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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기타

짜릿한 액정 속의 자화상, 셀카

2010.03.10 FacebookTwitterNaver


비탄에 빠진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드러내고,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가짜 자살사진을 찍은 한 남자가 있었다. 
프랑스 재무부 서기이자 아마츄어 발명가였던 아폴리트 바이야르는 1840년 벌거벗은 상반신을 드러낸 채, 힘없이 의자에 늘어져있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했다. 
자신을 발명가로 인정해주지 않는 과학아카데미에 대한 항의이자, 비통한 그 자신의 심정을 한 장의 사진에 녹여낸 것. 그리고 이 사진은 시간이 흘러 미디어를 통한 셀프 포트레이트의 시초로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셀프 포트레이트에 ‘연출’이 담겼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1840년에 우리가 지금 ‘일상’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셀카 (셀프카메라 : 스스로가 피사체가 되어 스스로를 찍는 행위)의 시작이 있었다는 것. 

사진의 한 장르인 셀프 포트레이트는 ‘자신’을 뜻하는 셀프(Self)와 ‘초상화’를 뜻하는 포트레이트(Portrait)의 합성어이다. 셀프 포트레이트는 사진사의 초기부터 오늘까지 긴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오늘 날, 우리에겐 셀카라는 명칭이 더 친숙하지만, 사실 셀카와 셀프 포트레이트는 대등한 개념이다. 스스로가 찍고 찍히는 관계, 한 번 발들여 놓으면 쉽사리 나갈 수 없는 셀카의 세계. 왜 많은 사람들은, 그토록 자신의 셀카 찍기에 열중하고 타인의 셀카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

휴대폰이 커뮤니케이션 이상의 역할을 하면서, 가장 사람들의 일상 속 깊숙히 파고 든 기능이 기능이 바로 ‘카메라’!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좋은 곳에서, 멋진 하루의 끝에, 혹은 오늘 나 좀 이쁜데 싶은 날 꺼내 드는 건 휴대폰의 카메라. 혼자만의 시간이 늘면서 이른바 ‘셀카놀이’에 심취한 셀카족들을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누군가 쳐다보든 말든 다채로운 각도로 액정 속에 아름다운 피사체가 담길 수 있는 최적의 ‘각’을 잡는다. 지나가다 모르는 그녀의 액정에 담긴 눈과 마주칠 때면 민망하지만, 활짝 웃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최대로, 기쁘고 기분 좋은 감정을 담기 위해 노력했을 테니까 그 에너지가 전해지나 보다. 

어쨌든, 이러한 셀카족을 더 성장시키게 한 것이 바로 1인 미디어. 최근 ‘싸이질’, ’블로그질’과 같은 신생어가 생길 만큼 핫 트렌드인 1인 미디어의 발달은 셀카 열풍에 강풍을 더해주고 있다. 자신의 이미지를 최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개인의 공간으로 인정받고 있는 웹상의 공간. 

각자 자신만의 색으로 이 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셀카는 어화둥둥 내 사랑 춘향이와 이도령 같은 존재랄까.(웃음) 이에 따라,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사진 혹은 일상을 담은 사진의 업데이트는 익히 알려진 나를 어필하기 기술. 단연, 셀카는 인터넷상에서 나를 최상으로 보여주는데 1등 공신! (나에게는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없다 나를 여신, 남신이라 불러다오!) 
즉, 셀카는 집 구석에 고이 모셔둔 사진첩 속 사진이 아니라 매일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셀카는 자신의 외모만을 보여주는 사진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출과 상황설정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얼짱 각도’로 널리 알려진 ’45-15도(팔을 쭉 뻗어 옆으로 45도, 위로 15도 정도 위치에서 사진을 찍으면 눈은 크게, 얼굴은 갸름하게 나와 마치 너도나도 일본의 미소년미소녀가 된다는 신의 각도)’는 이미 셀카계의 레전드 기법! 고전적 방법을 기반으로 셀카족들은 다양한 촬영을 시도한다.
가장 자신있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촬영하기도 하고, 다양한 컨셉을 잡고 촬영하기도 한다. 졸린 듯한 표정, 앙증맞은 표정, 화난 표정 등 표정에만 그치지 않고 한 장의 셀카엔 각자의 상황설정도 담겨있다. 1840년 바이야르가 처음 셀카의 문을 열었을 때, ‘연출’을 통해 목적을 드러낸 것처럼. 

다시 말해, 오늘날 다소 가벼워 보이는 ‘셀카’에도 각자의 셀카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름답거나 특이한 장소를 만나거나, 자신의 얼굴빛을 한결 밝게 만들어 줄 조명을 찾아내면 어김없이 휴대폰카메라를 들기 시작한다. 찰-칵.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만이 담긴 셀카를 ‘외모지상주의의 또 다른 단면’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시선도 있지만, 셀카족을 곱게 봐주었으면 한다. 예쁘게 보이고 싶고 멋지게 보이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반영하고, 스스로가 자신을 당당히 표현하는 수단이니까 말이다. 

어쩌면, ‘셀카’는 수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작품을 통해 표현하던 ‘일탈욕구’ 그리고 ‘개인의 욕망표출’의 또 다른 형태의 예술이지 않을까? 심심한 시간, 지루한 순간. 나를 최고로 만들 아티스트가 되어 보자, 요놈, 생각보다 재밌다.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각을 잡아 하나 둘 셋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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