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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모바일] 나성에 가면 1

2009.09.02 FacebookTwitterNaver


MBC 아나운서 강재형
‘나성에 가면’이란 노래가 있다.
한때 꽤나 유행했지만, 어느 웹사이트를 보니 ‘10대들의 92%가 모르는 노래’라는 ‘믿거나 말거나’ 조사결과가 나와있는 유행가. 어른들은 잘 알지만 청소년들은 잘 모르는 노래가 된 곡이다. 나성(羅城)은 미국 서부 도시 로스앤젤레스(LA)를 한자로 음역해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나성에 가면’은 ‘LA에 가면’이란 뜻이다. 그런데, ‘나성에 가면’ 대체 무엇을 하라는 걸까?

지난달 거기, 나성에 갔었다. 한국을 출발해 미국 LA를 거쳐 멕시코와 쿠바의 몇 도시를 둘러보고 다시 LA를 통해 귀국했다. 지금 나는 지난 여정을 되짚으려 ‘나성에 가면’이 흐르는 방에서 쿠바리브레를 홀짝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쿠바리브레 – 1898년 발발한 스페인과 미국의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난 뒤 ‘쿠바의 자유’를 기원하며 만들었다는 칵테일이다. 쿠바 특산인 럼주에 그 땅에 흔한 라임, 미국의 상징격인 코카콜라를 섞어 만든 술이다. 지난주엔 멕시코 칸쿤에서 마르가리타를 마셨다. 지지난주엔 쿠바 하바나에서 모히토를 마시고, 그 전주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데킬라를 스트레이트로 들이켰다. 지난 3주 동안 거친 도시에서 마신 술이 그랬다. 나라마다 술이 달랐고, 마시는 방법 또한 달랐다. 음주문화가 다르듯 교통문화 또한 달랐다.


자동차 없는 나라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문명의 손길이 조금이라도 닿은 나라치고 자동차 없는 나라는 없다. 차가 있으면 교통법규가 있게 마련이다. 빨간 신호등에선 멈추고 녹색 신호등이 켜지면 달리는 건 만국 공통인 것처럼 ‘총론’은 같다. 하지만, 좌회전과 유턴, 추월과 차로 주행방법 따위의 ‘각론’은 다르다. 뒤차가 앞차에게 상향등을 깜박이면 우리나라에서는 ‘위협’과 ‘경고’의 신호지만,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끼어들기 등의 차로변경을 해도 좋다는 ‘양해’와 ‘허락’의 뜻이다.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선 눈치껏(?) 주행하는 게 우리나라의 통행방법이지만 미국에서는 무조건 일단 정지 후 한 대씩 선착순으로 제 갈 길을 가야한다. 쿠바에서는?  그냥 알아서 다니면 된다. 쿠바에 머물렀던 날이라 해야 달랑 일주일이지만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바나 시내의 교통수단은 버스, 택시는 기본이고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택시와 자전거 택시, 자가용으로 영업하는 ‘나라시 택시’에 마차까지 다양했다. 버스 외에는 탑승하기 전에 흥정은 기본. 택시도 미터기를 누르지 않고 운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온갖 교통수단이 공존하는 하바나에서 사흘을 묵은 뒤 다른 도시로 눈을 돌렸다. 쿠바의 아이콘이자 혁명의 상징인 체 게바라의 흔적을 더듬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체 게바라 유적이 있는 곳은 산타 클라라, 그 곳에 가야했다. 유네스코가 마을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쿠바 남중부의 도시 트리니다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곳이었고….


하바나를 출발해 산타클라라와 트리니다드에 가는 방법은 버스와 택시, 그리고 렌터카를 빌려 직접 운전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버스는 제외했다. 편리함과 경비를 생각하면 택시가 여러모로 유리했지만 ‘운전문화체험’을 내세워 렌터카를 이용했다. 돈이 꽤 들어가는 걸 알면서도(소형차를 하루 빌리는데 우리 돈으로 30만원 쯤 내야한다) 약간의 망설임 끝에 렌터카를 쓰기로 한 건 잘 한 결정이었다. 쿠바의 운전 경험은 색달랐다. 아니, 쿠바의 운전문화체험은 한마디로 황당함 그 자체로 내게 다가왔다.


쿠바의 수도 하바나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접어들며 찍은 사진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자동차는 거의 없다. 앞서 달리는 차도, 마주 오는 차량도 흔치 않았다. 이렇듯 한적한 고속도로를 ‘고속’으로 달리다가 큰코 다칠 뻔했다. 탁 트인 전방에 멀리 보이던 자동차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몰던 자동차 속도가 빨라서? 아니었다. 마주 오는 차였다. ‘전방주시태만’이 아니기에 망정이지 객지에서 정면충돌 사고를 낼 뻔한 위기의 순간은 잘 넘겼다. 무사귀환해서 이 글을 남기고 있으니까. 아무튼, 한숨 몰아 쉬며 아찔한 순간을 넘긴 뒤 고속도로의 앞과 옆을 가만히 뜯어보니 뭔가 이상했다. 쿠바 고속도로에는 자동차만 없는 게 아니었다. 적잖은 구간에 차선은 물론 중앙선도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 녹지를 중앙분리대 삼아 둘로 나뉜 도로임에도 한쪽 길은 비워두고 다니는 차들, 치즈같은 농산물을 팔기위해 도로 중앙에서 튀어나오는 사람들, 아무런 경고 표지도 없이 고속도로 중간을 오토바이로 막아놓고 우회시키는 경찰들을 만나는 게 일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렇듯 ‘상식을 벗어난’ 교통체계에서도 사고 현장은 눈에 띄지 않았다.

