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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모바일] 여행자의 로망을 채워주는 바르셀로나의 매력

2009.08.14 FacebookTwitterNaver

여행자의 로망을 채워주는 바르셀로나의 매력

 최광예 (KBS ‘세상은 넓다’ 방송 작가)
바르셀로나만큼 다양한 볼거리, 맛있는 음식, 문화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도시가 과연 또 있을까? 지금은 이렇게 바르셀로나 예찬에 여념이 없지만, 사실 바르셀로나에 가게 된 건 순전히 마드리드행 비행기 티켓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붕 떠버린 나는 런던의 루튼공항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나는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여행 일정을 체크했다. 원래 스페인 마드리드로 건너갔다가 5일 뒤 프랑스 니스로 떠날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행선지를 변경하는 수밖에 없다. 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 사이에서 고민하다 바르셀로나를 다음 행선지로 정했다. 문제는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타는 데 무려 2시간 30분이나 공항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려는 승객들이 엄청나게 많아 2시간 동안이나 줄을 서야 했다. 다행히 휴대폰에 담아온 음악 파일과 동영상 파일이 적지 않아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다.

요즘 휴대폰은 대용량 저장이 가능한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이 많다. 최근에는 단순한 통화 기능에서 벗어나 PC의 기능을 입힌 스마트폰으로의 진화가 뚜렷하다. 이런 휴대폰의 발전은 해외여행자에게는 환상의 길동무나 다름없다. 이렇게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질 때면 더욱 움직이는 컴퓨터를 한 대씩 가지고 여행하는 것만큼 요긴한 게 없다.

처음에는 차선책으로 잠시 들러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실제 바르셀로나에 입성하고 난 후 나는 이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이후 마드리드 일정을 취소하게 할 만큼 바르셀로나는 아주 인상적인 도시였다. 만약 유럽에서 딱 한 도시만 골라서 여행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르셀로나를 추천하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행자들이 꿈꾸는 다양한 로망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바르셀로나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로망, 이국적인 문화체험
여행은 낯선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마련이다. 스페인은 아주 강렬한 이국 문화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투우’‘플라밍고’가 그렇다. 사실 두 가지 모두 텔레비전을 통해 수없이 본 것들이지만, 뭐든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사실을 깨닫게 한다.

투우는 약 1시간 반 정도에 걸쳐 치르는데 멀쩡한 소 여덟 마리가 죽어 나가는, 어떻게 보면 꽤나 잔인한 경기다. 내가 지닌 투우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는 시작부터 깨졌다. 붉은 천을 들고 소에게 약을 올리며 뛰어다니는 투우사를 상상했건만, 의외로 메인 투우사들은 말을 타고 등장했다. 또 한 가지 스페인에서 투우사의 인기는 그 어떤 스타 못지않게 대단한 것이었다. 팸플릿에 인기 순위별로 투우사에 대한 소개가 상세히 할 정도였는데, 인기 투우사가 등장할 때면 모두 기립해서 환호를 보내고 그가 소를 쓰러뜨릴 때마다 경기장 전체가 술렁댔다.

긴장감이 최고에 다한 투우의 한순간


숙소에서 만나 함께 간 여동생은 경기 보는 자체를 힘들어 할 정도로 꽤나 징그러운 장면이 많이 연출됐다. 나 역시 처음 소 한 마리가 죽어 나갈 때에는 제대로 쳐다볼 수조차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나중에는 소 등에 찔린 창의 개수까지 세게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투우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하면서 깨달은 것은 훌륭한 투우사일수록 소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죽인다는 것이다. 농구 경기 중간에 코트에 떨어진 땀을 닦는 사람이 있듯 투우 경기장에는 죽은 소의 핏자국을 닦으며 격렬한 투우 경기의 흔적을 정리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경기 직후 울렁거림이 가시지 않은 속으로 나오는 길에 도축장 근처를 서성이는 아저씨 부대가 보였다. 다름 아닌 오늘 죽은 소의 싱싱한 고기를 구입하려는 이들이라고 한다. 오! 지쟈스~~ 웬만하면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를 모두 수용하고 싶었지만, 이날만큼은 육식 애호가인 나도 아저씨들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투우와 함께 스페인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코드는 바로 플라밍고! 스페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출 수 있을 것 같지만, 플라밍고는 의외로 쉬운 춤이 아니다. 게다가 젊은 여성들보다는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댄서가 플라밍고 쇼의 메인이 된다. 그만큼 삶의 연륜과 열정이 함께 녹아든 춤이 바로 플라밍고가 아닐까?


흔히들 스페인을 ‘정열의 나라’라고 부르는 데에는 바로 투우와 플라밍고, 이 두 가지 이미지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붉은 피를 흘리면서 싸우는 투우 경기의 이미지와 플라밍고를 추는 여인들의 화려한 춤사위는 바로 정열이라는 단어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로망, 식도락의 즐거움
여행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잘 먹는 것이다. 물론 낯선 곳에서 먹는 생경한 음식이 입맛에 딱 맞기를 기대하기란 지나친 욕심일 게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사발면에 고추장을 끼고 있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여행 중에는 ‘그 나라다움’이 묻어나는 음식을 꼭 먹어봐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맛을 보자마자 숟가락을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음식은 끼니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여행의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레스토랑과 메뉴 선택에 상당한 공을 들이게 된다. 스페인은 나 같은 식도락가들이 반할 수밖에 없는 풍성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식당에서 시각을 자극하는 새로운 음식을 접할 때마다 나는 휴대폰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신 셔터 버튼을 눌러댔다.

