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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5,000번의 테스트, 55,000번의 책임 – 품질보증팀 J매니저를 만나다

2012.02.22 FacebookTwitterNaver

사람으로 터져 나갈 것 같은 지옥 같은 지하철 안에서도 끊김 없이 통화를 하고 무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대한민국의 이동통신망 품질은 세계적인 수준인데요, 이런 고품질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5만5천번의 실험을 반복하는 ‘바보’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에 빠져 몰두하는 사람,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딸바보’라는 말도 딸 밖에 모르는 아버지들을 이르는 애칭으로 널리 사랑 받고 있다는 것 아시죠? 요즘 광고에서 최고의 품질을 위해 같은 실험을 미련하게 반복하는 바보 소리를 듣고 있는 곳, 바로 SK텔레콤의 SD(Smart Device)보증팀입니다.

SD보증팀은 단말기 출시 전 수천 수만 가지 항목의 테스트를 통해 통신망에 부담을 주거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고, SK텔레콤의 통신망에 단말기가 잘 맞아 들어가도록 하여 고객들이 최상의 환경에서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독자 여러분과 함께 SD보증팀의 J 매니저님을 만나 5만5천번의 테스트와 품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Q. 안녕하세요 😀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네, 안녕하세요. SD보증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J라고 합니다.

Q. 요즘 광고에서 나오고 있는 ‘바보’라는 표현이 기분 나쁘지는 않으셨나요?


뭐 담당자들이 정말 그 일을 그렇게 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사실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도 하고요, 저희 매니저들은 품질 보증을 위한 테스트 항목 구성 및 설계 등, 실제 테스트 전 엄청난 지식 집약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바보’라는 말 별로 신경 안 쓰여요.

Q. 모두가 궁금해 하는 것! 정말 5만5천번의 테스트를 반복하시나요?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기준으로 5천개에서 1만개정도의 테스트 항목이 있어요. 단말기 기능이나 탑재하는 서비스에 따라서 평균 5천 5백개 정도의 테스트를 하는데, 이 테스트를 보통 10번 정도를 반복을 해요. 각 테스트의 합격/불합격 여부를 체크하여 제조사에 보내면 제조사에서 수정을 해서 다시 보내오고, 그것을 다시 테스트하고, 또 다시 보내는 이 과정을 평균 10번을 하는 거죠. 그래서 ‘5만5천번의 테스트’라고 광고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테스트를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한 단말기는 스무 번 이상의 과정을 거쳤으니 11만 번의 테스트를 했죠.

Q. 테스트 항목은 어떤 게 있나요?


우선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요. 하드웨어 부분에서 우선 예를 들면 스마트폰 안에는 안테나도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거든요. CDMA/WCDMA를 위한 안테나, LTE를 위한 안테나, 와이파이를 잡는 안테나, 해외에서 로밍할 때 필요한 안테나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안테나 별로 각자 다 성능의 기준이 있고 그것을 통과해야만 SKT에서 출시가 가능해요. 이렇게 안테나부터 해서, 통신 프로토콜 항목, 배터리 전류 소모량, 단말기 기본적인 충격에 관한 것들, 정전기, 영하 20도에서 섭씨 50도까지 고온과 저온을 왔다 갔다 하면서 단말기가 이상 동작하지 않는지 뭐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양하게 실험을 하죠.

소프트웨어는 기본적으로 제조사에서 탑재가 되는 OS에 관련된 기능이 전체적으로 잘 기능을 하는지 우선 보고, SKT에서 제공하는 T맵• 호핀• 멜론 같은 어플리케이션들을 테스트해요. SMS•레터링•컬러링, 콜키퍼 등 SKT에서 제공하는 네트워크 부가서비스도 어림잡아 100가지 이상이 되는데, 이 서비스들을 모두 다 테스트 하는거죠. 예를 들어 T맵에 관련된 기능은 길 찾기부터 모든 메뉴를 일일이 다 테스트 해봐요. 이렇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테스트 항목들을 다 더하면 항목이 오천에서 만개가 넘는 거예요. 그리고 3G에서 4G LTE로 넘어가면서 통화 품질이나 테스트에 관련한 항목들이 더 늘어났구요.

Q. 5만 5천번, 그 이상의 테스트에서 통과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울 것 같은데요.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SKT의 QA(Quality Assurance)를 통과해서 출시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얘기가 있어요. 경쟁사에 비해 항목도 많고 하니까요. 하지만 제조사들은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가져가는 첫 단말은 항상 저희(SKT)랑 하려고 해요. 물론 많이 팔기도 하지만 SKT의 QA를 통과하면 품질을 높일 수가 있거든요. 우선 SKT의 QA를 통과하면 다음 모델을 만들 때는 더욱 쉽게 만들 수 있고 또 이런 것이 경쟁사에도 전이가 되니까. 저희 SD(Smart Device)실에서는 단말기 수준이 전체적으로 더 좋아지는 역할에 일조를 하는 거죠.

Q. 많은 실험 항목들 중 가장 힘든 걸 꼽자면 어떤게 있을까요?


제일 힘든 건 필드 실험이죠. 내부 실험실에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도 하지만, 통신과 관련된 기능 등은 실제 환경에 다 나가서 중복 검증을 해요 똑같이. 여기서는 잘 되던 기능이 외부에서 이동을 하면서는 안될 수도 있거든요. 음성 수•발신, 데이터 서비스들, 네트워크와 연관된 서비스는 다 실제 환경에서 실험을 해요. 도심 환경, 시골 환경, 산 속, 지하 주차장, 중간 도심 등 인구 분포에 따른 다양한 환경까지 다 해요.