‘무슨 고속도로가 이 모양?’
독백인양 내뱉은 내 말에 옆에 있던 동행이 한마디 한다. ‘뭔가 시스템이 있겠지….’ 맞다, 분명 그럴 것이다. 중앙선이 없어도, 멀쩡한 도로가 중간에 끊기고, 교통표지판이나 이정표없이도 현지 사람들은 시스템을 알고 잘 다닐 것이다. 그곳의 교통문화에 따라 아무 문제없이 차들은 잘 돌아다니니까 말이다. 그렇다. 시스템은 중요하다. 사회 구성원의 약속도 시스템에서 비롯한다. 인터넷의 통신규약(프로토콜 Protocol)도 약속이고 시스템이다.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는 방법도 그의 하나이다. 모바일의 중요한 시스템은 내게도 필요했다. 여기서 잠깐, ‘나성에 가면’ 뭘 하라는 건지,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이쯤에서 확인해보자. 노래 가사에 따르면 ‘편지를 띄우’란다. 노랫말의 시작은 이렇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 뚜루루루 뚜루루루 / 사랑의 이야기 담뿍 담은 편지 /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 뚜루루루 뚜루루루 / 하늘이 푸른지 밝은지….”
  
나도 나성, 그러니까 LA에 가서 편지를 띄웠다. 식구들과 몇몇 지인들에게 보낸 그림엽서를 써서 부쳤다는 얘기이다. 편지만 띄웠을까? 아니다. 메일도 보내고 문자 메시지도 발송했다. 서울에서 들고 간 전화기는 여러모로 유용했다. 로밍이 가능한 미국과 멕시코의 일부 지역에서는 현지 시간을 포함한 세계시간도 확인하고, 빠듯한 일정을 챙길 알람으로도 쓸모있었다. 무엇보다 요긴했던 건 문자 메시지 송수신이었다. 비행기 내려 전화기를 켜면 어김없이 ‘위급상황시 영사콜센터로 전화하셔요. 통화 누르시면 연결됩니다.(수신 번호 82232100404)’란 메시지가 전화에 떠 있었다. 장문메시지(MMS)는 수신이 불가능했다는 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었다.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문자 메시지는 발신 150원(북미 지역 기준), 수신은 무료라니 음성통화요금과 견줄 게 아닐 만큼 경제적인 데다가 시차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였다. 

음성통화가 기본이요, 텍스트 송수신은 덤으로 발달한 이동전화는 우리 문자에 특히 편리하게 쓰이고 있다. 로마자를 쓰는 영어권이나 가나를 하나하나 찍어 입력해야 하는 일본, 한자병음을 찾아 일일이 찾아 넣어야 하는 중국에 비해 한글의 문자 입력 방법은 비교할 수 없이 탁월하기에 그렇다. 하지만,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서도 돋보이는 한글의 탁월함은 아쉽게도 반쪽짜리 우수함이다. 휴대전화 제조사마다 입력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같은 ‘바지들고서( ‘QWERTY 키보드’에 새겨진 2벌식 한글 자모 ㅂ ㅈ ㄷ ㄱ ㅅ 를 외우기 쉽게 만든 문장)’자판이 달려 나오고 필기 입력 또한 가능한 전화기가 나와도 여전히 숫자판 입력이 대세인 세상이다. ‘애니콜’과 ‘싸이언’, ‘스카이’ 등이 서로 ‘한글입력의 편리성’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그 건 ‘만든이’들의 생각일 뿐이다. 전화기 바꿀 때마다 한글입력방식 때문에 망설이는 건 ‘쓰는이’의 몫이다. 전화기 한글입력문자판을 하나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한때 제각각이었던 휴대전화 충전단자를 하나로 통일한 것처럼 말이다.

휴대폰 제조사마다 차이가 나는 입력방식

MBC 아나운서 강재형님은…
한국아나운서연 합회장을 지냈으며,  <우리말나들이>를 기획 및 연출하였다. 지독히도 국어 사랑이 남다른 그의 또 다른 이력에는 국어심의회 위원을 지냈다는 것이다. 현재는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의 위원이다. 삼라만상과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려 오늘도 애쓰고 있다는 그는 <생활 속의 모바일>을 통해 그의 말글 사랑에 모바일을 접목한 글을 연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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