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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모바일] 휴대폰 대중화 시대, 노인으로 산다는 것

2009.08.28 FacebookTwitterNaver

 박민영 (문화평론가)

며칠 전 나는 칠순 노모를 모시고 시내에 나갔다 왔다. 전철에 앉아서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어머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들은 뭐하느라 저렇게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거냐?” 나는 사람들이 게임을 하거나 문자를 주고 받는 거라고 말씀드렸다. “그래?”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어딘지 모르게 노여움이 묻어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은 여동생네 집에 갔다 오는 길이었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손주들을 보고 가슴 설레어하셨다. 그러나 만남의 기쁨도 잠시. 어머니는 손자와 충분한 정을 나눌 수 없었다. 손자들이 함께 있는 내내 휴대폰에만 몰두해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것이 못내 서운했던 것이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전철 안을 돌아보니, 세대 간의 격차가 더욱 확연했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거나, 문자 채팅을 하며 지루한 이동시간을 메우고 있었지만, 노인들은 그저 멍하니 앉아 목적지에 당도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적적하고 외로워 보였다. 요즘엔 휴대폰 가진 노인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노인들에게 휴대폰은 여전히 전화를 걸고 받는 기계일 뿐이다.


오늘날 노인들의 행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역사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근대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진 사회는 더욱 그렇다. 한번 상상해보라. 어릴 때 짚신을 신고 자란 사람이 늙어서 허리에 휴대폰을 차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것을. 젊은이들은 그 급격한 변화를 실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빠른 기술적 변화가 불러일으킨 노인들의 지위 변화는 극적이었다. 전통사회에서 노인들은 ‘지혜를 갖춘 권위자’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노인들은 손자들에게 휴대폰이나 컴퓨터 사용법을 배워야 하는 존재,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로 전락했다. 정신적 권위의 측면에서 노인의 지위는 최상위에서 최하위로 떨어진 셈이다.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유비쿼터스 환경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편리함 그 자체이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유비쿼터스 환경은 소외감, 불안감, 무기력감을 불러일으킨다. 휴대폰, 컴퓨터, 인터넷은 흔히 생각하듯 단지 편리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반이자 타인과 관계를 유지하는 새로운 형식과 규범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시간, 공간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변화시킨다.

인터넷으로 세금 신고를 하지 못해서,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지 못해서 고지서와 통장을 들고 창구 앞에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노인들의 심정을 생각해보라. 노인들은 풍요로운 세계에서 배제된 자신을 발견하고는 비참한 심정에 빠진다. 휴대폰이나 인터넷 상의 커뮤니케이션은 신체적인 접촉이나 움직임이 필요 없다. 또한 휴대폰은 약속시간을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만든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노인들은 그에 적응하기 힘들다.

노인이 갖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다. 그것은 여유로움, 온화한 성숙함, 탈물질적인 지혜로움, 정신적 아름다움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그와 반대된다. 노인들은 걸핏하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름으로써 곳곳에서 마찰을 불러일으킨다. 정보난민으로 전락한 노인들은 불편한 심사가 쌓이게 되고, 사소한 일에도 분노가 치솟는다.

오늘날에는 노인들도 값비싼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자녀에게 선물 받은 것들이다. 그러나 정작 그 사용법을 진지하게 가르쳐 주는 가족은 드물다. 특히 자식, 손주 세대와 떨어져 사는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정보 세대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사회적 교육 인프라가 절실한 실정이다.

최근 사회적 기업으로써의 역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도 그런 역할의 일환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휴대폰 활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교육을 받은 노인들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노인들은 문자 메시지 전송하는 방법을 알고난 후, 가족 간의 정이 더욱 돈독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인들이 손주들과 “학원 갈 시간이네. 힘들지? 집에 오면 할머니가 맛있는 거 준비해 놓을게. 사랑해♡.” “우리 할머니 짱 멋져요. 저도 사랑해요♡.”하는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행복해하는 것이다.

노인들이 손주들과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소통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선 노인들이 직접 문자를 주고 받아보면, 문자메시지가 직접 만나거나 전화하는 것과 다른 고유의 느낌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손주들이 왜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지 알게 된다. 자식들이나 손주들과의 문자소통은 정서적 풍요 뿐 아니라, 문화적 세대 차이에 대한 이해도 높여주는 것이다. 세대간의 간극, 기업과 국가가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문화평론가 박민영 님은…
저서로  [공자 속의 붓다, 붓다 속의 공자](2006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즐거움의 가치사전](2007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KBS ‘TV 책을 말하다’ 선정 도서),  [이즘](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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