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영역, 휴대폰

2010. 02. 16

상, 손 안의 족쇄, 도피처, 지인들과의 연결고리…이 모든 것을 담는 것은 바로 휴대폰. (휴대폰을 가만히 바라보면 함께라 고맙지만, 또 한편으론 성가셨던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휴대폰을 봤을 때 떠오르는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모두가 동시에 떠올릴 생각은 바로 ‘내 공간’이지 않을까. 
집에서 전화 한 대를 두고 여러 사람이 사용했던 그 때, 공중전화에 길게 늘어진 내 뒤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던 그 때.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내가 초등학생 때만 해도 공중전화로 좋아하는 친구와 통화를 하고, 집에선 엄마아빠가 들을까 이불을 뒤집어쓰고 통화하곤 했으니까. 그러나 오늘 우리는 휴대폰 덕택으로 더욱 은밀하고 다정하게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비롯 개인 행동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아무런 눈치 없이-

휴대폰이 음성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텍스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면서 각자의 은밀한 영역이 작은 기계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은밀한 그 영역은, 나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들어갈 수 없다. 오로지 ‘나’와 다른 곳에 있는 또 다른 ‘나’라는 주체, 그 둘만이 그 공간에 들어설 수 있다. 지금부터, 나는 그 타인의 은밀한 영역에 감히 들어서려 한다. 3 2 1 ‘통화버튼’꾸-욱.

나에게 모바일이란 ‘NECESSARY’이다

12월에 따뜻한 나라 ‘필리핀’에서 얼어있는 한국, 서울로 온 ‘Jucar raquepo’. 그는 필리핀에서 전시를 마친 직후 또 다른 전시를 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내 친구의 통화목록에서 발견한 사람. 그는 한국이 처음이고, 우린 서로가 처음이다.(물론 지금은 친구가 되었지만) 이방인인 그는 휴대폰을 어떻게 생각할까. 낯선 그의 기계가 보고 싶어졌다.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그의 휴대폰 액정엔 필리핀에 있는 그의 부인이 미소 짓고 있었다. 어느 나라나, 사랑하는 사람을 액정에 띄워두는구나. 휴대폰은 주로 메일과 친구와의 메세지를 위해 사용한다는 그. 그러나, 휴대폰 사용에 불편함이 따른다고 했다. 바로, cellphone gimmicks때문. 인터넷 접속을 유도한 다음, 어마어마한 휴대폰 요금을 부과하는 fake 문자들이 그 곳 필리핀에도 있나 보다. 
귀찮은 것들! 띵동, 때마침 내 휴대폰으로 들어온 메시지.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문득 한국에 아무 연고가 없는 그가 소통의 단절로 향수에 시달리진 않을까, 혼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휴대폰을 많이 쓰고 있는데, 그들을 볼 때마다 혼자라거나 친구들이 보고 싶거나 하진 않아요?’라는 질문에 단호히 “NO”라고 답한 그. 지하철이든, 버스든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외로움을 느끼기 보다 Fun하다고 했다. 
하긴, 다들 각자의 휴대폰 액정만 보고 있으니, 그걸 지켜보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마디, “그리고 난 지금 자유를 느껴! Even though my wife!” 다 이를 거예요! 라고 했지만, 하긴 공감은 간다. 예전에 지인 중 한 사람도 해외여행 때 일부러 휴대폰을 두고 갔었다. 얽매이지 않고, 연락에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좋다면서. 

우린 언제부터 휴대폰에 얽매이게 되었을까? 휴대폰이 등장하기 전에도, 약속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전화를 하기도 하고 편지를 하기도 했는데. 점점 보편화 되기 시작하면서 휴대폰이 없으면 왠지 불안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요즘 십대들은 메시지가 안 오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도 수업시간에 몰래 메시지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와 반대로, Jucar는 친구들의 문자는 작업에 방해가 돼서, 사실은 귀찮다고 말했다. 주로 무슨 메시지를 주고 받아요? 라는 조금은 은밀한 영역에 접근한 질문. 그냥 필리핀 뉴스 아니면 친구들의 소식 같은 건데 필리핀 뉴스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라는 그. 하긴, 나도 친구가 문자로 정치얘기만 잔뜩 보내면 귀찮을 것 같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휴대폰과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대화를 주고 받다가, 문득 그가 필리핀 휴대폰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몇 년 전 필리핀에서 일어난 휴대폰 테러사건! 와우 언빌리버블!!!! 휴대폰과 폭발물을 연결시킨 뒤, 폭발물을 버스나 건물에 두고 나와서 휴대폰의 버튼만 누르면 BOOM! 정말, 휴대폰을 이용한 응용력이 대단하구나 이거슨 경이로운 신세계로세! 휴대폰이 정말 다양한 기능을 한다. 커뮤니케이션, 기록에 이어 BOOM!까지. 

‘근데 Jucar, 휴대폰은 아티스트인 당신에게 귀찮은 존재? 나는 휴대폰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없으면 안되거든요. 아마, 한국사람 대부분이 그럴 거예요.’ 라는 나의 휴대폰 예찬론에 단호히 NO를 외칠 줄 알았던 그의 대답은 반전! 그는 휴대폰 사용을 늦게 시작했었다. 다들, 휴대폰에 물들고 있을 무렵에도, 난 아티스트니까 필요 없다며 구매를 꺼려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휴대폰은 필수품!’ 이라는 그. 휴대폰 하나로 유튜브의 영상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세상. 아마, 대부분에게 Mobile is NECESSITY가 아닐까. 

그는 다음 세대의 휴대폰은 Brain chip이라는 기사를 본 적 있다고 했다. 칩을 머리에 내장하면, 메세지와 통화의 수/발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가방을 잘 들고 다니지 않는 남성들에게 편할 것 같아! 휴대폰은 꽤 큰 짐이거든’ 이라며 그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얼마나 휴대폰에 더 얽매이게 될지, 어쩌면 휴대폰에 지배당하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다음 세대엔 휴대폰이 더욱 철저한 개인의 은-밀한 영역이 되겠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 때도 나는 자판이 달린 기계를 이용하고 싶지만 휴대폰의 발전이 기대된다. 나에게 휴대폰이란 ‘나’와 같은 것이니까. 떨어질 수 없는.

당신에게 휴대폰은 무엇인가요? 어쩌면, 이 글을 휴대폰으로 보고 있지는 않나요? 은밀한 당신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하루쯤은 당신에게 혹은 당신의 그들에게 집중해보세요! 아니면, 저처럼 타인의 은밀한 영역에 있는 친구를 오프라인으로 불러내도 좋고 말이죠! 아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날이 될 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