예절, 인간적인 휴대폰 사용의 첫걸음

2009.07.31 FacebookTwitterNaver


 박민영 (문화평론가) 

휴대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나이 든 사람들(그들은 대개 젊은 사람들보다 휴대폰을 덜 사용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이 젊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겪는 고충이 있다. 젊은이들의 휴대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통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젊은이들은 대개 “죄송합니다. 잠시만……”하고 양해의 멘트를 던지고 전화를 받거나 문자를 확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든 사람들의 불편한 심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공적인 대화 중 전화가 왔을 때 대응하는 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 전화를 받는 경우이다. 그럴 때, 수신자는 고개를 돌려 속삭이듯 전화를 받거나 구석이나 다른 장소로 이동해 자신의 말이 들리지 않게 한다. 이 경우, 진행되는 토론을 증발시키고 상대방을 기다리게 만듦으로써 소외감과 무기력함을 안겨준다. 통화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대화는 이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흐름이 완전히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은 이렇다. “죄송합니다. 우리가 어디까지 얘기하다 말았죠?” 그것은 대화의 흐름이 깨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둘째, 전화를 받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화의 흐름을 깨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전화음은 그 자체로 사이렌처럼 인간의 정신과 사회적 관계를 차단시키거나 정지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은 사람들을 무수한 네트워크로 연결시킨다. 휴대폰 때문에 사람들은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 접촉할 수 있다. 그런데 무선이동 통신기기인 휴대폰은 직장이나 가정에 매인 상태가 아니라 각 개인들로써 서로를 연결시킨다. 말하자면 개인적 네트워크 시스템인 것이다. 사람들이 공적 장소에서 휴대폰 사용에 일정한 예절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개인적 네트워크 도구인 휴대폰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공동체의 영역을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 벨소리가 울려 퍼질 때, 우리는 그것을 개인의 자유에 동반되는 사회적 폭군처럼 느낀다.

공적 장소에서 휴대폰을 받는 사람은 무대 위에서 동시에 두 개의 퍼포먼스를 하는 것과 같다. 휴대폰 사용자는 동시에 두 개의 공간에 놓여있는 것이다. 자신이 물리적으로 점유하는 공간과 대화가 이뤄지는 가상공간. 전화가 오면 사용자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두 공간 중 무엇을 우선시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사회적 역할 간의 갈등과 자기 과시를 비롯한 다양한 전략이 드러난다. 중요한 사람,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과 대화할 때 우리는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앞에 있는 사람보다 지위가 높거나 좀 더 중요한 사안 때문에 전화했을 때 우리는 전화를 받는다. 그 때문에 자신을 앞에 놓고 상대방이 아무 거리낌 없이 전화를 받을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전화기 너머의 사람보다 덜 중요하단 말인가?’


공공장소에서 당당하다 못해 뻐기는 듯한 태도로 통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언젠가 카페에서 휴대폰에 대고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장과장! 10억은 아무개전무에게 입금시키고 15억은 나한테 오늘 중으로 보내주라고! 나 청담동 빌딩 계약하려고. 응. 알았어!” 내 눈에 그의 제스추어와 말투는 관객을 의식한 무대 위 배우의 연기처럼 보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휴대폰은 장소의 소속감을 해체시킨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전화를 받는 경우, 우리의 마음은 이미 얼굴을 맞대고 있는 사람과 함께 있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는 소개팅 파트너를 앞에 두고 친구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문자로 전하는 사람이나 수업시간에 문자를 주고받는 학생의 마음은 이미 그 자리에 없다. 휴대폰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바로 앞에 있는 사람보다 전화 상대편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말하자면 휴대폰은 우리의 “부재하는 현존”을 확대한다. 휴대폰을 사용함으로써 공간에서 우리의 현존이 은연중에 비워지게 되는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같은 종래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는 공적 기관이 사적 영역으로 침투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휴대폰은 이러한 경향을 뒤집었다. 휴대폰은 반대로 개인들로 하여금 사적 메시지를 공적 공간으로 가져오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공공영역을 사생활의 침투로부터 보호해야한다는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었다. 직장 ․ 공적 회의 ․ 모임 그리고 영화관 ․ 도서관 ․ 지하철 ․ 공연장 등 공공장소에서는 청각에 기초한 통화 대신 문자 메시지를 사용하거나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놓음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충격과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혹은 불가피한 경우 휴대폰을 잠시 꺼두는 것도 좋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친숙한 사람의 목소리는 분명 정겹다. 그러나 우리는 나와 지금 현재 같이 있는 사람들 역시 소중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평론가 박민영 님은…
저서로  [공자 속의 붓다, 붓다 속의 공자](2006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즐거움의 가치사전](2007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KBS ‘TV 책을 말하다’ 선정 도서),  [이즘](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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