해물밥 요리 -빠에야


바르셀로나의 요리는 전반적으로 짭짤하다는 것만 빼면 대부분의 음식에 별 네 개 이상은 줄 수 있을 만한 수준이다. 그 중에서 딱 두 가지 대표 메뉴를 꼽자면, ‘빠에야’와 ‘샹그리아’를 들 수 있다. 먼저 빠에야는 일종의 해물밥으로 다양한 소스와 재료를 선택해서 맛볼 수 있다. 일단 쌀 요리라는 점 때문에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평소 한국의 쌀밥에서 기대할 수 없는 설익은 듯한 독특한 쌀의 질감을 새롭게 깨닫게 되는 요리라고 하겠다. 독특한 소스를 원한다면 오징어 먹물 빠에야를 추천한다.

샹그리아


그리고 샹그리아는 스페인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샹그리아는 일종의 와인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은 우리나라의 카페 메뉴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많이 알려졌다. 시원하고 상큼한 와인과 과일향이 어우러져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린다.

세 번째 로망, 쇼핑의 즐거움 
긴 여행을 하면서 쇼핑 욕구를 조절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할 때마다 자기와의 싸움이 이어진다. 눈 딱 감고 사야 할 것인가, 내려놓아야 할 것인가.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쇼핑 천국으로 알려진 바르셀로나는 물가가 비싼 북유럽 사람들이 쇼핑을 위해 일 년에도 수차례 방문할 정도라고 하니, 바르셀로나에서 지름신의 강림을 억제하기란 더욱 쉽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시민의 휴식처 시타델라 공원의 아름다운 호수


혼자서 결정하기 힘든 순간이 오면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의견을 구하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한 가지 “나중에 생각날 거야! 질러~”였다. 그래, 기왕 지를 거라면 요령껏 지르자! 아직 한참 남은 여행 일정을 위해 부피가 작아야 한다는 것과 한국에서 구할 수 있을 만한 물건은 과감히 내려놓는 것이다. 물론 예쁜 옷과 탐나는 물건 앞에서 이런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말이다. 일단 옷은 가볍고 얇은 쉬폰 소재를 구입했고, 친구들을 위한 선물로 작은 액세서리 위주로 선택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물론 거의 모든 도시에서 이 센스를 남발한 것만 빼면 난 참 알뜰하고 현명한 여자라는 자기최면을 걸어야 했다.

네 번째 로망, 성지순례
유럽여행 중에는 어디를 가나 싫든 좋든 기독교 문화를 접하게 된다. 바르셀로나에서는 그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장소에 위치한 성지를 가보게 되었다. 교외선을 타고 한 시간쯤 가면 기묘한 모양의 바위산이 나오는데, 웅장한 산세와 함께 산 중턱에 ‘몬세라뜨’라는 수도원이 있다. 전 세계의 순례자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하는데, 360도 회전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절벽 위에 위치한 수도원에 올라갈 수 있다. 화창한 날에는 멀리까지 내다보여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지만, 이날은 폭우가 왔다가 개이기를 반복하는 바람에 멋진 경치 대신 전설의 고향 세트장에 와 있는 듯한 음울한 분위기를 만끽해야 했다.

몬세라트 절벽에 신비한 조각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대성당 안에 있는 ‘검은 마리아상’이다. 나폴레옹이 침략했을 때도 이곳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이 마리아상을 지켰다고 한다. 또 절벽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몇 미터 못 가 멋진 조각들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100여 년 전 조각된 작품들로 어떻게 이 험한 곳으로 옮겨졌을지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비를 피해 들어간 성당에서 초를 켜고 잠시 기도를 하는 일은 종교를 떠나 여행 중에 경험해 보아야 할 작은 의식과도 같다.

다섯 번째 로망, 지중해의 낭만
유럽여행을 꿈꾸는 이들에 지중해의 낭만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는 근교에 바다가 있어 시내 가까이에서 멋진 지중해를 마주할 수 있는 도시다. 그 중에서도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이 바로 시체스 해변이다! 산츠역에서 국철 RENFE를 타고 약 30분 정도 가면 멋진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시체스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시체스 해변끝에 아름다운 교회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찾는다는 시체스 해변은 모래가 곱고, 백사장이 넓어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특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상당수가 상의를 탈의하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게 보이지만, 이곳이 동해가 아닌 지중해라는 사실을 가장 절감했던 순간이기도 하다. 5월의 바닷물은 차가운 편이라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비치파라솔 아래 누워 있던 반나절의 시간이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다.

이상 언급한 다섯 가지 외에도 바르셀로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활기 넘치는 람블라스 거리에서 만나는 각양각색의 거리 예술가들과 여름밤에 펼쳐지는 몬주익 언덕의 아름다운 음악 분수쇼까지…….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다. 소매치기와 여행 당시 나날이 오르던 환율 때문에 걱정을 끼고 살았지만, 바르셀로나만큼은 꼭 다시 가보고 싶다. 단, 다시 찾는 그날에는 거리에서 만나게 될 플라밍고 댄서 옆에서 멋진 스텝으로 화답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KBS 방송작가 최광예님은…
KBS <생로병사의 비밀>, <문화지대>, <세상은 넓다> 등 주로 문화, 여행, 교양 프로그램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톡톡 튀고 감성적인 문체가 이색적인 그녀의 스토리텔링 참여도서는 <Shout! 자신감>, <앨리스의 비밀통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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