주행 중 테스트를 위해 차 타고 돌아다니는 친구들은 초반 한달 동안은 멀미 때문에 너무너무 힘들어해요. 단말기 8대 붙여 놓은 거 보고, 명령어도 쳐야 되고 정신이 없고 차 타고 하루 종일 도심을 돌고, 지방도 가고 하니까 많이 힘들죠.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계속 들고 다니면서 2호선을 몇 바퀴씩 뺑뺑뺑 돌아요.

Q. 그럼 모르는 사이에 바로 옆에서 아직 출시되지 않은 단말기가 테스트되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물론이죠 ^^

Q. 출시 전의 단말기를 가지고 다니실 때는 어떻게 가리고 다니세요?


까만색 테이프를 붙여요. 까만색 테이프를 붙이면 거의 못 알아봐요. 그리고 디자인이 중요한 모델은 아예 감춰진 채로 들어오기도 해요. 예를 들어 프라다폰 같은 경우에는 디자인이 절대 노출되면 안 된다고 프라다 로고 각인도 없고 뒤에 뚜껑도 전혀 다른 껍데기에 들어온 상태로 테스트를 했어요. 또 우리는 ‘도시락’이라고 부르는데, 중요한 모델 같은 경우에는 도시락 모양 같은 케이스에 나오는 것들도 있어요. 갤럭시 S가 검증 초반에 도시락 형태로 테스트를 했죠.

Q. 아무도 써보지 않은 단말기를 들고 다니면 간질간질하고 떨리고 그럴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그런 느낌 있었죠. ‘아무도 써보지 못한 단말기를 내가 제일 먼저 만져본다!’는 느낌. SKT에서 출시 안 하더라도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단말기도 써보거든요. 예를 들어 블랙베리탭을 국내에서는 출시는 안 했지만 저희 팀에서는 써보고 했었는데, 처음엔 이런 거에 되게 혹했지만, 이제는 일의 연장이 되니까 뭐가 들어와도 감흥이 없죠.

Q. 평소에도 단말기를 많이 들고 다니실 것 같아요.


그럼요. 평소에 태블릿 두 개 들고 다니고 스마트폰은 한 세 개 정도 들고 다녀요. 매니저들은 비정상적 상황(abnormal)이나 유저케이스(User-case)에 대한 검증을 스스로 써보면서 해요. 왜냐면 우리는 단말 실명제예요. 한 단말에 대한 PM(Product Manager)이 한 명 있고, 그 단말이 시장에서 사라질 때(Fade out)까지 그 단말의 이슈는 PM이 책임지거든요. 이게 되게 부담스러워요. 한 단말은 시장에서 많은 이슈가 있었던 것으로도 모자라 SKT 직원들에게 지급이 됐거든요. 같은 회사의 매니저들이 더 난리나서 어휴~!! 그래서 그렇게 들고 다녀요. 케어했던 단말, 앞으로 출시될 단말, 그리고 친한 매니저가 ‘내거 좀 써줘’ 하면 그것도 들고 다니면서 피드백 해주고 그러죠.

Q. 품질 보증 담당자로서 직업병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뭔가 단말이 이상하다 싶으면 습관적으로 단말기 엔지니어 모드로, 히든(Hidden)메뉴로 들어가서 에러나 버그를 로깅하고 있어요 습관적으로. 고객은 단말기가 안되면 일시적으로 안 되나보다 하고 껐다 켜잖아요. 근데 저희는 원인을 찾기 위해 USB랑 연결하고 그러는 거 같아요. ‘러닝체인지’라고 단말기 출시된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거든요. 고객의 소리라든지, 저희가 내부에서 찾아낸 문제들을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는 거예요. 단말이 보통 2년 주기로 페이드 아웃되는데 이 때까지는 계속 지속적으로 케어를 하니 소프트웨어는 항상 최신 버전을 쓰시는 게 좋아요.

Q. 이런 초능력이 있다면 좋겠다~ 싶은게 있으신가요?


그냥 퀄리티 스캐너. 눈으로 쫙 스캔을 하면 보이는 거예요. 저희가 초기 모델에 5천 5백가지의 테스트를 하면 불합격 항목이 20% 이상 나오거든요. 그럼 이런 게 천 개 나온다는 거잖아요. 그것들을 저희가 다 테스트를 해서 찾아내는 것 보다, 단말기를 스캔 해서 에러를 밝혀내면 일을 하루 만에도 끝낼 수 있고 좋겠네요.

일반적으로 하나의 단말기가 모든 테스트 과정을 거치는 데에는 약 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네요. 물론 이 기간 동안 다양한 단말기를 번갈아 가면서 테스트하기 때문에, SD보증팀의 손을 거쳐 가는 단말기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SD보증팀에 있다 보면 처음 보는 단말기도 뜰지 안 뜰지 감이 팍(!) 오는 수준에까지 이르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해요.

2호선 지하철을 타시는 독자 여러분이 계시다면, 혹시 주변에 검정 테이프를 붙인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 없는지 한 번 살펴보시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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